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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굴지의 동문합창단인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이 오는 11월 2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제 10회 정기연주회를 가진다./아시아뉴스통신=배준철 기자 |
늦가을 잦은 비 소식으로 인해 거리의 가로수들이 흩뿌리는 낙엽의 수만큼이나 체감 기온도 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게 계절은 바뀌어 가고 있지만 ‘가장’이라는 짐을 지고 있는 한 초로의 낡은 코트엔 몇 년째 같은 모습으로 일상의 고단함이 쪄들어 있다.
매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가슴벅찬 꿈을 꾸고 멋을 알며 예술을 알던 소년이었지만 청년에서 중년으로의 시간을 보내며 일상에 순응해야만 하는 ‘남자의 길’을 선택했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이 꿈으로만 살아져 갈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그는 어둔 밤 한 잔의 술로 고된 하루를 달래는 어떤 골목에서 들리는 노래 소리에, 여전히 꿈을 꾸는 젊고 뜨거운 소년이 되기에 ‘세상은 살 만 하다’고 말한다.
그는 곧 있을 ‘공연’을 위해 17세의 모습으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합창단원이며 그가 참석한 그리 넓지 않은 합창 연습실에는 그의 아들뻘 되는 앳된 청년부터 그와 청춘을 함께 보냈을 중장년의 남자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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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우 지휘자가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이라는 함선의 선장으로서 특유의 감성을 전달하며 단원을 이끌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 배준철 기자 |
◆ 마음속 숨겨둔 보석을 꺼내다
라디오에서 시몬과 플라타너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지는 계절이 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익숙해진지 오래, 문득 또 다른 이들의 청춘이 그리워질 때면 발걸음은 대학로 마로니에를 향한다.
’지금도 마로니에는...’이라는 가사가 아름다운 옛 노래 처럼 사각거리는 낙엽을 조심스레 밟으며 혜화동 로터리까지 걷다보면 거기, 서울동성고등학교가 있다.
그 이름만으로도 역사와 전통을 가늠할 수 있는 학교. 지난 1907년 개교해 오늘에 이른 동성고등학교의 이름 아래, 44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이 있다.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의 시작은 지난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 재학생들이 의기투합하여 창단된 TEEN 중창단은 지난 반세기 동안 가톨릭 고등학교의 모든 교내 행사를 전담하면서 외부의 초청공연 및 경연 등 많은 교외행사를 도맡아 해왔다.
십대후반의 학창시절을 노래와 화음으로 갈무리 하던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그 추억을 잊지 못했음은 당연하다.
지난 1982년 당시 1기부터 10기까지의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추억을 영원토록 이어가자는 뜻을 모아 창단된 노래모임이 바로 ‘동성 TEEN OB 남성 합창단’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 서로를 아끼는 이들이 모였으니 음악적 성과는 두말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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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에 열렸던 제9회 연주회에서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 단원들이 수사복을 입고 유명 성가곡들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배준철 기자 |
◆ 남성합창의 길라잡이가 되고파
대한민국에서 흔하지 않은 남성합창단, 그중에서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을 이어가는 합창단이 얼마나 될까?
물론 TEEN OB 합창단원 중 성악을 전공한 이들의 수가 적지는 않지만 현재 대부분의 단원들이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 돼 있다.
그저 노래가 좋아서 화성과 조화로움을 이루는 과정이 좋아 한자리에 모인 그들이기에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아마추어 합창단이지만 열정이 매우 높고 실력 또한 프로페셔널의 그것과 견주어도 전혀 뒤쳐짐이 없다고 자신한다.
실제 그 동안의 활동 이력을 보면 그네들의 단순한 취미활동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단언컨대,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의 선두그룹에 있다.
남성만의 강하고 선이 굵은 음성과 두성으로 자아내는 공명, 그 속에서 조화되는 탄탄한 화성을 갖춘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남성합창이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을 지니며 매력적인 보이스의 OB 합창단으로 인정받아왔다.
