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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작가 최병소,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 '담배 한 갑의 무게'전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1-31 21:35

 '신비롭거나 혹은 웅장해 스팩터클하거나' 작가 최병소는 모두  해당된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레디메이드 오브제 아티스트', 혹은 '신문지 모노크롬 아티스트는 작가 최병소에게 또 하나의 이름이다.  일상과 예술이 하나라고 가정하면 작가 최병소는 미술장르의 마술사임에 틀림 없다.  세상의 모든 미술작품이 신비롭거나 혹은 웅장해 스팩터클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면 그는 둘 다를 포함한다. 평범해 보이지 않고 볼품 없지 않은 작가의 담배 한 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30일 제주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바이크샵에서 문구작가 최병소의 회고전 '담배 한 갑의 무게'전이 열렸다. 

 9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의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설치, 회화, 영상 등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신비로운 문구작가 최병소를 전시투어 현장에서 만났다.  

 ▶ 간단한 작가 소개를 부탁한다
 - 나는 6•25를 겪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1974년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미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고향 대구로 내려가 고(故) 박현기, 김기동, 이강소 등과 어울리며 국내 최초 현대미술제이자 한국 현대 미술운동의 구심력으로 평가받는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축멤버로 활동했다.

 ▶ 전위미술단체 ‘35/128’ 활동이 궁금하다
 - 1975년 대구의 위도와 경도를 의미하는 ‘35/128’이라는 전위 미술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신문지를 연필,볼펜등으로 지우는 작업들을 선보이며 .나만의 독창성을 시도했다.  

 '작가의 실험정신'은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작가의 창작 허브로 존재한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전시장에서 1974년을 유난히 강조해 보이는 듯
 - 내가 미대를 졸업하던 1974년은 유신체제가 공포된지 1년 남짓한 정치 사회적 격동기로,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분위기였다. 당시 미술계도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회피하려는 단색화 사조로 편중되었다. 그와중에도 AG와 ST로 대변되는 한국실험미술작가들 일부는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발언을 시도했다.

 ▶ 전시를 준비하는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을텐데
  - 한 여름 백화점 전시장에 생선을 가져다 놓고 냄새가 진동하도록 해서 결국 철수를 명령받거나, 영상기기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이미 영상 작품을 제작하는 등의 실험을 했다. 이 시기는  신문과 잡지 등을 사용한 모노톤의 작업 결과물을 두고 단순하게 단색화그룹에 작가의 이름을 올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 문구작가, 생소한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  미술재료가 필요없는 작업,  재료비를 최소화한 작업, 담뱃 갑 정도의 작업에 골몰했던 것은 평생을 전업작가로 살며 지속가능한 작업방향을 고민했던 작가의 생활 모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번 전시도 이런 작업방식에 주목한 것 아닐까. 

 세탁소 옷걸이, 저렴한 의자, 테이프, 신문 등은 문구작가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사용된 소재가 재미있던데
 - 세탁소 옷걸이, 저렴한의자, 테이프, 잡지, 신문등 생활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사물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뒤틀어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보려 한다.  세탁소 옷걸이는 이리저리 뒤틀리며 아름다운 선이 되고, 얇고 투명한 테이프는 여러 번 감기기를 반복하다가 불투명하게 공간을 구획하는 입체물로 변신한다.

 접혔다 펴졌다를 반복하며 제 자리를 못 찾던 의자에게는 정확한 자리를 배분해 주고, 잡지나 신문은 본래 가진 글자나 사진이 볼펜이나 연필로 뒤덮인 채 사라져 하나의 회화로 다시 태어난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값어치 없는 무명의 오브제가 그렇게 이름을 갖는 예술품으로 변신해 가는 작가의 시선은 분명 특출하다.  

  담배 한 갑 정도의 가치에서 시작된 작품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지게 될지 기대해도 좋을듯 하다. 예술의 무게가 생활의무게, 삶의무게로 대치될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특히 최초창기 데뷔작을 재현하는 것은 물론 최근작까지 한 공간에서 만나는 매력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일종의 보너스 같은 존재이다.

  문구작가 최병소의 '깃발영상'을 통해 제주바람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전시구성이 궁금하다
 - 바이크샵 지하 1층에선 세탁소 옷걸이들이 하나의 입체적인 선이 되어 공간에 드로잉을 한다.

 1층 공간에선 벽면 의자 위에 오브제가 올려진 사진작품이 4점 걸리고, 다른 벽엔 아크릴물감으로 제작한 추상회화 8점이 소개된다. 의자 설치는 1975년도에 처음으로 소개한 작품으로 40년전에 시도한 설치작업이 아직도 유효한지를 확인해 볼 수 있어 좋다.

 2층에선 최신작인 깃발 영상 작업을 볼 수 있다. 평면 작업을 깃대에 매달아 제주의 바람을 동력삼아 휘날리는 깃발을 2채널로 설치한 작품이다. 

 또한 전시공간 중앙의 기둥 사이를 테이프로 칭칭 휘감은 설치는 1974년 '한국 실험작가전'에 출품했던 데뷔작이다.

 3층에선 화병에 꽂은 안개꽃이 바닥에 떨어지면 그 떨어진 자국을 분필로 표시하는 작업을 볼 수 있다.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잡지나 신문지에 연필과 볼펜으로 작업한 평면작품도 이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평범하지 않고 볼품없지 않은 작가 최병소의 존재는 일견 웅장해 보인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평론가 신혜영은 '섬약하고도 강건한 검은화면, 그 ‘애매성의예술’을 통해 "최병소 회화가 지닌 고유함의 또 다른 요인은 재료의 선택과 그 변용에있다"며 "신문지를 작품의 주된 재료로 선택한 것은 그것이 '저렴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수 있 는재료'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가 사용해 온 지지체는 주로 신문지와 잡지, 때로는 비행기표나 지폐 등과 같은 일상의 오브제고, 그가 사용하는 매체는 물감을 묻힌 붓이 아니라 책상 옆에 굴러 다니는 볼펜 같은 문구라는 점이 신비롭다.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재료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선긋기라는 행위를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미적 산물을 만들어 내는 최병소의 회화는 진정한 의미의 일상과 예술의 경계 흐리기일것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삶과 밀착된 그의 작업태도를 살펴보면 평생을 집에 딸린 작은 골방에서 잠자고 밥먹는 시간외에는 음악을 들으며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는 그에게 일상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공감하게 된다. 덕분에 작업실이 없는 작가는 거실에서도 침실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작가가 가장 손쉬운 거리에서 와 닿은 일상의 평범한 사물인 '신문지'와 '문구'를 삶과 예술, 일상과 예술, 현실과 미술을 이어주는 작가만의 '레디메이드 오브제'로 승화시킨 작가의 작품 세계가 신비롭고 웅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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