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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종식 의원./아시아뉴스통신 DB |
[아시아뉴스통신=조은애 기자] 전국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심사·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전 원장이 퇴직 85일 만에 재취업했다. 옮겨 간 곳은 심평원의 심사·평가를 받아 온 병원이다. 2024년 이후 재취업한 심평원 퇴직 임원 5명의 재취업처는 병원, 의료법인, 제약사, 대형 로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퇴직 임원 재취업 현황’(2024년~2026년 8월)과 취업심사 결과 통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12일 퇴직한 전 원장은 85일 만인 7월 6일 경기 남양주 현대병원 임상진료 교수로 취업했다.
전 원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승인’ 결정을 받았다.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이지만 예외적으로 취업을 허용받은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공직자는 퇴직 후 3년 동안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취업을 승인받을 수 있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취업가능’ 결정과 달리, ‘취업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예외를 허용하는 절차다.
■ 현대병원, 진료비 3,337억 원 심사받고 16억 원 조정
현대병원은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조정과 각종 적정성 평가를 받아 온 종합병원이다. 심평원이 허 의원실에 제출한 ‘현대병원 심사실적 및 조정금액’을 보면, 심평원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 병원에 대해 심사 결정한 진료비는 3,336억 8,200만 원이다. 2022~2025년 연간 600억~800억 원대 규모다. 같은 기간 심평원이 조정한 금액은 16억 1,900만 원으로, 매년 2억~4억 원대였다.
현대병원은 2021~2025년 중환자실, 급성기뇌졸중, 항생제 처방률, 환자경험 등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도 해마다 받았다.
■ 다른 퇴직 임원 4명도 병원·의료법인·제약사·로펌으로
2023년 2월 퇴직한 개발상임이사 A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25년 4월 의료법인 건명의료재단(중앙제일병원 운영) 이사로 취업했고, 올해 4월부터는 같은 재단의 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A씨 퇴직 전 5년간(2019~2023년) 심평원이 이 재단에 대해 심사 결정한 진료비는 943억 원이다.
나머지 상임이사 3명은 퇴직 후 3년이 지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사 없이 취업 신고만으로 재취업했다. 2020년 12월 퇴직한 B씨는 2025년 1월 수원윌스기념병원 고문으로, 2021년 1월 퇴직한 C씨는 2024년 12월 법무법인(유한) 화우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 퇴직한 D씨 역시 2024년 6월 제일약품 자문으로 취업했다. 이 중 B씨가 재취업한 수원윌스기념병원의 경우, B씨 퇴직 전 5년간(2016~2020년) 심평원이 진료비 1,013억 원을 심사해 102억 원을 조정한 곳이다.
■ 현행법 위반 아니지만… 3년 지나면 신고만으로 끝
이들의 재취업은 모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판정을 받거나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심평원은 이들이 재취업한 기관에 대해 퇴직 전 5년간 현지조사를 한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가 2021년 이후 심평원 상대 소송을 대리한 사건도 없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10년 동안 취업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법도 유관 기관과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그만큼 길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서는 퇴직 후 3년만 지나면 사전 심사 없이 신고만으로 재취업이 끝나, 실질적인 업무 관련성과 이해충돌 여부를 따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심평원은 연간 100조 원이 넘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핵심 기관이다. 의료기관 적정성 평가, 신약·치료재료의 급여 적정성 평가, 현지조사 등도 맡고 있다. 이런 기관의 최고위직이 퇴직 직후 심사 대상 병원으로 옮기는 구조는 진료비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퇴직 3년이 지나면 신고만으로 병원·제약사·대형 로펌에 갈 수 있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허종식 의원은 “의사 출신 원장이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진료비 심사를 총괄하던 기관의 수장이 퇴직 석 달도 안 돼 매년 수억 원씩 진료비를 조정받던 병원으로 가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허 의원은 “심평원은 병원·제약사 수익을 좌우하는 기관인 만큼 퇴직 임원의 취업 제한 기준을 일반 공공기관보다 훨씬 엄격히 정립해야 한다”며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승인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퇴직 후 2년간의 업무취급 제한 준수 여부를 복지부와 심평원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