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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부산구치소 교정협 사무국장 "묻지마 범죄 재발 막기 위해 체계적 교화시스템 필요"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3-09-18 11:01

박용하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사무국장.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최근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칼부림 등 ‘묻지마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교정시설의 체계적 교화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박용하 법무부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사무국장은 최근 <부산일보> 기고문을 통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체계적 교화 시스템과 프로그램 마련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하 사무국장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엄중한 책임과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이 정부의 교정시설을 거쳐 사회로 나갈 때 다시는 이러한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부산구치소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는 수용자들의 재범 발생을 막기 위해 정서적 순화에 힘쓰고 가족·타인과의 교류와 사회적 조화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가족과 소통이 부족한 수용자들의 가족 관계 개선을 위해 일반 가정집 같은 공간에서 가족과 밀착해서 소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가족 만남의 날’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족과 집을 그리워하는 수용자들을 위해 3박 4일 정도 교도관 동행 없이 집에 보내주는 ‘귀휴’ 제도와 장례, 결혼 등 가족의 중대사 때 참석을 허용해 오랫동안 끊어진 가족 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도 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전화를 통해 수분 간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전화 연결 제도’ 역시 가족의 중요성을 수용자들에게 일깨워줘 사회로 돌아갈 때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밖에 종교인이나 심리치료사, 웃음 치료사 등 외부 강사를 초빙해 힘들어 하는 수용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마음의 순화를 돕는 맞춤형 방문 집회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과 사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타인을 먼저 배려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본인 역시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갖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감과 성취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교정 시스템은 보다 발전하고 현대화돼야 한다고 박 사무국장은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우리의 교정 시스템 하에서는 시설에서 출소자가 석방되어 나오면 곧바로 사회로 던져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출소한 이들을 위한 중간처우시설이 활성화돼 있다.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이들이 주거형 혹은 반주거형으로 운영되는 중간처우시설에서 사회생활 정착을 위한 각종 심리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시설에서는 4~10개월간 사회 적응 문제 요인을 심층 분석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며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특히 최근 횡행하는 ‘묻지마 범죄’는 살인, 상해, 폭행 같은 강력 범죄가 대부분이라 중간처우시설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박 사무국장은 "전문가에 따르면 위험 정도가 높은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 이러한 중간처우시설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러한 중간처우시설은 국내에서는 2009년에 도입됐으나 현재까지 전국 54개 교정시설 중 5곳에서만 운영 중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교도소에서 수용자의 교화 업무를 전부 다 담당해야 하며 이는 심각한 과밀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04.36%로 정원을 넘어서고 있다.

수용자를 위한 교정시설의 인력 상황도 열악한 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사는 진주교도소에 배치된 1명뿐이다. 정신질환 등으로 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가 선고된 수용자를 담당하는 기관 역시 국립법무병원이 유일하다. 나머지 치료를 요하는 수용자는 민간 파견 인력이나 화상 시스템 진료로 대처해야 하는 실정이다.

박용하 사무국장은 "교정업무를 담당하는 시설에서는 수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의 유행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 발생에 발맞춘 체계적이고 선도적인 교정 시스템의 확보와 기존 시설 체계의 개선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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