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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이정재에게서 배운 게 없었나? 정우성의 이상한 감독 데뷔작 '보호자' 후기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3-08-22 12:15



 
영화 보호자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8월 극장가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오펜하이머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모르시겠지만, 이 와중에 배우 정우성이 감독으로 데뷔한 입봉작도 현재 개봉 중입니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흥행에도 성공하고 관객과 평단의 평가도 좋았죠? 친구한테 질 수 없는 우리 우성이 형도 무려 160억 원을 들여서 액션영화를 만들어냈는데요. 하.. 정말 처참합니다.. 오늘 저는 무려 오펜하이머를 거르고, 정우성의 '보호자'를 보고 왔는데요. 살면서 제가 1만5천원을 들여서 한 일 중에 가장 쓸데 없는 짓을 한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오펜하이머 리뷰 했으면 조회수라도 나오지, 보호자 누가 본다고 돈들여 영화보고 리뷰까지 찍냔 말입니다 ㅠㅠ 그래도 일단 봤으니 리뷰는 남겨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아수라장', '아사리판' 뭐 이런 말들이 있죠? 평가조차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몇가지가 있습니다. '아수라'와 '아저씨'입니다. 납치된 딸을 구하는 엄청난 무력의 남자라는 큰 얼개는 아저씨에서 가지고 왔고, 영화가 아사리판이 난 것은 아수라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만 둘 다 어설프게 따라하다보니 희대의 괴작이 나오게 된 것인데요. 어렵지만 하나씩 매듭을 풀어보겠습니다.

영화 아수라는 명작이었습니다. 이건 비꼬는 게 아니라 저는 영화 아수라를 정말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는 자신이 출연했던 아수라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첫번째는 '피카레스크'라는 장르입니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등장인물들이 누구하나 선한 인물이 없고, 악인들이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아수라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살인죄로 10년을 복역하고 나와 평범하게 살길 바라는 정우성(수혁)은 딱히 선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직의 보스를 살해했고, 폭력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명백한 악인입니다. 두번째는 영화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카체이싱 장면에 공을 들였다는 점입니다. 세가지 모두 이 영화의 큰 특징이자, 굉장히 큰 단점인데요. 하나씩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영화 보호자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아수라는 나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악인이었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마다 나름 납득할만한 사정들이 있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악당이지만 응원하게 하는 묘한 심리적 배덕감을 일으키게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나름대로의 예술성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보호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캐릭터를 아예 잘못만들었다는 생각인데요. 잘못만든 캐릭터가 개연성 없는 행동을 하다보니 관객들은 "저 사람이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조직의 보스를 살해하고 10년간 복역하고 출소해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정우성의 생각 뒤에는, 여자친구와 딸이라고 하는 가족의 존재가 개연성이 됩니다. 이 부분이 영화가 시작한 직후의 상황 설정인데요. 보호자는 총 러닝타임 1시간 38분 가운데 이 10분을 제외한 1시간 28분 동안 마치 시개태엽 오렌지 속 인물들처럼 주인공들이 지 좆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있어야만 합니다. 

정우성은 '평범하게 살고싶다'며 조직의 새로운 보스 박성웅을 찾아가는데요. 그냥 여자친구랑 딸과 함께 어디 먼 곳으로 이사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되는 일일텐데, 굳이 박성웅을 찾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박성웅의 부하 '강 이사' 역의 김준한은, 이 영화의 '무개연성'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김준한은 아무런 배경설명도 없이, 정우성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데요. 몇가지 장면들 속에서 관객들은 '아 저사람이 정우성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라고 넘겨짚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마지막까지 아무런 설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2인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김준한에게 정우성이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2인자 자리를 노린 것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왜 청부살인까지 시켜 이렇게 아수라장을 만드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입니다. 정우성을 비롯한 제작진도 영화를 만들면서 이 부분을 느낀 것 같은데요. 영화 중후반부에 박성웅에게 얻어맞는 김준한의 얼굴에 피가 흐르는데, 마치 조커처럼 분장을 했더라고요. 중간에 피를 닦는 모션도 있었는데 분장이 그대로인 걸 보면 의도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영화 보호자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사실 행동이 조커같은 인물은 또 따로 있습니다. 이 인간은 진짜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인데요. 바로 김남길입니다. 개연성은 없지만 캐릭터는 확실한 김준한이 이 영화의 몇 없는 장점이었다면, 김남길은 이 영화에서 자신의 연기인생 최악의 캐릭터를 맡았습니다. 개연성 자체를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인데, 마치 대본이 없고 상황마다 김남길이 애드립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관성이 없는 캐릭터 연출이었습니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극중에서 김남길은 실패한 적이 없는 완벽한 살인청부업자인데, 김남길이 김준한으로부터 의뢰받아 정우성을 암살하려는 과정이 너무나도 투박하고 아마추어적이었기 떄문입니다. 대낮에 목격자가 많은 곳에서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다든지, 저녁에 아파트에서 사제 총을 쏜다든지, 사제 수류탄을 수십발을 사용하면서 단 한발의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든지 하는 겁니다. 저녁시간대 아파트에서 김남길이 정우성에게 사제 총을 연달아 쏘자 지나가던 경비원이 무슨일이냐고 묻고, 김남길이 그냥 게임이다라고 이야기 하자 경비원이 그냥 지나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코미디입니다. 남기남 감독도 이렇게는 안만들었습니다.

