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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나더 컨트리’ 문유강, 부드러움과 강함의 공존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22 10:48

문유강.(제공=PAGE1)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2019년 한국 초연으로 전 배역 오디션을 통한 파격적인 신인을 기용하며 탄탄한 스토리와 작품성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초연을 선보인지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배우 문유강을 만나 작품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문유강은 연극 ‘어나더 컨트리’로 데뷔해 라이징 스타로 눈도장을 찍고, 올해 재연으로 토미 저드 역을 다시 맡았다.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법한데 ‘어나더 컨트리’ 재연으로 함께한 이유는 연출이 “할래?”라고 물으셔서 단순하게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작품으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시기가 안 맞은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었다. 이번에 재연으로 오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초반에는 작년에 했던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재연으로 합류한 배우들이 새로운 해석을 가지고 오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달라지더라. 딱딱한 생각을 하지 말고 이 작품을 다시 처음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문유강은 ‘어나더 컨트리’ 초연 때 토미 저드를 연기하면서 캐릭터가 너무 올곧아서 어려웠다고 한다. “대부분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저보다 비범하고, 평소에 경험하지 않는 강력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 못 하는 일들이지 않나. 저드는 어린 나이인데도 영국에서 익숙해지며 지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걸 배제하고 신념을 좇는다는 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백의 시간 동안 저드가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며 “예전에 연기했던 것을 샤워하거나 운동할 때 다시 대사를 해봤다. 대사를 다시 치면서 초연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이번에 다시 생각하게 된 게 있다.”고 전했다.
 
문유강.(제공=PAGE1)
 
그는 토미 저드의 역할보다 가이 베넷과 자신의 모습이 더 비슷하다고 말해 놀라게 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보는 모습은 토미 저드와 싱크로율 100퍼센트의 모습 같았지만, 자신은 가이 베넷과 상당 부분 닮았다고 말하는 모습이 궁금해졌다.
 
“저드랑 비슷한 것은 제가 더 어렸을 때 모습이 닮은 거 같다. 타협을 안 하려고 하고 저만의 고집이 있는데 그게 비슷했다. 어떤 역할을 통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캐릭터의 간극이 적은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지원한 게 저드였다. 요즘의 저는 가이 베넷이랑 더 비슷한 거 같다. ‘어나더 컨트리’가 삼연으로 돌아온다면 그때는 베넷을 하고 싶다.”
 
문유강.(제공=PAGE1)

다음은 문유강과 일문일답이다.
 
Q. 토미 저드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저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저드만의 코드와 저드만의 개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저드를 받아드리기에 이해할 수 없는 범주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때 영국이 어땠는지, 왜 저런 계급사회가 있으며 저드는 그것을 왜 거부하는지 고민해봤다. 또 저드가 이런 성격과 태도를 가졌다면 평소에 의자에 앉을 때는 어떻게 앉을까, 어느 순간에 누그러질까, 그가 오픈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다 보니 저드는 말의 템포가 빠르다. 상대방과 말을 할 때 좀 더 말을 쏘고, 장황한 논리를 설명할 때 상대방이 ‘어?’하면서 막히게 만든다.”
 
Q. 토미 저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실 17살이다. 그가 가장 17살 같은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되나.
 
“베넷이랑 있을 때가 가장 17살 같다. 베넷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파울러가 너무 싫어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때는 정말 그 나이 같다. 특히 8장에서 베넷과 밤 도서관에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이 가장 17살 같은 거 같다. 그리고 사실 많은 부분에서 저드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어린 지점들이 꽤 있더라. 워튼이 울면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반면 저드가 워튼에게 겉으로 봤을 때 다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워튼을 공감하고 힘을 주며 스스로 깨어나게 해주려는 아버지 같은 모습이 있는데, 저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이다.”
 
Q. 토미 저드에게 베넷은 어떤 친구인가.

“1학년 때 느낀 학교의 부조리함과 불만 ‘이건 아니다’는 깨우침의 순간을 함께 느끼며 자본론에 대한 이론적인 평등함에 매력을 느낀다. 베넷을 보면 굴복하지 않는 지점도 있고 또 지위를 이용하고 싶어서 프리팩트가 되려고 하는데, 이 학교에서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거 같다. 적당히 인정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는 베넷의 매력을 느껴 친구가 된 거 같다.”
 
