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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정희 독립 큐레이터(2)] '그림으로 희망을 표현'하는 서양화가 채기선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4-05 13:31

9일 제주시 연갤러리, 일출 ’떠오르다’로 만날 수 있어
채기선 작. 마음의 풍경, 유화, 100호 변형 2014.?(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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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속 한라산은 밝고 어두운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을 볼 때 밝은 곳을 더 보게 되거나 밝은 쪽으로 집중하게 된다. 캔버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하늘과 구름은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여서 밝은 빛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뭉뚱그려 표현된 한라산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선명하게 그려진 풍경도 있지만 시선을 두고 싶고 머물게 되는 곳은 밝은 하늘과 한라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제주의 유명한 명소를 배경으로 여명이 밝아오는 장면을 표현했으나 장소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작가의 시선으로 변형하고 함축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캔버스 전체를 감싸고 있는 새벽하늘의 강렬한 붉은 빛에 빠져 들게 되는데.

? 첫 개인전을 시작한 1995년도부터 올해 22번째 개인전을 가졌는데 작업 중 감정을 해석하는 방법이 변화를 겪고 있다. 일출작업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강렬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작품 '떠오르다' 역시 표현하고 해석하는 방법에서 나의 심리적 표현이 색채로 표현할 때 일출장면을 대입해서 그 느낌을 색과 감정으로 그리고 있다. 일출을 단순화하고 강렬한 색채로 감동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

채기선 작. '떠오르다'?유화 30호 2016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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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부문에서 '한라산'으로 대상을 받았는데. 제주에서 한라산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1984년부터 야외스케치를 다니면서 30대 중반까지 1000여 점을 그렸다. 1996년 야외스케치를 다녀오던 날 해질 무렵 천아오름 쪽을 지나갈 때 저녁노을에 물든 한라산을 보게 되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풍경의 외적인 것뿐 아니라 큰 감동과 영혼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메시지를 보았다. 한라산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날 한라산은 300호로 옮겨졌고 그 작품은 지금 수원지방법원 로비에 걸려있다.

덕분에 작업 방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낮에 보이는 실제 풍경의 외형과 현상을 직접 그리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보고 내면의 울림을 받았던 느낌으로 작업을 하면서 낮에 현장에 가서 작업 하는 것에 대한 의미와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 때부터 풍경을 내 마음에서 바라보는 해석이 시작되었고 동시에 한라산을 좀 더 붉고 강렬하게, 하늘은 희망의 빛깔로 노랗게 표현하게 되고 캔버스 앞(아래쪽)에는 어둡게 하여 무게가 깔림으로 인해 한라산이 가지고 있는 신비성을 더 드러나게 했다고 전한다.

일 년에 200여 점을 그리며 다작을 하던 시기였는데 그 중 절반이 한라산 그림이었다고 한다. 2002년에 처음으로 한라산을 주제로 서울과 제주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고 같은 해에 대한민국미술대전 양화부문에서 '한라산'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채기선 작.?'악기와여인'?유화 60호 2014.?(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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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을 통한 인상주의 풍경화와 사실적인 표현의 인물화를 함께 병행하고 있는데. 인물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는지

? 인물화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흔들린 적 없이 지속되어 온 작업이다. 1995년도에 첫 개인전을 하면서 '제주의 자연'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그때는 인물화 전시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4년도에 처음으로 인물화인 '삶의 표정'전을 발표했는데 제주해녀와 주변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큰 터치와 역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 당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현재와 같은 정교하고 사질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기법의 인물화도 계속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2006년도 '악기와 여인'이라는 주제로 처음 전시를 하면서 2007년, 2011년, 2014년도에 '악기와 여인', '애견과 여인' 시리즈를 계속 발표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솔드아웃 되는 경험을 했다.

▶? 인물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화두가 있다면

? 예를 들어 해녀를 그릴 때도 해녀의 노동은 어둡고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어서 그런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해녀가 물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또 다른 정신적인 결과물은 희망이고 사랑이기 때문에 해녀가 주는 긍정적인 것을 표현했었다. 사람은 감정에 따라서 기쁘고 밝거나, 슬프고 어두운 표정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림으로 끌어내어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그래서 인물화인 여인 시리즈에서는 희망의 화두를 본격적으로 끌어내어 악기 또는 애견과 함께 표현하게 되었다.

작가 채기선에게 인물화는 작업을 할수록 더욱 힘든 작업이지만 몰입을 통해 깊은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사람이 갖고 있는 표정, 동작, 빛에 의해 예민하게 달라지는 섬세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 날로 재미있고 신비로워서 애정이 간다고 한다. 이것이 인물화를 지속하게 하는 이유라고 한다.

▶??예술적 영감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 작업실에 들어가면서 가장 처음으로 하는 것은 앰프를 켜고, 작업실을 나오면서 마지막에 하는 것은 앰프를 끄는 것이다. 비발디, 바흐, 텔레만의 음악을 주로 듣는데 기품 있고 우아하면서 악기에서 주는 울림을 통해 영감을 받는데,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그림의 울림까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는 촛불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초는 심지와 촛농이 있어야 하고 촛농이 많아야 오랫동안 불을 밝힐 수가 있다.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 촛농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촛농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통해 희망을 표현하고 전달하는?작가' 채기선. (사진제공=한정희 독립 큐레이터)

작품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작품이 떠오르고 이런 반복이 매우 재미있고 끝이 없이 계속 하게 된다고 한다. 채기선 작가의 화두는 ‘그림에서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물화, 한라산, 일출, 풍경 등을 통해 그의 화두가 전개되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떠오르다’의 일출을 주제로 지난 29일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 개인전을 마쳤다. ‘떠오르다’전은 오는 4월 9일부터 25일까지 고향인 제주 연갤러리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5월에는 서울오픈아트페어와 부산 아트페어를, 10월에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가는 20년 전부터 스스로에게 ‘너는 어떤 화가가 되고 싶은가’라고 자문한다고 한다. 상도 받고, 개인전도 많이 하고 어느 정도 유명해져서 돈도 제법 벌고 싶었지만 그의 화두는 여전히 ‘너는 어떤 화가가 되고 싶은가’ 였다. 다양한 활동과 전시를 통해 작가 채기선은 내일도 오늘처럼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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