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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의사, 튀르키예서 뇌출혈에도 지진난민 진료

[부산=아시아뉴스통신] 한주성기자 송고시간 2023-03-21 17:36

온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오무영 과장, 귀국 즉시 뇌수술 받고 회복 중
튀르키예 긴급의료봉사단(사진제공=온사회공헌재단)

[아시아뉴스통신=한주성 기자] 70대 의사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뇌출혈 중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재민 진료봉사활동을 벌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해당 의사는 귀국 즉시 뇌수술을 받았고, 조만간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1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안타키아 등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긴급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던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소아청소년과전문의)이 봉사 도중 뇌출혈 증세 속에서도 진료를 해왔고, 귀국 즉시 뇌수술을 통해 조만간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오 센터장의 사연은 그동안 당사자의 요청으로 비밀에 붙여오다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 녹화 촬영 도중 함께 갔던 동료의사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오는 6월 전국 송출을 목표로 개국을 서두르고 있는 온그룹의 의료전문채널 ONN닥터TV는 지난 3월 1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ONN닥터TV 스튜디오에서 대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한 달 전 튀르키예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그린닥터스 튀르키예 지진봉사단’을 초청해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온종합병원 성형센터 김석권 센터장이 ‘의사 한 분이 봉사 도중에 다쳤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워낙 강행군의 일정이어서 튀르키예 봉사단 모두 피곤이 쌓였고, 봉사 닷새째 같은 방을 사용하던 오무영 센터장이 머리가 몹시 아파 진통제를 먹었으나 가라앉기는커녕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고 호소해 직감적으로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김석권 센터장에 따르면 그린닥터스 튀르키예봉사단은 오 센터장의 증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현지 튀르키예병원에서 진료받기로 하고 차로 이동하던 중 오 센터장의 증세가 크게 호전돼 입원치료를 포기하고 예정대로 봉사일정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7박8일의 일정을 예정대로 마무리한 오 센터장은 지난 2월 18일 귀국 즉시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에서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 결과 출혈로 인해 뇌 속에 상당량의 피가 고여 있는 것을 확인했고, 수술을 통해 조만간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지난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아다나, 안타키아 등 튀르키예지진 현장에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박명순 수석사무부총장, 임영문 부산평화교회 목사, 온종합병원 오무영 센터장, 김석권 센터장, 주명희 간호팀장, 정명규 충무팀 주임, 온라이프건설 최찬일 이사(전 소방공무원) 등 모두 15명의 긴급의료봉사단을 파견했다.

그린닥터스는 이 기간 동안 지진 이재민 500여명을 긴급 진료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오무영 센터장은 피부병이나 소화기계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나 10대 청소년들을 주로 돌봤다.

1953년 2월생인 오무영 센터장은 황해도 해주출신의 월남가족이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오 센터장의 부모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북한 고향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남쪽 행을 선택해야 했다. 이런 가족사를 안고 있는 그는 부산백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3년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이 설립한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재단에 합류했고,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인류애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오 센터장은 북한 개성공단 내 그린닥터스 운영 개성병원의 진료봉사에 8년간 동참했고, 해마다 동남아 등에서 펼치는 그린닥터스 해외의료봉사 활동에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여전히 전운이 감도는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캠프 봉사를 비롯해,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대참사, 2015년 네팔 대지진 등 재난현장에서 긴급 진료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이번 그린닥터스의 튀르키예 지진 봉사단에 참여한 데에는 월남가족으로서 오래전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키려고 피 흘린 튀르키예에 보은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린닥터스재단 정근 이사장은 “평소 봉사정신이 투철한 오무영 센터장은 아픈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끝날 즈음 이를 안 15명 대원 모두 남은 일정 내내 가슴 졸이면서 이재민들을 돌봤다”면서 “경각에 처한 자신의 목숨을 돌보기보다는 지진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려는 오 센터장의 따뜻한 마음은 국적이나 종교 등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wisechoice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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