김남길의 무개연성 캐릭터를 만든 건 정우성이 연기한 수혁이라는 역대급 이상한 캐릭터의 힘이 큽니다. 정우성은 김남길의 고의 교통사고로 여자친구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너무나도 차분한 모습을 보입니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 같단 느낌이었습니다. 아파트에서의 격투 끝에 정우성은 김남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는데, 보통,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자신의 딸을 해치려는 남자가 나타났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뭐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죠? 앞뒤 분간 하지 않고 그 사람을 죽일듯 패든지, 경찰에 넘기든지, 자초지종을 들어보든지 하는 행동들을 할텐데, 정우성은 이 중에 단 한가지도 하지 않습니다. 정우성이 김남길을 폭행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는 자신의 딸이 어디있냐를 알기 위함이지, 최소한 자신의 여자친구가 죽은 것에 대한 감정적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영화 보호자.(사진=네이버 영화)

모든 장면들이 개연성이 없다보니 모든 것을 나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아무런 개연성없이 행동하는 주인공들 때문에, 관객들은 모든 상황들을 넘겨짚어야만 한다는 점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어쩌면 정우성 감독은 이성과 합리성을 과감하게 배제해서 포스트 모더니즘적 예술을 창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짜증이 났던 것은 주인공들의 연기입니다. 아주 심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킬링타임용으로 액션이나 보자~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보면 뭐가 팡팡 터지고 치고 받고 줘 터지고 하니까 그냥 저냥 볼만하다고 느낄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킬링타임도 연기가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겁니다. 보호자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이상합니다. 정우성은 뭔가 아저씨의 원빈같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인데, 감정연기가 전혀 되지 않아 50대 아저씨가 유튜브에서 원빈을 패러디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유튜브는 오버라도 하지, 보호자의 정우성은 너무 차분했습니다. 연기를 하든 감독을 하든 둘 중에 하나만 했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김준한은 발음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습니다. 원래 그렇게 연기하는 배우인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입 어디엔가 보톡스를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발음이 안좋고 표정 연기가 좀 부족했지만 캐릭터가 재밌어서 김준한 만큼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습니다.

정우성의 여자친구 역을 연기한 이엘리야는 아마도 태어나 처음 엄마 역을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저런 말투로 딸에게 이야기하는 엄마도 있을까, 또 저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는 엄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사와 연기 모두가 이상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하교하는 딸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자 아주 반가운 톤으로 "아빠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이 대사 전에 혹시 다른 대사가 있었는데 내가 놓쳤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각본이 이상한 것도 맞는데 그걸 연기해 낸 배우도 심각한 문제가 있단 생각입니다. 혈액암을 앓고 있다는 설정인데,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혈액암 환자인 것 같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영화 보호자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온몸을 비틀어야 할 정도로 소름끼치게 최악의 연기를 한 배우는 김남길입니다. 하는 대사마다 문어체에 그마저도 살리지 못해 죄다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도 과장된 연기를 하다보니 거부감이 드는데, 호흡, 대사, 발성, 표정, 심지어 그 존재 자체까지도 모든 게 다 이상해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모르시겠다면,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살면서 누가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연기를 한 배우는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과감히 '보호자의 김남길입니다'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정말 이상한 연기입니다. 보시면 알텐데 보지마십시오. 그나마 김남길의 연기에 대해 호평이 있었다 이런 글을 본 것 같은데 속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액션은 어땠을까요? 카 체이싱 장면이 좀 나오는 편입니다. 액션에서의 비중을 본다면 30% 이상이 카체이싱 장면일 정도로 비중이 크고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장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우성이 BMW를 몰고 호텔 로비로 쳐들어 오는 순간 딱 1, 2초 정도 좀 간지가 납니다. 오토바이와 BMW간의 카체이싱 장면도 볼만합니다. 김성수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다만, BMW의 협찬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처음부터 좀 이상합니다. 정우성은 10년간 감옥에 있었는데, 보스인 박성웅이 정우성의 출소에 맞춰, 정우성이 10년 전에 타고다니던 차를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서 "내 선물 마음에 들어? 니가 아끼던 차지 않냐"고 하는데, 10년 동안 차를 그냥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해가 안되죠?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칩시다. 제일 이해가 안되는 건 교통사고가 나도, 총에 난사 당해도, 수류탄 수십개가 터져도 BMW가 끄떡없다는 겁니다. 광고가 아니면 이해가 안됩니다. 

격투씬도 타격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나마 뭔가 있을 것 같았던 몽골인 조직원과 정우성의 1대1 싸움씬도 김남길이 개입하면서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음악도 정말 짜증났습니다. '반짝반짝 작은별'을 샘플링 한 것 같은 음악이 중요 순간마다 계속해서 흐르는데, 흐름을 깨는 걸 넘어서서 영화 자체의 수준을 B급에서 폐급으로 낮추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김남길의 연기와 더불어 가장 소름끼치도록 싫은 순간입니다.

또 한가지, 난민 보호하자고 말로만 앞장서고 있는 우성이 형이 감독인만큼, 이 영화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빼놓을 순 없었겠죠? 깨알같이 군데군데 거대자본가 그룹과 재벌에 대한 비난의 메시지를 담아 놓는 정성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 정리하면, 이상한 대본 이상한 연출 이상한 연기 이상한 음악, 이상한 액션... 도대체 이 영화는 뭘 보여주고 싶은지 단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30년을 영화판에서 배우밥을 먹고, 160억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지원이 돼도 평범한 수준의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무척 힘든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 이 사람은 옆에서 이정재가 하는 거 제대로 안봤나? 뭘 보고 배운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결론, 오펜하이머 봐야겠다.

iss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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