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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돗교회 정이신 목사, '저녁에 드리는 기도'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3-04-21 06:53

아나돗과 함께 읽는 성경 정이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저녁에 드리는 기도(시편 5편)

[01]
다윗이 처한 상황이 매우 다급합니다. 그래서 다윗은 “내 기도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아잔), 내 신음을 들어 주십시오(빈).”(1절), “내 탄식 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십시오(카샤브).”(2절)라고 세 개의 명령문으로 자신의 처지를 하나님께 아뢨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세 개의 문장에 쓰인 동사가 모두 다르지만, 우리말 번역 성경은 이걸 비슷한 말로 번역했습니다. 다윗은 이런 표현을 통해 하나님이 계신 곳에 있는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그의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시를 보면 다윗은 아침부터 하나님을 찾아가 그의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아침은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밝아오는 때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고(예레미야애가 3:23)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에 다윗이 하나님을 찾아간 건 하루를 주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그가 각오를 다진 것입니다. 

[02]
다윗은 하나님께 하소연했을 뿐 아니라, 그의 탄식 소리까지 귀담아 들어주시라고 했습니다. 이는 다윗이 처한 상황이 너무 기가 막혀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상황이 되면 예루살렘에 거하는 왕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처럼 다윗도 그의 왕인 하나님께 호소했습니다. 다윗은 “나의 왕(임금), 나의 하나님”이라고 했는데(2절), “나의 하나님”은 예수님이 말씀했던 “아빠 아버지”란(마가복음 14:36)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인간의 탄식 소리까지 들으신다는 건 인간이 표현하지 못하는 기도까지 들으신다는(로마서 8:26) 의미가 암시된 표현입니다. 

[03]
다윗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호소했습니다(3절). 하나님은 사람에게 제물을 받으신 후 그 제물이 주님의 마음에 흡족했을 때 응답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일을 만났을 때, 하나님의 정의에 의지해서 기도하면(4:1) 들어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악인의 행위를 미워하시기에, 다윗은 저들이 주님 앞에 나설 수 없다고 했습니다(4절). 하나님은 죄악을 좋아하지 않으시고(4절), 악한 일을 저지른 사람을 미워하시며(5절), 사기꾼을 몹시도 싫어하십니다(6절). 이렇게 하나님이 세 겹으로 미워하시는 일을 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끝난 것입니다. 시에 나온 표현을 히브리어로 보면, “교만(할랄)”은 ‘스스로 밝고 의로운 존재라고 자랑하는 것’으로 우상숭배의 뉘앙스가 포함된 말입니다. 교만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보다 자기의 힘을 더 의존하기에 주님 앞에 나갈 수 없습니다(5절). “악한 일은 저지르는 자”는 <시편>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한 악인에 대한 호칭이고, “싸움쟁이”는 무책임한 말을 통해 남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람입니다. 

[04]
히브리어 키 때문에 한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는 <4∼6절>은 여섯 문장인데, 앞의 세 문장은 부정문이고 뒤의 세 문장은 긍정문입니다. 그런데 부정문에 쓰인 세 개의 동사 “(하나님이) 좋아하시다ㆍ(하나님과) 어울리다(4절), (하나님 앞에) 나서다(5절)”는 “악한 일을 저지르는 자(5절), 거짓말쟁이ㆍ싸움쟁이ㆍ사기꾼들(6절)”과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단어입니다. 이 세 개의 단어는 <4∼6절>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아닌 <7절>에 나온 하나님께 은혜를 입어 주님의 집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 때는 예루살렘에 성전이 지어지지 않았기에 이 문장에서 “야훼의 집”은 언약궤를 안치한 성막입니다. 훗날 이 시를 문서로 기록하면서 <시편> 기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반영해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악인은 좋은 게 있어도 그게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지 못하기에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7절>에 등장한 사람처럼 좋은 게 어디서부터 왔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이게 주는 복을 받습니다. 