Q. 워튼은 상급생이 되면서 어떤 모습일 거 같나.
 
“안타깝지만 워튼도 타협하면서 크지 않았을까. 받아들이는 것을 잘하니까 누릴 것들은 누리고 순응하면서 샌더슨처럼 컸을 거 같다.”
 
문유강.(제공=PAGE1)
 
Q. 문유강의 고등학생 시절은 어땠나.

“‘어나더 컨트리’와 같이 17살 때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프리팩트와 투웬티투를 생각하면 중학교 때 선도부를 해봤었다. 중3 때 키가 180이 넘어서 선도부를 시켜서 했는데 하릴없이 교문 앞에 서있는 거더라. 19살 때는 연극부 반장이었다. 이때 학교 허락을 받고 밤 10~11시까지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게 큰 선물이자 이벤트였다. 원래 연극부 부원 5명의 신입생을 받아야 했는데, 지원했던 50명을 그냥 다 뽑아버린 적도 있다. 고2, 고3 학생이 앉아있고 고1 아이들을 상대로 ”얘 탈락“이러는 게 너무 웃겨서 다 합격시킨 거다. 그때는 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시절이다.”
 
Q.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하고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얼굴을 비추길래 매체로 계속 갈 줄 알았는데, ‘어나더 컨트리’의 재연으로 다시 돌아와서 놀랐다.
 

“연극으로 데뷔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주로 연극을 했고, 영화는 잘 안 했다. 군대 다녀와서 뭘 해야겠다고 명확하지 않았을 때 이 작품의 공고가 뜬 걸 보고 명확한 길을 제시해줬다. 아직 제가 경험도 적고, 경험을 통한 결론을 도출하기에 아직 어려서 작품의 구분을 짓지 않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코미디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일상을 그려내는 작품을 하고 싶다. 아직 제가 작품을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일상에 가까운 작품을 하고 싶다. 예전에는 비일상적이고 흥미진진한 것들이 매력적이었는데 요즘에는 좀 바뀌었다.”
 
Q. 롤모델은 누구인가.

“롤모델이 너무 많지만 특정인을 정하지는 않는다. 특정인을 정하면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표방하고 싶은 마음이 위험한 거 같아서 저의 모습대로 살고 싶다.”
 
Q. 연기하면서 힘들 때 어디서 위안을 받나.

“매번 힘든 순간이 찾아와서 일기를 쓰는데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면서 위안을 받는 거 같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힘들구나’, ‘오늘은 그림을 그려야겠다’, ‘맥주 한 캔을 마셔야겠다’ 또는 예전 일기를 보면서 ‘그때 힘들었지’라고 떠올린다.”
 
Q. 문유강은 SNS를 안 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 SNS 하게 되면 일부러 의식하고 꾸미는 게 생길 거 같은데 그건 부끄럽다. 하지만 또 싸이월드 시절에는 그런 걸 즐기면서 뜨겁게 했다. (웃음)”
 
Q. 쉬는 날에는 무얼 하나.
 
“넷플릭스와 유튜브 먹방을 본다. 남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재미있어서 3시간 동안 본 적도 있다. 요즘에는 일부러 좋은 작품을 보고 자려고 더 노력한다. 최근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를 아주 감명 깊고 뜨겁게 봤다. 본방사수를 하면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은 본방사수를 했다. 한 편 보고 울고, 웃고 그러다 잠들었다.”
 
Q. 문유강에게 팬이란.
 

“작년에는 너무 정신없이 보내서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못했다가 최근에 팬에서 선물로 받았던 책을 읽고 있다. 팬들이 준 선물상자를 열었는데 저의 스물다섯에만 있을 얼굴이 있는 사진들이 있고, 편지에도 저에 대한 추억을 대신 기록해주신 게 있더라. 저의 순간순간을 기억해주는 게 정말 감사하다.”
 
문유강의 이름은 ‘부드러울 유, 강할 강’으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얼굴과 이름대로 부드러움과 강함이 공존하는 아우라를 갖고 있다. 데뷔한 지 만 1년차인 그가 앞으로 선택할 작품과 문유강이 해석한 캐릭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8월 16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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