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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15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태안 유치를 위한 범군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윤희신 태안군수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과 국가균형발전 실현의 출발점이라며 정부에 통합본사의 태안 입지를 촉구했다. |
[아시아뉴스통신=장선화 기자]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 에너지정책의 희생을 가장 오래 감내해 온 지역을 다시 외면한다면, 그것은 결코 정의로운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입지는 단순한 행정적 배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강조하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Just Transition)'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지를 가늠할 상징적 시험대다. 그리고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곳은 단연 태안이다.
태안은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전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수도권과 산업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며 국가 산업 발전을 뒷받침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 부담과 각종 규제를 감내했고, 지역경제 역시 발전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문제는 국가정책으로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는 지역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있다.
태안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지역의 산업 기반도 함께 흔들린다. 여기에 발전공기업 통합으로 한국서부발전 본사마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태안은 지역경제의 핵심 축을 동시에 잃게 된다.
태안군에 따르면 발전산업은 지역경제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방세 감소액만 연간 2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소와 협력업체 종사자 3천여 명은 물론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의 인구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상권이 무너지고, 지역 공동체가 쇠퇴하는 지역소멸의 현실과 직결되는 문제다.
반면 통합본사 후보로 거론되는 일부 지역은 이미 대기업과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 발전공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공공기관 하나의 이전이 도시의 존립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안은 다르다.
태안에는 발전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송·배전망과 에너지 인프라, 본사 건물, 직원 숙소, 교육시설 등 국가가 수십 년간 투자해 온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기반을 조성할 필요 없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적·경제적 효율성 또한 가장 높다.
그럼에도 접근성이나 도시 규모만을 이유로 다른 지역을 선택한다면 정부는 효율성을 내세우면서도 이미 구축된 국가 자산을 외면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더욱이 한국서부발전이 태안으로 이전한 배경 역시 경제성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이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의 성장 거점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을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경제성 논리로 뒤집는다면 국가 정책의 신뢰는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역은 국가 정책을 믿고 희생을 감내해 왔다. 이제 와서 정책 환경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또다시 희생을 요구한다면 앞으로 어느 지역이 국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일각에서는 접근성과 교통 여건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는 단순한 기업 본사가 아니다. 국가 에너지정책과 균형발전,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성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은 석탄발전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발전소 폐쇄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지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태안 유치는 특혜가 아니다. 국가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한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이어가는 당연한 선택이다.
물론 통합본사 이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SOC 확충, 분산에너지 산업 육성, 전력요금 차등제 도입,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등 후속 대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통합본사의 태안 유치여야 한다.
정부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효율성만을 앞세운 행정 결정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국가를 위해 오랜 세월 희생한 지역과의 약속을 지킬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태안은 더 이상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감내한 희생에 걸맞은 최소한의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으로 증명돼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가 태안에 자리 잡는 순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이제는 국가가 답할 차례다.
tzb365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