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몸으로 대전지역의 장애인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박재홍 시인./아시아뉴스통신=선치영 기자 |
---명절 전(前) 풍경---
니미 씨벌 내가 돈을 쟁여놓고 안주요? 없응께 못 주제 안 주는 것이 아니랑께 안 그요? 없는 돈을 맹글라 하면 저 시꺼멓게 눈뜨고 내 얼굴만 바라보는 애들은 어쩌것소.
생기면 줄 테니까 이왕 기다리는 것 쫌만 기다려 주시오. 내 바로 내달에 줄 텐께.
혼자 화기에 가슴을 치는 아버지를 망연자실 바라보던 빚 받으러 온 김 씨 아저씨는 말없이 돌아섰다.
먹던 숟가락을 놓고 빈방을 창고처럼 쓰는데 아래채에서 올려다보는 내 시선도 아랑곳 않고 그 마루에 걸터앉아 가래를 ‘칵’하고 뱉더니 방문을 열고 祭酒(제주)로 쓰던 정종을 병나발을 분다
“오늘 저녁은 숨도 못 쉬고 자겠군” 하고 나는 내방을 향해 방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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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인 박재홍은 1968년 전남 벌교 출생. 계간 《시로여는세상》 시 등단, 계간 《문학마당》 발행인. 시집 『낮달의 춤』 『사인행』 『연가부』 『섬진이야기』 『물그림자』 『동박새』 『도마시장』 『신 금강별곡』 『모성의 만다라』 『꽃길』 『자복』 『노동의 꽃』 『기억 속 벌교의 문양』. 현재 전문예술단체 『장애인인식개선 오늘』 대표, 비영리민간단체 드림장애인인권센터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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