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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풍월주’ 김현진, 수묵화의 묵이 번지듯 여백을 채운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07 16:53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풍월주’는 대학로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해 다섯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남자 기생 ‘풍월’이라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로 매력적인 캐릭터들 간의 얽히고설킨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의 조화를 이룬다.
 
이번 시즌에는 ‘디테일 장인’이라는 수식어로 관객과 창작진, 관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배우 김현진이 ‘사담’역으로 합류했다. 김현진을 만나 새로운 시즌의 ‘풍월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현진은 뮤지컬 ‘풍월주’ 제안이 들어왔을 때 본인과 ‘사담’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서른한 살의 나랑 어울릴까?’라고 떠오르더라. 제가 들은 얘기로는 담이는 여리고 귀여워서 저랑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대답을 했다. 그는 “제가 서른이 넘어가면서 스스로 나이가 들어서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 되는 거 같다”며 앞서 말한 것을 정정하며 웃어 보였다.
 
‘풍월주’에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김현진은 “‘풍월주’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서 이번에 새롭게 참여한다는 것에 부담과 겁이 있었다. 하지만 제가 지켜온 것들을 잘 지켜가면서 제가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창작진과 잘 상의해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함께 했다”고 전했다.
 
김현진은 ‘사담’과 달은 부분으로 “누구에게나 그런 모습은 있지만 평소에는 유한 편이다. 민감하거나 예민하지 않고 평화주의자인 마음이 있지만, 또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면 굉장히 고집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사담과 닮은 거 같다”고 꼽았다.
 
그는 사담에 대해서 “지켜야 할 게 있는 사람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담이는 연약한 아이가 아닌 거 같다. 그의 강인함이 어디서 나오나 지켜보면 지켜야할 게 있는 아이어서 그렇더라. 무언가 지켜야할 게 있는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담에게 지켜야할 것은 열이다. 열이는 물론이거니와 열이와 함께한 순간과 추억들 그리고 서로가 주고받은 마음이다”며 ‘사담’의 강인함에 대해서 단어 하나하나 힘이 느껴지게 말했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다음은 김현진과의 일문일답이다.
 
Q. 담이는 어떻게 풍월주에 오게 되었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높은 집안 잘나가던 상류층 집에서 태어난 열이가 정치적인 숙청의 결과로 집안이 몰살을 당하고 열이는 간신히 살아서 길거리에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담이의 이름은 ‘버릴 사, 짐 담’으로 부모에게도 조차 짐으로 버려진 아이인데 열이와 담이 길에서 만나게 된 거 같다. 아무것도 없던 둘이 서로에게 전부가 된 관계인 것이다. 이것은 제 상상인데 열이는 글을 읽을 줄 알고, 저자거리에 붙은 풍월을 구하는 방을 보고 담이를 지키기 위해 풍월이 되기로 결심하지 않았을까. 그러다 여왕의 눈에 띄게 되었고 풍월의 계를 받을테니 운루에서 살게 해달라고해서 둘이 같이 풍월주에 오게 된 거 같다."
 
Q. 공연을 보는데 영화 ‘왕의 남자’도 겹쳐 보이더라. 차용한 레퍼런스는.
 

"저도 ‘왕의 남자’가 떠오르긴 했다. 그리고 뮤지컬 ‘오시에 오시게’도 생각했는데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이 부분이 생각났다. ‘풍월주 ’는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름에 대한 메타포들이 와 닿았다. 또한 어린 시절 담이와 열이에 대한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심바가 쫓겨나서 티몬과 품바를 만나는 장면이 오버랩됐다. 색깔은 다르겠지만 궁곰과 열에게 그런 모습이 보였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Q. 이름에 대한 메타포를 풀어본다면.
 
"담이가 부르는 노래 ‘부르지 못하는 이름’에서 여왕(진성)과 세상이 부르는 그 이름 ‘열’을 담이는 부를 수 없다. 그리고 여왕도 열이에게 "그때처럼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줄래, 열아"라고 하고, 운장도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말하려다가 여왕이 자신의 진짜 이름 "산아!"라고 부를 때 "네, 마마"하면서 의견을 굽히는 부분이 있다.

