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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3.0에 역행하는 부산교통공사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차연양기자 송고시간 2016-08-04 17:20

여성배려칸 관련 민원에 답변 ‘복사-붙여넣기’만, 남성승객 못 타게 막아놓고 언론에는 “제도 빠른 정착 中”... 매크로식 피드백에도 현실은 ‘정부3.0 우수기관’
부산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여성배려칸 입구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DB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라는 3대 가치를 핵심으로 야심차게 운영 중인 ‘정부 3.0’.

일방향 서비스의 ‘정부1.0’, 단순 양방향 ‘정부2.0’에서 나아가 정부 3.0은 공공정보 제공과 소통을 통해 국민 개개인을 위한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의 제공을 궁극적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시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부산교통공사는 어쩐 일인지 ‘개인 맞춤행복’을 간과한 ‘불통행정’으로 ‘정부3.0’에 역행하고 있다.

심지어 고객과의 소통 의지조차 없는 부산교통공사가 지난달 정부3.0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외치는 정부3.0 자체가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3.0 추진실적 우수기관인 부산교통공사가 여성배려칸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오직 ‘매크로식 피드백’과 ‘실상 감추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2일 여성배려칸 시행 첫날부터 부산교통공사 민원페이지에는 단 하루도 해당 정책 관련 민원이 게재되지 않는 날이 없다.

본인이 임산부임을 밝힌 시민 김 씨는 “임산부인데 여성배려칸에서 자리 양보 받은 적은 없다”며 “여성배려칸을 운영하더라도 장애인·노약자·임산부석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이 모 씨는 “붐비는 출퇴근 시간 하필 가장 접근성이 좋은 5호차에 여성배려칸을 편성해 남성노인, 남성장애인, 영유아를 동반한 남성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덜 붐비는 시간에 운영을 하든, 위치를 조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송 모 씨의 경우 “여성배려칸 운영으로 지하철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과 성추행, 노골적 시선, 여자폭행 문제 등에 대해 안심이 된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시민의 의견에 부산교통공사 측은 오로지 “고객님의 의견을 포함 남성에 대한 역 차별 논란 등 부정적인 견해와 여성에 대한 배려 문화와 성범죄 예방 등 긍정적인 견해가 양립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답변을 기계적으로 붙여 넣을 뿐이다.

긍정적 의견이든 부정적 의견이든 공사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단순한 불만을 넘어 개선점을 제시하고 요구사항을 피력하는 모든 여성배려칸 관련 민원에 대해 공사 측은 내용과 무관한 ‘복사-붙여넣기’ 답변만 해대고 있는 것이다.

부산교통공사 측에서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된 모든 여성배려칸 관련 민원에 대해 같은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사진출처=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쳐)

부산교통공사의 불통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산교통공사는 최근 시행 한 달을 맞아 ‘여성배려칸’ 제도가 빠르게 정착돼 간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승객들의 꾸준한 불만 여론을 공식적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출퇴근시간 여성배려칸 입구와 내부의 계도원들이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영유아 동반 승객이든 관계없이 모든 남성 승객에게 다른 칸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한다.

즉, 남성승객이 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상황인데도 부산교통공사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여성배려칸 내 남성승객 비율을 ‘정책 안정화’의 근거로 내민 것이다.

계도원들과의 마찰이 성가시고 불쾌하니 시키는 대로 할뿐, 부당하다는 여론이 변함없다는 것은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민원게시판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말장난으로 치장하는 쪽을 선택했다.

매번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는 부산교통공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민원. “매크로식 답변만 하지말라” “글을 읽어보고 답변하라”는 의견이다.(사진출처=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쳐)

‘정부3.0 우수기관’이 보여주는 ‘불투명’하고 ‘무능’하며 ‘소통 없는 서비스’에 대해 시민들은 “자꾸 매크로식 답변만 할 거냐” “답변 다는 직원들은 민원 글을 읽어보기는 한 거냐” “동문서답 그만하라”며 분노하고 있다.

여성배려칸 시범운영기간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서 부산교통공사는 소통의 의지를 갖고 승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과 더불어, 정부3.0 우수기관으로서 승객 개개인의 행복을 최대화 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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