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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여성배려칸 직접 타보니... ‘허점 투성이’ (종합)

[부산=아시아뉴스통신] 기자 송고시간 2016-06-22 13:17

부산교통공사 추진 부산지하철 1호선 여성배려칸(여성전용칸) 시행 첫날... 남녀 뒤섞인 일반칸과 다를게 없는 모습... “여성배려칸인줄 몰랐다”, “스티커가 너무 작다” 등 실효성에 강한 의문...“배려와 의무는 달라” 불쾌한 심경도 대다수
22일 부산교통공사가 도시철도 여성배려칸 운행을 시작하면서 부착한 열차입구 안내표지판./아시아뉴스통신=차연양 기자

부산지하철 1호선의 여성배려칸 시범운영 첫날. 그러나 실제 탑승 후 불편을 호소하는 승객들로 가득해 '여성배려칸'(여성전용칸)이 이벤트성 운영에 그칠 위기에 놓였다.

출근길로 북적이는 21일 오전 8시 부산지하철 1호선의 승강장. 기자가 직접 여성배려칸을 이용해 출근해봤다.

이 여성배려칸은 사람이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운행되며 열차 8칸 중에 중간인 5호차에 배치돼 있다.

승강장에서는 부산교통공사(사장 박종흠) 직원들이 여성을 여성배려칸으로 안내하는 한편, 남성은 탑승을 제재했다.

남성이라면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무조건 일반 칸으로 안내됐다.

기자도 여자이므로 일단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여성배려칸에 탑승했다.

그러나 여성만 탔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출근시간 여성배려칸에는 남성승객들도 다수 탑승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여성배려칸’에 모르고 탑승했다는 남성./아시아뉴스통신=윤민영 기자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한 남성 노인은 “여자들만 타는 덴 줄 몰랐다. 스티커? 우리 같은 사람은 눈이 안보여”라고 답했다.

부산교통공사는 현재 스크린도어와 열차 내에 여성배려칸 안내표지판을 부착하고 승강장에 안내요원을 배치해 탑승 대기 승객에게 승차안내를 실시, 열차 내 방송을 통해 여성배려칸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탑승한 남성 승객들은 대부분 “여기가 여성배려칸이었냐, 모르고 탔다”는 의견이었고, 남녀 불문하고 여성배려칸에 대한 인지조차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여성 승객들조차 여성배려칸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승객은 “여성전용으로 알고 탔는데 남녀가 가득 섞여있고 사람도 너무 많은데 일반 칸과 다를 게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승강장 안내요원이 남성승객들에게 다른 칸으로 승차를 요청하는 식으로 승차 안내가 이뤄졌지만, 혼잡한 출퇴근 승하차 상황에 남녀승객을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22일 부산도시공사가 도시철도 여성배려칸 운영을 시행한 가운데, 공사직원이 안내를 하고있지만 남성승객이 이를 무시한 채 여성배려칸에 탑승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차연양 기자

특히 환승역인 연산역과 서면역에서는 승객들이?쏟아지듯 타고 내려 남성승객만 골라 안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도 많아 안내요원은 커녕 안내표지판도 보지 못하고 탑승하는 모습도 부지기수였다.

안내요원의 안내를 무시하거나 불쾌해하는 남성승객도 적잖이 목격됐다.

다른 칸으로 탑승해줄 것을 요청받은 한 중년 남성승객은 “‘제지 당한다’는 느낌을 받아 불쾌했다”며 "배려는 배려일뿐 의무는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다른 승객은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운영이 잘될까 싶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의 한 안내직원은 “승객이 서 있으면 모를까, 지하철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나오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제지를 한다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그냥 둔다”고 답했다.

한편, 안내를 알아듣지 못하고 여성배려칸 앞에 줄 서있던 한 외국인 남성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안내 직원의 손에 질질 이끌려 일반 칸 앞으로 가는 모습도 보였다.

여성배려칸 안내스티커에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Women only’ 뿐이다.

여성배려칸임을 알리는 안내음성 조차 외국어로는 방송하지 않아 외국인 남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반 칸에 탑승해야 하는 것.

여성들이 지하철 탑승을 위해 여성배려칸 앞에 줄을 선 모습. 일부 승객들은 글자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아시아뉴스통신=윤민영 기자

여성배려칸 시행 첫날,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에는 부산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시민은 “스티커 몇장으로 여성을 배려할 수 있다니, 참 쉽네요”라는 반응이고, 또 다른 시민은 “탁상행정의 끝”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성배려칸 부도덕적 제재’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관계자의 안내가 아직 어색한 것, 흉흉한 시기에 여성배려칸을 운영하는 것, 다 이해한다. 그러나 ‘남성노약자’의 승차도 제지하는 것을 보고 ‘배려칸’의 도덕성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성추행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승객들은 여성배려칸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배려칸이라고 했지만 정말 ‘배려’인지 ‘전용’인지 모르겠다”며 승객들로부터 준비부족과 실효성에 강한 지적을 당하고 있는 부산교통공사의 여성배려칸은 오는 9월 19일까지 3개월간 시범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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