[05]
다윗이 하나님 앞에 나갈 수 있는 건 오직 주님의 은혜(헤세드)라고 했습니다(7절). 다윗과 달리 악인들의 헤세드는 호세아가 말씀한 것처럼 아침 안개나 덧없이 사라지는 이슬과 같습니다(호세아서 6:4). 그런데 구약성경에 나온 아침 안개ㆍ이슬이란 표현은 그것의 배경이 중동이란 걸 기억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중동의 기후에서 아침 안개ㆍ이슬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중가요인 ‘안개 낀 장충단 공원’과 같은 분위가 연출되지 않습니다. 다윗은 악인들과 그가 다르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그러나 나는(우아니)”이란 강조형을 사용했습니다(7절). 그러면서 그가 가진 의가 아니라 하나님이 은혜로 베풀어 주신 의로 주님의 집에 오게 됐으니, 주님을 경외하면서 주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06]
다윗이 저자로 알려진 다른 시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님의 헤세드를 경험한 사람이 드리는 기도가 <8절>입니다. 이는 <3ㆍ4편>에도 나온 것인데, 종교적 경건 생활이 일상생활로 이어져야 한다는 다윗의 권면입니다. 하나님의 공의(츠다카)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주님께 자신을 이걸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할 수 없습니다. 다윗이 한 기도를 보면 그는 하나님의 공의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께 ‘제 삶에 이렇게 개입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그들의 삶에, 인류 역사에 하나님이 개입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시를 보면 하나님이 인류 역사에 개입하시는 통로가 은혜ㆍ공의입니다. 은혜롭게 믿음으로 행동하지 않고, 공의롭지 못한 길을 가면서 하나님께 개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도는 성경에서 말한 기도가 아니기에 주님이 응답하지 않으십니다(참조. 야고보서 4:3). 

[07]
<9절>에서 입ㆍ마음ㆍ목구멍ㆍ혀는 사람의 생각에서부터 말로 이어지는 기관으로, 손발처럼 직접 무엇을 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기관들이 주도해서 신체에 있는 손발을 움직입니다. 따라서 이게 사람의 모든 걸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열린 무덤”은 죽음과 더불어 중동과 같이 더운 지방에서는 끔찍한 악취를 상징했고, “아첨(할라크)”에는 ‘나누다, 미끄러지게 하다’란 뜻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시를 보면 다윗은 대적자들에게 조롱ㆍ험담을 들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신약시대에 바울은 <9절>을 <로마서 3:13>에 인용했습니다. 이 말씀과 <시편>의 다른 몇 곳을 조합해 <로마서 3:10∼18>을 기록하면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밖에 있는 모든 인간의 실존이 이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바울은 다윗이 하나님께 기도했던 그의 대적자들의 모습이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유대인과 그리스인의 모습과 같다고 했습니다.

[08]
<10절>에 나온 꾀(모에짜)는 <1:1>에 나온 “악인의 꾀(에짜)”와 어원이 같습니다. 성경에 나온 교훈 중 하나가 악인들이 저들의 꾀에 빠지도록 하나님이 내버려 두신다는 것입니다(로마서 1:24ㆍ26ㆍ28). 악인들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지 않고 다른 편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꾀를 냅니다. 그래서 다윗은 악인의 꾀가 만든 함정에 저들이 빠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악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저들의 꾀로 만든 길로 가면 주님의 심판이 나타나기에, <10절>의 서두에서 다윗은 저들이 죄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나님이 말씀해 달라고 했습니다.

[09]
<12절>에는 이 시에서 세 번째로 키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11∼12절>을 한 단락으로 구분하지 않고, <12절>만을 한 단락으로 구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12절>에 따르면 하나님은 주님의 정의로우심을 따르는 의인에게 복을 주십니다. 이 복은 <1:1>의 아쉐레이(행복)와 다른 바라크입니다. 어떤 사람이 하나님께 무릎 꿇었다면 주님과 그 사람의 관계는 아주 좋게 유지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주님께 무릎을 꿇은 사람만이 이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에게 “큼직한 방패”가 돼 주십니다. 이 방패는 <3:3>에 나온 작은 원형의 방패(마겐)가 아니라 온몸을 가려주는 방패(치나)입니다. 치나는 <시편>에 세 번 나오는데, <35:2>에는 치나와 마겐이 같이 나오고 <91:4>에는 <12절>처럼 치나만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방패의 크기를 보지만 다윗은 그걸 보지 않았고, 이 방패가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12절). 이런 다윗의 믿음에 걸맞게 하나님은 그가 처한 상황에 맞는 크기의 방패를 사용해서 그를 보호하셨습니다. 치나와 마겐! 때론 큰 방패인 치나로, 과잉보호를 방지하기 위해서 때론 마겐으로 다윗을 보호하시는 하나님과 그걸 노래한 그의 대응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10]
우리나라에서 크리스천이 흔히들 하는 통성기도는 토해내는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통성기도를 한 후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차례를 밟아야 합니다. 통성기도를 한 후 기도자는 자신이 토해낸 기도를 곱씹으며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무한한 은혜를 경험해야 합니다. 또 하나님과 주님이 이끄시는 섭리 앞에서 자신이 피조물이란 걸 철저하게 자각해야 합니다. 통성기도를 한 후 그 기도가 하나님께 전달되기 위해서는 성령님이 이끄시는 정의로운 길로 가서 바르게 살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방패 뒤에 있어야 우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게 우리가 대적자들의 험담ㆍ조롱에 맞서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기도자가 아무리 많은 시간 동안 통성기도를 해도, 그 기도가 하나님께 올라가지 못하고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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