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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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에서 이정화 작가(서예가) 전시회 개최

[인천=아시아뉴스통신] 양행복기자 송고시간 2024-06-04 10:53

…오는 14일까지 인천세종병원 지하1층 갤러리란에서
거침없는 필체에는 한국의 美, 건강한 기운, 희망, 응원, 나눔 가득
3일 인천세종병원 지하1층 갤러리란에서 이정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병원 

[아시아뉴스통신=양행복 기자] [인터뷰] 이정화 작가-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에 이정화 작가(서예가)가 떴다.
 
그는 ‘인중’이라는 호로 K-묵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인 청년 서예가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 드라마의 대필서예가이자, 국내 유명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국내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3일 인천세종병원 지하1층 갤러리란에는 그의 작품 30점이 걸렸다. 그는 병원 벽 전체를 글을 쓸 수 있는 넓은 한지로 탈바꿈시켰다.
 
전통적인 묵색은 물론, 천연재료로 만든 물감(분채)을 활용한 초록색, 분홍색 색감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묵화도 여백을 살려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번 전시회 주제는 ‘마음 놀이터 : 심장(心場)’이다. 이 작가에게 세종병원은 어릴 적 선천성 심장병을 앓다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은 마음의 놀이터이자 희망의 공간이다.
 
30여년 전 세종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을 증명하는 빛바랜 심장수첩(진료기록)도 액자에 담긴 채 전시장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3일 인천세종병원 지하1층 갤러리란에서 이정화 작가가 30여년 전 세종병원에서 심장 수술받을 당시부터 간직하던 심장수첩(진료기록)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세종병원

‘꼿꼿하게 :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글귀와 연꽃을 표현한 수묵화, ‘씀씀이 : 쓴다는 것은 나의 것을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나눈다’는 글귀, ‘한 방울씩, 마음 : 한 방울의 마음이 모여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을 표현한 수묵화 등.
 
거침없는 필체와 세심한 그림에는 한국의 미(美)와 건강한 기운이, 또 메시지에는 희망과 응원이 가득하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나눔의 의미도 더했다.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 희망과 응원을 주는 서예 재능기부는 물론, 작품 판매 수익금을 심장병 환자 치료 지원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한다.
 
이 작가의 전시회는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7일과 12일에는 인천세종병원 1층 로비에서 이 작가가 요청하는 분이 원하는 글귀를 써주는 ‘행복 글귀 써주기 행사’도 펼쳐진다. 수익금은 역시 심장병 치료 지원 후원금으로 기부한다.
 
인중 이정화 작가는 4일 “세종병원은 어린 시절 내게 건강을 되찾아준 고마운 곳이다. 깊은 인연이 있는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어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전시회는 누구나 마음을 편안히 갖고 놀 수 있는 놀이터처럼 꾸몄다. 벽에 걸린 놀이기구(작품)를 통해 지치고 힘든 일을 겪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쉼을 드리고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작가와 일문일답.
 
►세종병원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는 어찌 되는가.
▲ 세종병원은 내가 5살이던 지난 1995년,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2021년에 전시회를 통해 마련한 인생 첫 수익금을 역시 인생 처음으로 세종병원에 기부하며 다시 인연을 맺었다. 그다음부터 바자회에도 참석하고 꾸준히 교류해왔는데, 병원 내에 전시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전시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전시회를 추진했다. 서예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건강을 지켜준 세종병원에서 30여년 만에 개인 전시회를 개최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을 소개해달라.
▲ 모든 작품은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꼿꼿하게’는 자신의 처한 상황과 주변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갈고 닦으며 마침내 톡 하고 피어오른 연꽃의 모습을 담았다. ‘씀씀이’는 돈을 쓴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건넨다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쓸 때도 필연적으로 어떠한 것에 값을 지불하게 된다는 뜻을 담았다. 어쩌면 쓴다는 것은 나의 것을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나눈다는 문장의 줄임말이 아닐까 싶다. ‘한 방울씩, 마음’은 작은 컵에 있던 물이 한 방울씩 아래로 떨어져 큰 그릇에 담기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한 방울의 마음이 모여 세상의 빛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전시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전시는 공간의 제약이 없다. 다만 이곳이 그냥 병원이 아니라 내가 치료받고 회복한 곳이니까 느낌이 남다르다. 심장병을 가졌던 작은 아이가 치료받고 건강히 커서 이렇게 서예가로서 전시를 한다니 꿈만 같다. 이번 전시회를 주변에 소개할 때도 너무 뜻깊은 전시라고 강조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지금은 아프고 힘들지만, 작품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졌으면 한다. 작품은 글자가 있는 것도 있고, 그림이 있는 것도 있다. 편하게 감상하면서 각자 느낌대로 재해석도 하고, 위로받길 희망한다.
 