합창을 통해 단원들은 삶의 지혜와 공동체의 가치를 배운다.
서로가 저마다의 음역과 음색을 내려한다면 종국에는 부딪치고 마는 것이 합창이다.
그러나 ‘동성 TEEN OB’의 합창에는 이 같은 한계가 없다.
마치 우리네의 삶처럼, 전체의 조화 속에 각 파트의 다양한 음색과 영역이 잘 녹아 있어야 한다.
일체감과 다양성, 전체와 부분, 모든 존재의 다양성이 존중돼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하나의 사회 속에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져 있는 것, 그 아름다음을 합창을 통해서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이처럼 탄탄한 음악적 백그라운드에 화룡점정으로 ‘감성’이라는 수식어 하나를 덧붙인다.
마치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듯 고운 음색을 지닌 카스트라토의 음색만큼이나 선이 곱고 아름다운 소리로 이뤄진 테너들의 절창이라 해 둘까. 오로지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은 마음속에 숨겨둔 보석같은 합창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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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에 있었던 염수정 대주교 착좌식에서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원들과 김재우 지휘자의 모습이다. /아시아뉴스통신=배준철 기자 |
◆ 다년간의 내공으로 결실을 맺으라
늦가을, 우리에게는 그들의 목소리, 바로 그 마음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올해로 창단 33주년을 맞은 ‘동성 TEEN OB 남성 합창단’은 오는 11월 29일 오후 6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아람누리 하이든홀(서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인근)에서 제 10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그간 다수의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클라코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협연, 평화방송 개국 기념음악회, 대한민국 종교음악제, 동성고 개교 100주년 기념음악회, 김수환 추기경 추모음악회, 염수정 대주교 착좌 축하연, 황금찬 시인 시 낭송회, 대한민국 합창제, 장사익 소리판 <꽃구경> 등과 미처 나열하지 못한 수많은 연주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련되면서도 정교하고 부드러운 하모니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제10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전체 구성을 총 세 개의 스테이지로 나눠 그들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16세기 작곡가 Palestrina의 곡인 'O bone jesu'와 ‘Sicut cervus' 같은 종교음악 스테이지, 정지용 시인의 시를 현대음악으로 풀어낸 ’향수‘를 비롯해 너무나도 친숙한 ’아침이슬’이나 ‘이문세 메들리' 등의 한국 가요 스테이지, 모두가 사랑하는 그룹 ’Queen’의 ‘Bohemian Rhapsody’와 더불어 'Away from the Roll of the sea' 같은 감미로운 팝의 무대, ‘임진강’이나 ‘뱃노래’같은 한국인의 한을 노래하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준비함으로써 어느 한쪽 취향에 편향됨 없이 관객 모두에게 만족함을 선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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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연주회에서 소름돋는 화성과 드라마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있는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의 공연 사진이다. /아시아뉴스통신=배준철 기자 |
이제 수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평가받아야 할 날이 다가 오고 있다.
모든 단원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소리를 모으니 낙오나 나태가 있을 수 없고 남는 것은 오로지 즐거운 마음뿐이다.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형, 아우라 부르며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임이 그저 행복할 뿐.
단원 모두에게 삶의 시작이요 밑거름인 합창단. 늘 자신에게 따뜻한 고향임을 믿는 합창단.
동성 TEEN OB 남성합창단이 걸어온 33년과 그 결실인 연주회는 깊어가는 가을에 바치는 오마주와 같다.
앞으로 다가올 제11회, 12회 연주회를 위해 또다시 웃음소리 넘치는 연습에 참여할 그들,
그들에게 뜨겁고도 조용한 갈채를 실어 보내는 이 밤,
어느 새 연습실 주변 식당들의 불이 꺼져가고 더욱 어둠이 짙어진 골목에는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는 계속 된다.
‘밤은 고이 흐르는데 어데선가 닭소리... 외롭다 내 마음의 등불 꽃같이 피어졌나니...’
◇공연문의: 010-9273-0077◇
배준철 기자(teen21@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