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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남에 국립의대를 만든다면, 왜 목포가 아니어야 합니까?

[광주전남=아시아뉴스통신] 고정언기자 송고시간 2026-08-13 11:11

정은채 시민정책행동 공동대표, 전)교수
정은채 시민정책행동 공동대표, 전 대학교수./아시아뉴스통신DB

[아시아뉴스통신=고정언 기자]대통령께 묻습니다.

전남에 국립의대를 만든다면, 왜 목포가 아니어야 합니까?

목포는 36년 동안 의과대학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36년 기다렸으니 목포에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보다 훨씬 무겁고 절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36년의 기다림은 목포의 순서를 증명하는 번호표가 아니라, 국가가 36년 동안 서남권의 의료격차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기록입니다.

전남은 대한민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입니다. 통계청의 2025년 자료에서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7.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전남도 집계로는 2025년 말 28.5%,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서남권의 의료문제는 고령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목포 뒤에는 신안·진도·해남·완도 등 수많은 섬과 농어촌이 있습니다. 섬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뇌졸중 환자가 생기고, 교통사고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의 숫자가 아닙니다.

시간입니다.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오고, 구급차로 다시 이동하고, 필요하면 헬기를 불러야 합니다. 전남도가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조차 없는 도서마을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하고 닥터헬기 착륙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통령께 묻습니다.

서울에 사는 국민과 가거도·흑산도에 사는 국민의 생명 가치가 다를 수 있습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목포에 의과대학 건물 하나 세워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의과대학-대학병원-응급·중증치료-의사수련-지역정착으로 이어지는 ‘서남권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국가가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병원이 있다는 것과 중증환자를 그 지역에서 끝까지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암,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고위험 분만과 같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진단부터 수술, 중환자 치료와 회복까지 지역 안에서 책임질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의료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부권의 의료수요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산업현장이 밀집한 동부권 역시 중증·응급의료와 실질적인 대학병원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해답은 지역 간 승자독식이 아니라 ‘1국립의대·2실질거점 대학병원’이어야 합니다. 동부권에는 산업·응급·중증의료 특성에 맞는 거점병원을, 서남권에는 섬·농어촌·해양·고령사회·공공의료에 특화된 의학교육과 거점병원을 구축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의과대학은 어디에 두어야 합니까?

저는 이것을 대학의 크기나 정치적 영향력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의대를 두어야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 의사를 길러내고 남게 할 수 있는가?” 이 한 가지 질문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의대는 단순히 의사 100명을 뽑는 곳이 아닙니다. 그 지역에서 학생을 교육하고, 대학병원에서 수련시키고, 지역의 병원과 보건의료기관으로 보내 20년, 30년 뒤 의료생태계를 만드는 국가 인프라입니다.

그래서 목포의대의 문제는 목포시민 약 20만 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목포는 신안·진도·완도·해남을 비롯한 서남권 도서·농어촌 주민들이 상급 의료로 진입하는 관문입니다. 의료정책의 지도는 행정구역 지도가 아니라 환자가 병원까지 도착하는 시간의 지도로 그려져야 합니다.

대통령께 다시 묻습니다.

전남에서 가장 많은 섬과 농어촌을 품고, 고령화가 가장 심각하며, 응급환자의 이동시간 자체가 생존을 결정하는 지역을 국가가 외면한다면, 도대체 어디에 국립의대를 두어야 합니까?

정치권에도 묻습니다.

의대와 대학병원을 지역 간 정치적 협상의 전리품으로 나눌 것입니까, 아니면 국민의 생명권과 의료접근성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입니까?

그리고 국립목포대학교에도 묻습니다.

36년 동안 시민과 함께 지켜온 의대의 꿈을 대학통합을 위한 하나의 협상조건으로 다룰 것인지, 서남권 주민의 생명권을 책임지는 대학의 역사적 책무로 지켜낼 것인지 결단해야 합니다. 이제 목포는 “우리도 하나 달라”고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왜 목포여야 합니까가 아니라, 왜 목포가 아니어야 합니까? 서울에 살면 살 수 있고 섬에 살면 늦어서 죽을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의료격차가 아닙니다.

생명권의 격차입니다.

목포 의대는 지역개발사업도, 대학의 몸집을 키우는 사업도, 정치권이 동서로 나눌 전리품도 아닙니다.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국민의 생명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국가가 증명하는 일입니다. 36년의 기다림에 이제 국가는 답해야 합니다. 그 답의 중심에 국립목포대학교 의과대학과 서남권 실질거점 대학병원이 있어야 합니다.

"왜 목포여야 합니까가 아니라, 왜 목포가 아니어야 합니까?"

jugo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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