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구 시인./아시아뉴스통신DB |
[아시아뉴스통신=유병철 기자]
아침 나절 잠자던 바람이 제법 나뭇잎을 흔든다.
온 산을 치장하던 산벚꽃, 연록으로 곱던 자락마다 풋풋한 초록의 바닷물 일렁이는데,
어느새 애기사과꽃, 배꽃 지고 배고픈 중생들 눈요기라도 하라고 이팝꽃, 아카시꽃 고봉으로 피었어라.
바람에 실려 오는 해산한 보리, 밀의 비릿한 젖내음 송화 노오란 꽃가루에 허기진 가슴 미련도 없이 뚝뚝 떨굴 목숨도 없이 어찌 봄을 보낼 건가,
또 다른 계절을 맞을 건가.
고운 햇빛 환장하게 좋아 몸서리를 치는 잎새들, 바람의 손길에 진저리를 치는 가지들을 좀 보아.
햇빛과 바람이 펼치는 열락의 시절이여!
꽃 진 자리마다 자라는 생명으로, 썩은 물 속에서 솟는 인연처럼 질긴 목숨으로 하여 신열(身熱)이 나는구나.
잎 지고 잎 나듯이, 꽃 피고 꽃 지듯이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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