세종병원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얘기를 더 듣고 싶다.
▲ 1995년 경기 광명시에 살았을 때다. 옆집 친구랑 동네 소아과에 같이 갔는데, 진료를 기다리면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다. 이윽고 내 진료 차례가 됐고, 의사가 “많이 뛰어 놀았는가, 숨소리가 이상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어머니께 권했다고 한다. 이후 찾은 대학병원에서 심방중격결손을 진단받았다. 건강했던 아이가 심장병이라니, 또 병원 의사가 무조건 수술을 빨리하고, 무조건 가슴 정중앙을 개복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하니 당시 부모님께서 엄청난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급한 대로 수술 날짜까지 잡았는데, 부모님께서 마음이 걸려서 다른 병원을 수소문 하셨다고 한다.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심장치료는 무조건 세종병원이라고 해서 다시금 부천에 있던 세종병원을 찾았다. 세종병원 의사는 “여자아이 가슴 중앙에 큰 흉터를 남기면 쓰겠는가. 아이가 커서 비키니 수영복 입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감동을 받고 바로 수술을 결정했고, 1995년 7월 26일 가슴 중앙이 아닌 옆구리를 절개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받았다. 당시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그분 약속이 정말 이뤄졌다. 지금 내 몸에는 옆구리와 등 일부에 절개 흉터가 있는데 속옷은 물론 수영복으로 딱 가려지는 위치에 있어 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수술 후 감기도 잘 안 걸리고 매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021년 인생 첫 기부를 세종병원에 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
▲ 어머니께서는 돈이야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하게 밥 사고 나누는데 쓰는 것이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성공하면 어디까지 나눌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2021년 청년미술상점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여기서 인생 첫 작품 판매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쓱 올라왔다. 또 수십 년간 잊고 지내던 세종병원이 갑자기 떠올랐다. 부모님께 상의드렸는데, 좋은 결정이라고 하시더라. 망설임 없이 세종병원으로 연락해 기부했다. 인생 첫 수익금을 인생 첫 기부금으로 세종병원에 전달했다니,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눔의 의미를 말하자면.
▲ 세종병원에서의 인생 첫 나눔 이후 나눔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3년마다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다음 전시회 수익금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호기금으로 기부했다. 올해 초에는 프랑스 한글학교에서 서예 수업을 하고 돌아와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개인 전시회를 했는데, 그 수익금으로 붓을 구입해 프랑스 현지 한글학교에 물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세종병원 전시회 역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응원과 희망을 주는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의 나눔이라고 본다. 물론 수익금은 심장병 환자 치료 지원비로 기부할 계획이다. 나는 예술가다.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 자세 등 마음의 공간이 항상 필요한데, 예술가는 나눔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눠야 공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이번 전시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특히 어린이 환자에게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 세종병원 의사 선생님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눔을 이어갈 생각이다. 나눔을 한 번 해보니까 쉽더라. 금액이 많건 적건 상관없다. 거듭 말하건대, 나눠야 원하는 공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께서 나눔에 동참하셨으면 좋겠다.
yanghb1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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