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7일 토요일
뉴스홈 사회/사건/사고
가을, 푸른바다를 닦는 울진사람들

[대구경북=아시아뉴스통신] 남효선기자 송고시간 2016-10-28 09:33

질 좋은 돌미역 생산위한 노동의례...'미역짬' 잡풀 제거
울진군은 해마다 10월에서 11월 중순까지 어민들의 고소득원으로 자리잡은 미역의 생장을 돕기 위한 '미역바위 닦기' 사업을 활발하게 펼친다. 사진은 미역바위인 '짬'을 닦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울진의 푸른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어민들이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울진 연안 해촌 주민들은 자신들의 텃밭인 연안어장에서 늦가을의 소슬한 바람을 등지고 질 좋은 '울진산 돌곽(자연산 돌미역)'이 제대로 발아할 수 있도록 ‘미역짬(미역바위)닦기’에 분주한 손길을 놀리느라 여념이 없다.

미역짬은 뭍에서는 논밭이 농민의 생명줄이듯 어민들의 삶을 담보하는 텃밭이자 생명줄이다.

특히 울진인들에게서 돌미역은 매우 각별하고 질긴 인연을 맺어왔다.

'짬'은 연안어장에 형성된 바위군락을 이르는 울진지방의 향언(Folktale)이다.

돌미역은 바로 '짬'에서 서식한다.

짬은 해당 마을(해촌) 어촌계의 공동소유이다.

때문에 미역짬은 어촌계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며, 이에 속한 어민들이 공동 생산, 분배를 통한 협업노동의 정수를 보여주는 어로현장이다.

울진 연안해촌의 경우 대개 마을마다 5~8개의 짬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마다 정월에 어촌계원들을 대상으로 '짬뽑기'를 통해 짬을 분배한다.

미역생산이 좋은 짬에는 '인원을 많이' 배치하고 생산이 조금 낮은 짬에는 '인원을 적게' 배치하는데, 이는 마을 어촌계원 모두가 고르게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짬매기작업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미역짬은 어민들의 텃밭이자 생명줄"

1930년대에서 1970년 초에 이르기까지 '보리고개'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미역은 어민들은 물론 울진인을 살려낸 소중한 먹을거리였다.

미역의 생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람'과 '해류'이다.

울진지방이 자연산 미역의 보고로 자리잡은 까닭은 특히 바람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울진 돌미역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는 3월에서 5월 사이로, 이 무렵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로 불어 오는 '높새(푀엔)바람'은 색깔좋은 미역을 건조시키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올해 울진 연안어장에서 생산된 미역은 공식 집계된 량만 960여톤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37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약 2%가량 감소한 생산량이다.

감소한 이유는 가뭄에 따른 부영양 염류의 바다 유입의 감소와 식물 생장의 특징인 "해걸이"가 감소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 봄, 울진산 미역, 특히 울진 북면 고포마을, 죽변 일대에서 생산되는 '고포미역'은 스무 올을 기준으로 한 단에 20만원을 넘겨 거래됐다.

"미역 없었으면 울진사람 모두 다 죽었지"라는 향언이 지금도 전승되고 있듯이 미역은 울진사람들의 생존을 지켜준 버팀목이었다.

미역은 굶주렸던 시절, 울진사람들을 살려 준 소중한 자원에서 이제는 자치단체를 살리는 생태어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경북 울진 고포마을의 지연산 돌미역널기 작업./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동짓달 보름에는 '짬고사' 지내며 미역풍년 기원

어민들은 자신들을 살려 준 미역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아 왔다.

울진 해촌에는 지금도 '짬고사'라는 독특한 제의가 치뤄지고 있다. 이른바 미역 생장을 기원하는 고사이다.

해촌의 아낙들은 10월 경이면 미역이 포자를 내리는 짬(미역바위)을 흡사 자기 몸을 씻듯 잘 닦아낸 뒤, 보름 달이 뜨는 날을 잡아 좁쌀을 집에서 정성껏 빚은 막걸리에 섞어 미역바위에 뿌리고 미역씨앗이 바위에 잘 붙도록 빌었다.

미역바위닦기는 '기세닦기' 또는 '짬매기"라 부른다.

해촌 주민들은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어촌계별로 품앗이를 이뤄 '낫대'와 '씰개'를 들고 정성 들여 미역바위를 닦았다.

'낫대'와 '씰개'는 미역짬을 닦을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괭이를 곧게 펴놓은 모양이다.

낫대는 웃자란 잡풀을 벨 때 사용하며, 밀대는 짬에 촘촘하게 붙은 잡풀을 제거하는데 사용한다.

씰개는 끝이 뭉뚝하기 때문에 바위에 붙은 이끼나 잡풀을 긁어내는 데 유용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미 울진연안 해촌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적 생태어로기술을 체득해 온 셈이다.

'짬고사'가 여성 중심의 노동 의식이라면 '기세닦기'는 남성 중심의 협업노동 의례이다.
 
미역짬닦기는 어촌계마다 각각의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된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미역짬매기는 울진연안 해촌의 협업노동 정수

울진군은 올 해 1억2000만원(도비30% 군비70%)의 예산을 들여 연안어장의 1255㏊에 이르는 '미역짬'에 대한 '미역바위닦기 사업'을 다음달 중순까지 펼친다.

여기에는 현내어촌계 등 32개소 어촌계 1천660명의 어민들이 참여한다.

미역짬닦기는 어촌계마다 각각의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소형어선을 이용하기도 하고 울진에서만 볼 수 있는 오동나무로 만든 '뗏마(뗏목)'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짬매기를 하기도 한다.

박금용 울진군 해양수산과장은 "조선조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널리 알려진 울진의 미역은 산모의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어 산후조리에 많이 이용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산자원의 서식환경 개선과 생산력 증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높새바람이 나드는 길목인 울진 북면 고포마을의 미역 건조작업 모습.

미국을 비롯 외국에서 미역의 효험은 이미 증명이 돼, 우주식량의 90%가 우리 동해에서 생산된 미역을 주 원료로 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는 매우 높다.

지금도 민가에서는 사람의 출생과 관련해 미역음식은 요긴하게 여겨진다.

산모의 산후조리 음식이 미역이며 환자의 병구완 음식이 미역이며 잔칫날 차려지는 음식 또한 미역이다.

해 마다 3- 5월 경이면 고포마을을 비롯 현내, 공세항, 직산,거일리 등 울진연안 해촌에는 울진산 돌미역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울진군은 '울진 고포 미역'을 특산품으로 지정해, 생산기반 조성에서부터 포장, 유통에 이르기까지 예산지원과 함께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