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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하니 오히려 행복이더라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최상기기자 송고시간 2021-01-08 08:57

판을 깔아주니 더 행복하더라
보리보개를 넘고 설레임을 딛고 창작극은 탄생되
박형태(시유어게인연출, 수평선문학회원)

[기고=박형태 칼럼] 노래를 잘 못하고, 연기를 잘 못하고, 춤을 잘 못 추어 행복하다. 언제부턴가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되려 기뻐짐을 알게 되었다. 노래를 들어면 기분이 좋아지고, 시(詩)낭송을 접하면 심장이 멍해지고, 오카리나 선율에 가슴이 짠하고, 연극 한 판을 마치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판을 깔아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 다행이 주변 여러 단체들이 제각각 한 판 놀 수 있는 레퍼토리(repertory)가 있어 그것들을 엮어내면 되니 행운인지도 모른다. 수년 간 저출산극복 운동을 주도했고, 청년들 기(氣) 죽지 않게 하고, 장애인친구들 신나게 한 판 놀게하고, 신중년들 그들속에 숨겨있던 끼를 살리게 하는 것에 몰입했다. 비단 그 연출이 섬세함에서는 다소 뒤 쳐지고, 높은 예술성은 담지 못했을지 언정 참여하는 것 만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연출했다. 지난 시간 참여 했던 많은 분들이 아무 부담없이 주인공으로 참여하기를 원했다.
 
우리 사무실은 80년대 지어져 물이 세는 건물이다. 짱짱한 새 건물이 유리하기야 하겠지만 관리비가 녹록치 않아 부득이 차선책을 택했다. 좀 폼나는 곳에서 9년 버티다가 재개발로 2019년 1월 옮겨왔다. 이사온 집은 오래되었어도 교통이 편하고, 집에서 10분 걸이어서 운동삼아 걸어다니기도 한다. 다시 2년 이 훌쩍 지났고 많은 사람들이 문지방을 들락 거렸다.
 
여러 단체가 합쳐져 운영되다 보니 고만고만하다. 민간단체란 말만 거창하지 사무실 내서 독립운영하기란 쉽지 않기에 하나 둘 모인 단체들이 제법 된다. 비영리단체는 돈 벌이 하는 것이 아니므로 책상 하나 두고 전화, 펙스, 인터넷, 약 간의 사무실 공간이면 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쉽게 열수가 없다. 한 달에 4~50만원 드는 비용부담도 부담이지만 설령 사무실을 갖추었어도 회원들이 오지 않으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덜렁 한 두 사람만 오가는 공간은 한 달 도 못 버티고 손을 들고 만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로 모이고 지지고 볶고 한다.
신년에는 친한 교수님 추천으로 사회적서비스지원센터를 추가하기로 했다. 지인 중에는 걱정인 분들도 더러 있다. 공간을 늘리면 집세며 운영비는 어쩌냐며 걱정하기도 한다. 함께 사는 지역사회는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야 하고, 그것이 곧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발판이라고 믿고 있던 터라 판을 벌여 놓으면 부담은 가지만 그럭저럭 버티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무실 유지만 되면 성공이고 그 곳에서 한 판 놀면 그만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러 소품, 음향기기, 집기들이 방치 되다보니 녹도 쓸고 엉망이다. 새 공간에서는 그들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도 기대도 해본다.
 
놀이판이 생기면 사람도 모일 것이다. 완벽한 공연장은 아니어도, 최신식 영상실은 못 되어도, 호텔식 상담실은 아닐지 몰라도 음향은 물론이고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주변에 다수의 공연장, 교육공간들이 더러 있지만 코로나19로 절차가 더 까탈스러워졌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이 공간은 누구나 쉽게 이용하도록 하려 한다. 사회적희망판이 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이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무대에 올려 본다는 것이 신기했고, 보리보개를 넘고 설레임을 딛고 창작극이 탄생됨도 알게되었다. 무대 위에서 자신을 내 놓을 때 느끼는 다이돌핀(didorphin)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오직 남들 속에서 나를 보일 때 살아 있음도 직시한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도록 그냥 판을 깔아보았고 또 깔아보려 한다. 그 판에서 웃고 즐기고 연기하고 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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