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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남 성매매 장부 공개한 김웅 대표 강연에 경찰차 두 대 대동, 경찰은 무엇이 두려웠나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차연양기자 송고시간 2016-02-19 18:20

17일 부산 상공회의소서 열린 김웅 대표의 ‘강남 성매매리스트 공개 숨겨진 이야기’ 강연장서 경찰-주최자 간 소란 발생... 주최자 “아킬레스건 건드렸다 생각했나”, 경찰 “단순 예방차원 출동”

차연양 기자.(아시아뉴스통신 DB)
지난달 16일 언론 보도를 통해 6만 6385명의 ‘강남 성매매 리스트’가 공개돼 공공연하게 묵시되고 있는 불법 성매매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수사가 시작되고 현재도 느린 걸음으로나마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의 본질은 ‘죄 지은 사람 처벌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수사기관인 경찰은 적어도 조직이 가진 막중한 힘을 그것에 집중시켜야 함에도 여전히 ‘면(面) 세우기’에만 급급한 소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스트를 공개한 여론기획 전문회사 ‘라이언 앤 폭스’의 김웅 대표는 장부의 입수부터 수사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지켜본 ‘찌든’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난 18일 오후 7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강연자로 참석해 풀어냈다.


강연의 궁극적 목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도 사건화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이 ‘전직기자’가 알려주는 ‘언론에 찌르는 노하우’를 통해 정보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함이었다. 억울함을 풀고 싶거나 구린내 나는 행태를 정보사회 속에 사는 국민 누구나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저 이러한 단순한 취지로 마련했다는 해당 강연은 시작도 전에 소란을 빚었다. 입장 전 승용차와 승합차, 두 대의 경찰차가 출동해 강연장 앞에서 주최자와 언쟁을 하고 있기에 큰 사건이라도 일어났나 싶었다.


강연의 주최자인 정연우 온굿플레이스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국민들도 알아야 하고, 누구나 정보의 가치를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김웅 대표를 모신 것뿐인데 경찰들은 왜 강연장에 들어오려고 하고, 왜 주최자인 저를 데려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의미인 것인가”라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김웅 라이언앤폭스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7시 부산상공회의소 상의홀에서 ‘강남 성매매리스트 공개 숨겨진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사진 오른쪽은 김웅 대표, 왼쪽은 사회자이자 행사를 주최한 정연우 온굿플레이스 대표.

강연에서도 밝혔듯이 김웅 대표는 정보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통탄의 답답함을 느꼈다.


입수한 22만건 중 6만 6000여건의 성매매 리스트를 언론과 수사기관에 넘기자 성매수 남성들의 전화번호, 차량정보, 생김새, 특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음에도 조작을 의심했다.


“백번 양보해 누군가 조작한 것이라고 치자. 도대체 누가, 왜 22만명 분이나 되는 정보를 만들어냈겠냐. 22만건을 일일이 다른 경우의 수로 기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

자료를 주겠다고 하니 한 경찰 관계자는 “유사 이래 성매매가 사라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 굳이 그것을 파헤치려 하느냐”며 김 대표를 나무랐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갈을 떠먹여 주는 데도 언론과 검·경은 씹기도 전에 뱉어냈다.


김 대표는 수사기관의 미지근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리스트에 자기식구들이 포함돼있기 때문.


실제로 판·검사, 법조인, 경찰, 대학교수까지 우리사회가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고위층들의 정보가 수두룩했다고.


사건을 최초 보도한 sbs에 따르면,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란 단어가 안 나왔다면 지능범죄수사대가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고 했다.


거북이 걸음이던 경찰 수사의 우선은 기록된 45명의 ‘경찰’의 성매매 사실 확인과 진위여부였고, 중간 브리핑을 통해 45명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성매매를 한 경찰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웅 대표는 이에 대해 “리스트 속 45명의 경찰을 조사한 주체가 ‘경찰’인데 결과는 뻔하지 않겠냐”며 “분명 객관적인 부분이 부족할 텐데 ‘성매매 사실이 없다’라는 경찰의 발표를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부산상공회의소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차./아시아뉴스통신=차연양 기자

이렇듯 ‘경찰’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만큼 경찰 입장에서는 ‘성매매 리스트’라는 이슈를 내걸고 진행된 이번 강연이 민감한 사안이었을 터.


강연 내내 문밖을 지키던 경찰들은 강연이 끝난 후까지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웅 대표는 이날 소란에 대해서 “기자들 사이에서 부산의 성매매 리스트가 공개된다고 잘못 소문이 나는 바람에 경찰들도 이 얘기를 듣고 왔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사실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오는 길에 입구에 있던 한 경찰 관계자에게 무슨 일이냐 묻자 “낮에 소동이 있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예방차원에서 온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짧은 대답에서 경찰이 무엇을 예방하고자 했고, 어떤 사실을 걱정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한 ‘전직기자’의 강연소식에 경찰차 두 대가 움직일 만큼 노심초사인 경찰의 모습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경찰’이 포함됐는지 아닌지가 핵심이 아닌, 성매매특별법에 의거해 ‘위법’한 행위를 한 자들을 가려내고 응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번 ‘성매매 리스트’ 공개와 함께 경찰이 보여줘야 할 최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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