열이가 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글씨도 열과 담의 이름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의미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앞서 말한 거처럼 담이는 ‘죽을 사, 짐 담’의 한자인데 열이가 사담의 이름을 가르쳐 줄 때 담이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지지리 궁상맞은 놈"이라고 농담한다. 사람들이 담이를 그렇게 불렀어도 자기에게 담이는 소중한 존재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한다는 것이다. 담이는 허드렛일을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어 숫자를 세면서 열이를 부른다."
 
Q. 담이가 숫자를 셀 때 중간을 건너뛰는 이유는.
 
"담이가 숫자를 못 세냐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의 담은 확실히 숫자는 알아요. 곰이랑 내기할 때도 곰이 담에게 "담아, 내가 물통에 들어갈 테니 숫자를 세줘"라고 한다. 둘이 굉장히 친한 사이인데 담이가 숫자 세는 것을 몰랐다면 부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유추인데 담이는 허드렛일을 해야 해서 ‘어디에서 몇 개를 가져와라, 손님이 몇 명 오셨냐’ 등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를 건너뛰는 이유는 열이 너무 멀어서 빨리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숫자를 누구에게 배웠을까 상상해보면 아마 길거리를 다닐 때부터 열이한테 배우지 않았을까. 담이가 어디에서 음식을 이만큼 얻어왔다고 하면 열이가 ‘이건 몇 개라고 하는 거야’라며 숫자를 가르쳐줬을 거 같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Q. 담이의 죽음이 안타깝다. 멀리 도망가지 그랬나.
 

"자기가 멀리 떠나면 열이 나를 찾아올까봐 그런 거로 생각된다. 혹시 여왕이 담이에게 뭐라고 해서 죽은 거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운루에 들어온 이후부터 담이는 열이가 자신 때문에 혼나니까 자신이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열이가 담이에게 운루로 들어온 이유를 설명해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담이는 ‘열은 여기 생활이 좋은가? 나는 떠나고 싶은데 혼자는 가기 싫은데. 열이는 풍월이 되는 게 좋은가?’라며 혼자 짐작한다. 반면 열이는 담이 때문에 운루로 들어온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신경 써서 이런 선택을 한 거 같다. 혹시 담이가 살아있거나 수가 틀리면 여왕이 열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Q. 그럼 김현진이 담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저라면 여왕을 죽이고...(웃음) "열아 궁에 들어가~ 그 대신에 나도 궁에 어딘가에서 지내고 있을테니 잊고 살아"라고 하고 싶지만 저도 담과 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다. 도망치다가 잡혀서 죽을지 모르니까 도망칠 용기도 없을 거 같고, 저 때문에 열이가 죽는 건 더 싫다. 그 대신에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니 조금 낮은 곳에서 떨어지겠다. (웃음)"
 
Q. ‘열’의 역할 배우 이율과 이석준과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다.
 
"율 배우는 대나무 같다. 단단하고 강질이다. 게다가 능수능란하고 여유가 있으며 성숙하다. 정말 기대고 싶고 안기고 싶고 의지하고 싶다.
 
석준 배우는 들풀 같다. 날 것 같고 어느 부분에서는 강인할 거 같은데 한없이 약해보이기도 해서 제가 지켜줘야할 거 같다. 두 사람의 느낌이 정반대로 달라서 더 좋다. 또한 두 사람이 서로의 모습도 다 가지고 있는데 담이 앞에서 보여지는 차이가 있다. 율 배우는 담이 앞에서 대나무이며, 뒤에서는 들풀 같고, 석준 배우는 앞에서는 들풀이지만 그 안에는 대나무같은 심지가 있다. 전성민 배우는 한 씬 밖에 안 만나는데 연습하고 런 돌 때부터 잘 못 만나서 주위에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데미안 호흡’이라고 전작 ‘데미안’에서 2인극으로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서로의 호흡을 안다. 문진아 배우는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점이 재미있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Q. 운루의 운장에 대해서는 어떤가.
 
"원종환 배우 따듯한 느낌이 있다. 마치 담과 열과 같은 생활을 해 본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중한 것을 지키고 싶다면 납작 엎드려 있어라, 있는 듯 없는 듯"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조순창 배우는 경고하는 느낌이고 원종환 배우는 조언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조순창 배우는 예의상 하는 듯하고, 원종환 배우는 (내가 데리고 있는 식솔인데 이래서) 미안하다고 하는 느낌이다. 두 배우의 느낌이 완전 달라서 연기할 때 재미있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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