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뉴스홈 영화/공연
[영상] 넷플릭스 '수리남' 실화 사건, 마약왕 조봉행 검거작전 막전막후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최상기기자 송고시간 2022-09-14 11:23




[아시아뉴스통신=최상기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 인기를 끌면서 실제 과거 사건도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 시리즈 연출작인 '수리남'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에서 위세를 떨친 한국인 마약상과 그를 잡는 국정원 요원, 그리고 국정원의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드라마 수리남이 실제와 어떻게 같고 다른지,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전요환 = 실존인물 '마약왕 조봉행'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은 실존인물 '조봉행'을 모델로 했습니다.

조봉행은 대한민국, 수리남 국적의 범죄자로, 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거주하면서 대규모 마약밀매조직을 운영했고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과의 공조 작전으로 2009년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징역 10년과 벌금 1억을 선고 받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가짜 목사'로 그려지지만, 조봉행은 원래 1980년대에 선박냉동기사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8년 정도 수리남에 거주하면서 현지 사정에 밝았는데요. 

1994년 5월, 빌라 신축과 관련된 1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수배에 오르자 한국 경찰이 수사하기 어렵고 잘 알고 있는 수리남으로 도피했습니다.

그 후 1995년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 생선 가공공장을 차렸는데, 실상은 어업회사에게 세금 없이 제공되는 면세유를 돈을 받고 밀매하는 것이 주 수입원이었습니다. 

또 중국인 등을 공장에 취업시켜 미국, 유럽으로 밀입국시키는 사업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 단속 강화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고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다른 수입원을 모색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마약'이었습니다.

조봉행은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 조직 '칼리 카르텔'과 손을 잡고 마약 사업을 펼쳤습니다. 

오랜 수리남 거주 생활 덕분이었는지 사업은 빠르게 번창했고 수리남 고위 정치인, 관료, 군 관계자와도 두터운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심지어 수리남 대통령이었던 '데시 바우테르서'와도 오랜 친분이 있었습니다.

조봉행은 이러한 막강한 권력을 토대로 수리남에 입국하는 아시아계 승객 명단을 미리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는 현지 한국 교포들을 포섭해 국내로 보낸 뒤 조봉행을 광물 사업가로 소개하고 조봉행이 건네는 보석(마약)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운반해주면 4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제안으로 한국 국민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운반책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주부, 대학생 등이었고 사정도 모른채 조봉행의 마약을 운반한 이들은 현지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되거나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2004년 아는 사람이 부탁한 짐을 옮기다가 프랑스 세관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붙잡혀 1년4개월간 옥살이를 한 주부 '장미정 씨' 이야기는 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조봉행의 마약 사업은 전 세계로 퍼져갔고 2005년에는 인터폴 수배명단에 오를 정도였습니다. 

이어 조봉행은 일본과의 마약거래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으로의 마약 공급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소식을 접하고 2007년 10월, 조봉행 체포를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데요. 수리남과 대한민국은 수교 관계이지만 현지 대사관이 없고 관련 업무는 베네수엘라 한국 대사관이 겸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수리남 경찰과 군 조직은 조봉행이 매수했기 때문에 쉽사리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K씨의 등장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니 바로 K씨였습니다. 

K씨는 드라마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강인구'의 실존인물입니다.

K씨는 수리남에서 사업을 하다가 조봉행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 내용을 접수한 국정원은 K씨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이었지만 오랜 고민 끝에 K씨는 국정원의 협조를 수락합니다.

국정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DEA가 꾸며낸 방법은, K씨를 가상의 재미교포 마약상과 조봉행 사이의 마약거래 브로커로 위장시켜 조봉행에게 접근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K씨는 조봉행, 그리고 조씨의 부하 몇 명과 함께 한 집에서 생활했는데요. 

K씨는 비밀유지를 위해 특정 시간에만 국정원과 연락했고 잘 때는 권총을 베고 잘 정도였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K씨, 목숨의 위기

그러던 어느 날 조봉행의 한국인 부하 A씨가 K씨의 정체를 알아차렸습니다. 

드라마에서 설정상 유연석이 연기한 고문 변호사와 실존인물 A씨인 듯 합니다.

K씨는 '너도 한국에 가족이 있는데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나하고 손을 잡아 좋은 일 하자.'라고 하며 A씨를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K씨는 A씨를 국정원과도 연결해주었습니다. 

A씨는 눈물을 흘리며 협조를 약속했고 이렇게 위기는 넘기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3일 뒤 K씨에게 조봉행의 부하가 나타났는데, A씨가 배신한 것이었습니다. 

K씨는 살해되기 직전이었지만 조봉행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조봉행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습니다. 

이때 K씨는 'A씨가 하도 말이 많아서 그러지 못하게 장난 좀 친 거다. 

나를 못 믿겠거든 맘대로 해라.'라고 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K씨를 믿지 못해 만약 제거한다면 조봉행 입장에서는 어럽게 구한 한국인 브로커를 잃는 셈이었습니다. 

결국 조봉행은 K씨를 향한 의심을 거두었고 오히려 A씨가 조직 뒷선으로 밀려나게 됐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국정원 - K씨의 조봉행 검거(체포)작전

2008년 초 K씨와 국정원, DEA는 조씨를 현지에서 검거하기 위해 공동작전에 착수했습니다. 

2008년 9월, K씨는 조봉행에게 직접 거래할 마약을 봐야되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조봉행은 K씨를 차에 태워 행선지가 드러나지 않게 K씨의 얼굴에 복면을 씌운 뒤 한 창고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창고에는 한국에 보낼 코카인 1.2t, 거래가로 1조원이 넘는 코카인 더미가 쌓여있었는데요.

현지 체류 경험이 2년여 정도 되고 카지노, 클럽의 불빛, 차의 움직이는 방향 등으로 창고의 경로와 정체를 파악한 K씨는 국정원에게 이 사실과 함께 창고 급습과 조씨 검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DEA 측이 AK 총으로 무장한 마약 조직원들과의 대규모 총격전과 인명 피해를 우려해 작전 시행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결국 현지 체포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마약왕 조봉행의 최후

이대로 조봉행을 체포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K씨는 조봉행을 계속해서 설득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결국 조봉행은 이 거래를 수락합니다.

2009년 7월 23일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완전무장한 브라질 현지 경찰이 입국장 주변에서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국정원 요원들과 K씨도 현장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인 오후 5시에 조봉행은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또한 예정된 탑승자 명단에도 조봉행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K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조봉행과 연락하는 척 하며 브라질 현지 경찰의 철수를 늦추었고 2시간 뒤 조봉행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브라질 경찰은 환영 선물로 조봉행에게 수갑을 채워줬고, 오랫동안 수리남에서 나오기를 거절한 대한민국 마약왕은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체포됐습니다.

이후 조봉행은 범죄인 인도결정으로 한국으로 압송되었고 서울중앙지법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습니다.

조봉행은 지난해 출소 후 수리남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는 중이라고 하며 정확한 근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루머에 따르면 그동안 마약을 밀매해 모아둔 돈으로 수리남에서 호화스럽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확실한 정보는 아닙니다.

실화를 다룬 드라마 수리남의 실존인물을 찾아보니, 오히려 악당 조봉행보다 K씨의 삶이 더 드라마틱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수리남'에서 국익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웠던 국정원과 K씨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 문화골목 씨네위키 마치겠습니다. (유튜브 문화골목)

inchu5509@daum.net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