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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영화 파일럿이 화제입니다.
조정석이 여장을 하고 취업을 한다는 예고편을 봤을 때는 어딘가 모를 오글거림 때문에 관람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흥행을 하는 걸 보면서 예고편 외에 뭐가 더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과연 영화 '파일럿'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과연 좋은 영화인가, 볼만한 영화인가를 아주 간단하게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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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영화 파일럿의 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국항공의 엘리트 파일럿 조정석은 잘생긴데다 비행실력까지 더해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중, 회식자리에서의 발언이 유출돼 성희롱 구설수로 해직되고, 아내로부터 이혼까지 당합니다.
자회사인 한에어가 앞으로 여자 파일럿만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조정석은 여동생인 한선화의 이름과 거짓 경력으로 파일럿에 응시했다 덜컥 합격을 하게 되고,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베테랑 같은 대처로 또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데, 여장남자 행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정체를 드러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파일럿에 대한 제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역겨운 영화'입니다.
아주 비겁한데다가 가볍고, 시대착오적인 기분 나쁜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빼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는 재밌는 요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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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조정석의 여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울리는데다, 남자가 여장을 하고 취업을 한 뒤에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 예를 들면, 여자들과 함께 생활을 할테니 남자의 성기가 반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성기 위에 테이핑을 하는데, 동료 여성 파일럿과의 가벼운 스킨십에 성기가 반응을 하며 테이프가 뜯어지는 장면이라든지, 한선화의 술주정뱅이 연기라든지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인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단순히 재미요소를 떠나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어떤 이는 남성우월주의도 까고, 페미니즘도 까는 영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이 영화는 여성 또는 성중립의 시선에서
남성을 희화화 하는 한편, 여성과 페미니즘을 돈 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의 '퍼플워싱'을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초중반부까지는 이 영화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비판하고 기업과 사회의 퍼플워싱을 돌려까기 하는 영화인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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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일단, 조정석이 해직되는 상황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남녀 파일럿과 스튜디어디스가 모인 회식자리에서 항공사 상무가 술에 취해 자사 항공사의 스튜디어스에 대한 외모 품평을 하는데,
이 때 조정석은 이를 말리면서, 비행만 하는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우리 회사의 꽃다발이다는 말을 합니다.
듣기에 따라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저는 솔직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술취한 상무를 말리면서 하는 말인데도, 회사에서 해직돼야 할 정도로 심각한 성희롱 발언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해직된 후, 조정석은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는데, 이혼을 당한 이유가 불륜도, 도박도, 경제문제도 아니고 회사에서 짤렸다는 이유 하나인데, 아내와 집안에 관심이 부족했다는 이유도 덧붙여집니다.
현실에서 고액연봉의 남편이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묻기는 매우 힘듭니다
저는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영화 초중반부까지, '아, 이 영화가 남성 역차별과 퍼플워싱을 돌려 까는가보다'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이런 생각이 착각이 된 이유는, 영화 전반에 깔린 이념이, 위 두가지 상황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몰고간다는 데 있습니다.
정의로운 여성 파일럿 이주명을 통해 회식자리에서 외모칭찬은 성희롱이며, 이혼한 무용수 아내 김지현을 통해서는 고액연봉을 받고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도 집안의 소소한 일까지 챙기지 못하면 얼마든지 이혼을 당할 수 있는 무능한 남편이 된다는 이야기를 이 영화는 아주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가 남성의 역차별을 비판하는 영화라면, 뒤에 가서 이런 상황을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건들이기만 하고 정리를 안해준 겁니다.
즉, 남성의 역차별이 비판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그게 맞아 그게 당연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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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일럿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영화를 보신 분은 느끼셨을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를 강조합니다.
일단 주인공 조정석이 여자가 돼야 파일럿이 될 수 있는 상황이 그렇고, 배경이 되는 항공사 한에어의 수장도 머리를 바짝 자른 여성 CEO입니다.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남자는 매 순간 여성에게 집적거리며 한심하게 그리는 한편, 등장하는 모든 여성은 굉장한 능력자로 그려집니다.
예를들어 조정석의 동생은 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뷰티 유튜버이고, 엄마 '찬또할매'도 백만 유튜버입니다.
이혼한 무용수 아내 김지현도 강사로서 자기 직업에 충실한 한편, 이혼한 남편의 시어머니 생일까지 챙길 정도로 살뜰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는 82년생 김지영도 견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역겨운 것은, 조정석의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를 모호하게 그린 것입니다.
이름으로 부르지만, 단 한번도 아들이나 딸로 호칭한 적이 없으며, 할머니 또한 손자, 손녀로 부르지 않고 '손주'로 호칭합니다.
조정석은 자신의 자녀 시우가 '파일럿'이 되길 바라지만, 시우는 무용수를 원하는 것도 모호한 성묘사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독의 연출은, 우리가 가진 성 '고정관념'이 남자는 남자의 역할을, 여자는 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있고, 이제는 그 것을 깨야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고정관념을 도대체 왜 깨야하고, 뭐가 나쁜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고정관념이 왜 나쁜 것인가요? 남자가 남자답고 여자가 여자다운게 왜 나쁜 것인가요?
반대로, 남자가 여자같을 수도 있고, 여자가 남자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개인의 몫이고 선택입니다.
또, 잘생긴 남자에게 잘생겼다고 하고, 예쁜 여자에게 예쁘다고 하는게 왜 잘못인가요.
회식자리에서 예쁘다 잘생겼다는 칭찬을 기분 나쁘게 들어야 하는 세상이 정상적인 세상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정말 나쁜 영화입니다.
또 한편으로 이 영화는 시대착오적이기도 합니다.
1993년 신승수 감독 박선영 주연의 영화 '가슴 달린 남자'를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업에서 여자로서 성공하기 힘들자, 남장을 하고 취업해 승승장구 한다는 이야기인데, 무려 30년 전에 이 영화는 기업내 여성의 유리천장을 고발하는, 아주 진보적인 메시지를 던졌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아직도 여성의 유리천장을 이야기 해야 하나요?
오히려 남성의 역차별이 문제일 정도 아닙니까?
제가 영화 파일럿에 드리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4점입니다.
조정석의 코미디 연기에는 만점을 주고 싶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는데서 좋은 영화로 평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유튜브 문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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