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에는 떠돌이 개들이 산다. 털뭉치 역시 우도에서 주인을 잃은 개이다. (사진제공=문화공간 노닐다) |
처음에 털뭉치가 카페 테라스에 나타났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카페에 오는 손님을 졸래졸래 따라왔던 것인데, 갈색 털로 뒤덮인 이 귀여운 개를 잃어버린 주인은 얼마나 노심초사할 것인가?
꼬리를 흔드는 녀석에게 잘게 부순 머핀을 먹이고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주었다. 얼마나 굶었던 것일까? 녀석이 머핀 하나를 다 먹고도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 녀석아, 이거 손님들에게 파는 거야, 하면서도 나는 새로운 머핀 하나를 들고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동네 할머니가 있어 묻는다. 할머니, 이 개 누구네 집 갠지 아세요? 어, 그거 떠돌이 개라우. 떠돌이 개요? 그래, 이 섬엔 얘 말고도 떠돌이 개가 많아요.
털뭉치는 테라스에서 한참을 놀다가 카페를 나서는 다른 손님을 따라 갔다.
다음날 아침 카페 문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문 앞에 녀석이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인기척에 깬 녀석에게 또 머핀을 줬다. 이걸 먹으러 왔어, 하는 표정으로 게걸스럽게도 먹는다.
그 후로도 녀석은 손님들을 따라와 자주 놀다 갔고, 잊을 만하면 문 앞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떠돌이 개들의 수명이 일반 애완견 보다 턱없이 짧은 것이 영양 불균형과 관련이 깊다는 얘기를 듣고 개 사료를 사다가 식단을 바꿔 주었다.
그런데 거의 한 달간 털뭉치가 보이지 않는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잔인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느 날은 일삼아서 녀석을 찾으러 우도를 한 바퀴 돌아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밭 사잇길에서 녀석을 보았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으나 털뭉치가 틀림없었다. 신나게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야, 털뭉치야! 큰 소리로 불러 보았으나, 질주하는 짧은 다리는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달리는 속도로 인해 녀석의 털들이 바람에 날리는 억새들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