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정유미 주연의 영화 잠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박스오피스 1위가 '잠'입니다. '몽유병'을 소재로 하고 이선균과 정유미가 주연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이 "최근 10년간 못 봤던 유니크한 공포다"라고 호평했던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는데, 과연 이 영화가 그 정도 칭찬을 받을 만한 영화인지, 여러분들의 소중한 1만원을 이 영화를 보는데 소비해도 되는지, 오늘 영상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잠'에 대한 제 감상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법 괜찮은 영화'라는 것입니다. 영화에 대한 장.단점보다 호, 불호가 갈릴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영화 '잠' 리뷰 시작합니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혼부부인데, 어느날 이선균에게 몽유병이 찾아오면서 생긴 공포를 그린 영화입니다. 지난주에 리뷰했던 '타겟'에서처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에서의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의 공감대를 쉽게 이끌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영화 잠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의학적으로 몽유병과 렘수면 행동장애는 엄밀히 따지면 전혀 다른 질환이고, 영화에서도 몽유병으로 지칭하지 않고 렘수면 행동장애로 언급이 되지만, 오늘 리뷰에서는 몽유병으로 통칭하겠습니다.
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도 어렸을 때 몽유병 증세를 보인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어느날 제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갑자기 마운드에 선 투수처럼 와인드업과 투구 모션을 취한 뒤 "와~ 주형광이다 주형광~"이라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아버지가 너무 놀라서 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저는 "와~ 주형광이다 주형광~"이라면서 계속 투구 모션을 했다고 합니다. 너무 놀란 아버지가 제 뺨을 때리셨는데, 저는 그 뺨 한대에 다시 곤히 잠을 잤다고 합니다 ㅋㅋㅋ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비슷한 증세를 보인적이 없다고 하니 역시 매가 약인가 봅니다.
영화 잠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몽유병과 렘수면행동장애가 무서운 것은 꿈을 꾸면서 꿈 속에서의 행동이 실제로 옮겨지며, 행동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제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련한 사고도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정유미가 임산부일 때 이선균이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고, 아이를 출산 할 때는 이미 몽유병 증세가 심각해져, 예측할 수 없는 공포로 관객을 몰아갑니다.
몽유병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주변인에게 공포를 준다면, 영화 '잠'도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예측할 수 없는 쪽으로 공포의 방향이 튀어버립니다.
그 공포의 방향이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로 튀는지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영화 '곡성'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곡성의 포인트는 '믿음'과 '현혹'입니다. 이 믿음과 현혹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보면 영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오늘 제 옆자리의 한 남성 분은 혼자 영화를 보면서 계속 혼잣말로 추임새를 넣는데,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면서 피식피식 웃더라고요. 각자 느끼는 감상은 다를 수 있지만, 제대로 이해하면서 보면 더 재밌을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코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특히 정유미는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눈빛이 다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 다른거 다 버리고 정유미의 연기만 지켜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실핏줄이 터진 정유미의 눈빛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물론 이선균도 정말 좋았습니다.
과격한 몽유병으로 인해 아내와 딸을 헤칠까봐 걱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남편 역할인데, 문제를 대응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좋은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작은 예를 하나만 들면, 공포 영화를 볼 때 제일 짜증 나는 것이, 제발 불 좀 켜라는 겁니다. 애초에 정전이 되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면, 제발 불을 좀 켜라 답답해죽겠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았는데, 이선균은 진짜 불을 켭니다 ㅋㅋㅋ
저는 이 배우를 보고 선우정아가 연기도 하나? 했는데 김국희라는 배우더군요. 라미란과 윤진영을 닮기도 했는데,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정신과 의사로 나오는 윤경호는 비중은 적지만 목소리가 너무 나긋나긋해서 좋았습니다.
소재도, 이야기도, 배우들도 좋았는데 왜 이 영화가 호불호가 나뉠까요. 문제는 이 영화가 다분히 노골적이라는데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믿음'과 '현혹'에 두자면, 비교할 수 있는 영화는 '곡성'이 될텐데, 곡성에 비해 연출 수준이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영화 잠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곡성은 수많은 복선과 은유 등으로 관객을 낚시질 하는 영화로, 아직까지 그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잠'에서도 복선도 있고, 디테일한 설정도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이선균의 직업이 '배우'라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복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직선적이고, 떡밥도 바로 회수되는 편이라는 겁니다.
애초에 '곡성'과 같은 흐름으로 영화를 이끌고자 했다면, 조금 더 떡밥을 깔며 관객을 낚시질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쉬운 소재이지만, 관객이 너무나 쉽게 소비해버릴 영화가 될까 아쉽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음향효과는 좋았지만, 영화에 쓰인 음악은 올해 본 영화 가운데 보호자 다음으로 안좋았습니다. 보호자는 좆같은 동요같은 게 반복해서 나오면서 관객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드는데, '잠'은 영화 말미에, 도저히 이 부분에 쓰이면 안될 것 같은 음악을 흘려주면서 김을 팍 식게 만듭니다.
마치 여러분이 예쁘고 섹시한 여자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데이트 브이로그 영상이 올라올 때와 같은 느낌인 겁니다. 이해되시죠?
화질도 이게 2020년대 한국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좋지 못했습니다. 저는 센텀 CGV 스타리움관에서 봤는데 물론 화면이 커서 화질이 떨어질 수 있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는 부분은 알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롯데(롯데푸드, 롯데홈쇼핑)의 노골적인 PPL도 거슬리는 편입니다. 정유미의 직장이 롯데푸드이고, 정유미의 아래층 여자가 TV에서 롯데홈쇼핑을 보고 있는 부분도 국내 관객들이 볼 때 좋아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유미가 직장에 다니는 임산부라는 설정은 알겠지만, 그 직장이 꼭 롯데푸드여야 하는지는 영화 어느 부분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사족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잠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
저는 이런 단점들이 이 영화가 '작은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선균 정유미를 포함해 한 손에 꼽습니다. 큰 사건도 대체로 집에서 이뤄집니다. 총 제작비가 50억원 가량이라고 하는데, 조금 더 큰 투자를 받았더라면 이야기 외적인 평가까지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는 이 영화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단점보다 강점이 확실한 영화이고, 정유미의 눈빛 연기는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결론, 봉준호 감독~ 립서비스가 늘었네~~ [유튜브 문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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