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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경기도정의 향방을 가를 최대 핵심 과제로 ‘반도체 산업 사수’가 떠올랐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물론 각 시·군 단체장 후보들까지 일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앵커 기업의 인프라 확충과 반도체 생태계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는 끝났지만, 새로 출범하는 민선 9기 ‘추미애호’ 앞에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도권 규제라는 해묵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초기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발등의 불 ‘전력과 용수’...2050년 하루 물 부족량만 109만 톤
경기도가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안정적인 기반 인프라 구축이다.
용인 처인구 일대의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그리고 평택 고덕 캠퍼스 등 핵심 클러스터의 성공을 가를 첫 번째 시험대는 전력과 용수의 적기 공급이다.
반도체 생산라인(팹) 하나를 가동하는 데는 웬만한 중소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수준의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경기 남부 클러스터 전체에는 수 기가와트(GW) 공급이 가능한 초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동해안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송전망 건설은 인근 지자체와의 갈등 및 주민 수용성 문제로 번번이 발목을 잡혀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RE100 달성용 재생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역시 기업들의 목을 죄는 요인이다.
고갈되는 공업용수 문제도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수요량은 지속해서 늘어나 오는 2050년에는 하루 평균 약 109.7만 ㎥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화천댐 발전용수를 공급하는 등 2조 2,000억 원을 투입해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 중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 불확실성과 인근 지역의 용수 여유분 고갈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러한 인프라 조성이 지연될 경우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앙정부 및 관계 기관과의 신속한 협의를 통한 인프라 골든타임 확보가 도정 성패의 첫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 ‘수도권 제외’ 독소조항, 7,350억 외투 물거품 위기
내부적인 규제 리스크도 당면 과제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안에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대상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도내 전역에서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국내 반도체 매출의 76%, 부가가치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경기도를 수도권이라는 단일 잣대로 묶어 배제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이 시행령안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가 공들여 유치해 온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투자 로드맵이 전면 수정될 위기에 처한다. 실제로 경기도가 유치한 기존 외국인 투자액 9,137억 원 중 약 80%에 달하는 7,350억 원 규모의 추가·신규 투자 계획이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된다. 클러스터 지정 시 받을 수 있는 행정·재정적 특혜가 전면 차단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미 일선 시·군과 공조해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 조항의 삭제를 건의하는 등 전방위적 공동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 글로벌 ‘칩워(Chip War)’ 격화, 내부 갈등에 묶여 낙오 위기
대외적인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앞세워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에 대규모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공장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 역시 구마모토 등 신규 클러스터에 공장 건설 비용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파격 지원하며 TSMC 구마모토 팹을 초고속으로 완공시켰다. 대만은 정부 주도로 전력과 용수 등 초고속 인프라를 전폭 지원하며 TSMC가 글로벌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중심인 경기도는 송전망과 용수 공급을 둘러싼 인근 지자체와의 갈등, 그리고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난항이라는 이중고에 묶여 있다. 대외 경쟁사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초고속으로 인프라를 확장하는 사이, 자칫 패권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심지어 국내 정치권 및 일각에서조차 전력과 용수 부족을 이유로 용인 클러스터의 물량을 영호남 등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고 있어 경기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 “‘K-반도체 심장’ 사수하라”...민선 9기 경기도정 시험대 올라
결국 공은 새로 출범하는 민선 9기 경기도정으로 넘어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천명한 만큼, 임기 초반 반도체 규제 완화를 이끌어낼 강력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중앙정부를 설득해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의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동시에, 인근 지자체와의 상생 협약을 통해 전력선·용수관로 공사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행정 리더십이 요구된다.
민선 9기 경기도가 내부 규제를 극복하고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K-반도체의 심장부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시아뉴스통신=양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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