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3일 금요일
뉴스홈 영화/공연
[인터뷰②] ‘풍월주’ 김현진의 '가지 않은 길'과 '앞으로 갈 길'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07 16:54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새로운 시즌에 참여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담이와 제가 닮은 부분도 있지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여백의 미가 많은 작품을 머리를 써서 채우는 게 아니라 수묵화를 그리듯 채워 넣는 게 익숙하지 않다. 제가 잘하는 부분이 아니다."
 
Q. 디테일 장인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놀랍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제가 빈 곳으로 놔둬도 되는 곳을 채우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채워져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 순간에 흘러가는 감정으로 둬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머리를 채워서 디테일을 채우는 게 아니라,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채워나가는 건데,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 극에 있어서 너무 앞서가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더라.
 
말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만약 저를 대학로에서 마주쳐서 저에게 갑자기 극에 대해서 여쭤보시면 아마 어버버 하면서 대답을 할 거다. 제 별명이 새우깡인데 손이 많이 가고 헐렁하다는 뜻이다. 저는 평소에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백조처럼 물 아래서 다리를 열심히 휘젓고 있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Q. 이번에 ‘Namgokga X Heavenly’라는 앨범도 냈는데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은 거 같다. 소감이 어떤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앨범을 낼 때 최소 500장을 내는 것이었고, 150~200장 정도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400장 이상이 나가고 추가 주문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저는 겁도 많은데 이번에 새로운 작업과 도전을 해봤다. 이 작업을 6년 동안 준비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얼떨떨하다. 하루는 주문 내역서를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이분들은 뭘까. 이분들의 사랑을 받아도 되나. 나는 마음을 다해서 앨범을 만들었나’ 생각이 들더라. 자랑할 게 있는데 네이버 평점이 5점 만점이 나왔고 후기들도 너무 정성스럽게 올려줬다. 처음 낸 앨범이었고 부족한 게 많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하면서 부족한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나 완벽하지 않아도 되나보다. 또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나보다. 이런 모습도 사랑해주시네’라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이번 일을 계기로 너무 아등바등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며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고 느꼈다."
 
 
Q. 뮤지컬 ‘풍월주’를 보러 가야 하는 이유는.
 

"잊고 있던 거를 기억하실 수 있고 놓치는 걸 찾을 수 있다. 또한 용기를 낼 수 있는 마음을 얻고 갈 수 있다. 많은 관객이 "왜 둘이 얘기를 안 해서"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데 사실 그런 우리는 살아가면서 솔직한 마음을 잘 표현 못하지 않나. 그 사람을 위해서 한 행동인데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었을 때도 있으며 나를 위해서 한 행동인 건 아는데 그게 용서가 안 될 때도 있다. 그런 의미로 ‘풍월주’를 보며 행동 이면의 속마음을 생각해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Q. 김현진으로서 인상 깊은 부분은.
 
담이가 열이에게 ‘기다릴게’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 말을 꺼내기 굉장히 어렵더라. 열이에게는 ‘그 나루터에서 기다릴게’라고 느껴지겠지만 담이의 속마음은 ‘어느 곳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다음 생에서 만나자’는 의미일 수 있다. 얼마 전에 공연을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언젠가는 우리가 이 상황들이나 환경들을 넘어서, 솔직한 말을 할 때를 기다릴게..’.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표정만큼은 열이가 기억할 마지막 모습이니까 환하게 웃고 싶다.
 
Q.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후로 한 동안 작품을 쉬겠다고 결정을 했는데.
 
"두려움이 되게 많았다. 어릴 때부터 전학을 많이 다녀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또 배우로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봐 늘 두려웠다. 또한 작품을 제안해주셨는데 제가 거절을 하면 다시 안 찾아줄까봐 걱정도 됐다.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었는데 ‘전설의 리틀 농구단’을 이후로 잠시 쉬어가는 타임을 가지려고 한다.
 
배우 일을 하면서 ‘이건 나의 길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작품을 지금 놓치면 다시는 못할 거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또 제가 선택한 것을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떡하지에 대한 겁도 났다. 그런데 최고의 선택을 하는 방법은 제일 최고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 선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더라. 작품을 잠시 쉬어가기로 하니까 겁도 나도 두렵고 걱정도 된다. 하지만 저의 선택을 믿고 가보려고 한다."
 
김현진.(사진=배지훈 포토그래퍼)

김현진은 ‘믿고 인터뷰하는 배우’, ‘말 잘하는 배우’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의 대답 곳곳에 오히려 이 칭찬이 그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줄걸’ 생각이 들면서도 그의 수려한 언변을 칭찬하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여백이 많은 작품을 여백인 채로 두거나, 그 부분을 배우의 색깔로 채워나가는 것은 배우의 몫이고, 어떠한 선택이라도 그것은 배우의 성향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로 원 캐스팅이 아니고 한 배역에 여러 캐스팅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김현진이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을 끝으로 가을과 겨울에는 작품 없이 쉬겠다는 말을 했을 때 어떠한 마음으로 그 결정을 내렸을지 쉬이 짐작하고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무거운 결정과 선택에 응원을 하고 싶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다른 선택으로 인해 가지 않은 길도 있지만, 내 선택으로 인해 가지 않은 길도 있다. 그가 앞으로 선택할 ‘가지 않을 길’과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편, 김현진은 뮤지컬 ‘풍월주’와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서 열연 중이며, ‘풍월주’는 8월 2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entpress@naver.com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