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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축수산물은 뇌물 아닌 선물,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어야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이두현기자 송고시간 2021-01-20 11:04

농축수산물은 선물이다. 뇌물로 보지 말자
상한액을 정해놓는 것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발상
연중 선물할 수 있도록 법령 재정비해야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공직사회 맑아져
이두현 논설위원, 교육학박사./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이두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이 2015년 3월 27일 법률 제13278호로 제정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다.
속칭 ‘김영란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은 공직자가 일정금액 이상을 받으면 대가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한다는 게 요지다.
 
뇌물은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였던 존 누난이 1984년에 쓴 「뇌물의 역사」란 책을 보면 기원 15세기 고대 이집트 시대 때부터 이미 뇌물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의 연개소문에게 억류됐다가 푸른색 베를 뇌물로 주고 풀려났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뇌물은 인류의 중병이다. 정부에서 전염병 백신 같은 법령들을 내놨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뇌물은 신종바이러스로 변형되어가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덕과 법, 그리고 교육으로도 발본색원하기 어려운 것이 뇌물이다.
 
뇌물(賂物)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다. 뇌물은 원래 악의적으로 쓰였던 것은 아니었다. 한자어 ‘뇌물 뇌(賂)’자는 ‘조개 패(貝)’자와 ‘낱낱의 각(各)’자로 조합돼 있다. 옛날에 화패로 쓰였던 ‘조개(貝)를 사람들에게 골고루(各) 나눠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는 물건이 ‘선물’이라면 ‘뇌물’은 의도된 대가를 노리고 주는 물건이다. 선물과 뇌물은 이처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받고나서 잠을 잘 자면 선물이고 그렇지 못하면 뇌물이라고 한다.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쁜 선물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자칫 선물은 뇌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추락하게 된다.
 
명절이 되면 공직자들은 선물 때문에 고민에 빠지곤 한다. 신종 공무원 명절증후군이다. ‘김영란법’이라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엔 선물이 노이로제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 공직자에 대해서만 금품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이 법 시행 이후 공직사회가 정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잘 된 일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을 올 설날에 한해서라는 조건을 달아 20만원까지는 선물하는 것을 허용했다.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농축수산물이 김영란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거나 청렴사회 건설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억눌림에서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상한액을 정해놓는 것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발상이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인 농축수산물을 선물로 주고받는 건 우리네 고유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선물이 졸지에 ‘부정한 뇌물’로 비쳐진 것은 씁쓸하다. 이 법으로 인해 농축수산물 선물은 무조건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되어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 법 울타리에 갇혀 있다. 그래서 현실에 맞게 법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 먹거리는 일년내내 언제든지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명절에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가를 정해놓지 말아야 한다. 명절 때마다 한도를 상향하는 예외적 조치로 그칠 것이 아니라 아예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농축수산물이 경제활동에서 위축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은 선물이다. 뇌물로 보지 말아야 한다. 농어민의 피와 땀으로 생산한 국민의 먹거리가 뇌물 규제대상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도 달갑지 않다. 정부와 농어민이 함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두현./아시아뉴스통신 전북취재본부 논설위원, 시인, 교육학박사

dhlee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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