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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아시아뉴스통신=강태진 기자] 정부가 내년 광주·전남 반도체클러스터에 전액 국비로 출연하는 1조 5,000억 원 중 2,000억 원을 입주기업 근로자와 기관의 주거와 정주여건 지원에 쓰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7년 산업부의 사업 예산설명 자료에 따르면, 주거·정주여건 지원 대상은 ‘반도체기업·입주기관’으로 지원 한도나 자격 요건, 기업 분담 원칙도 없다. 이 클러스터에 팹을 짓는 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만 9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결국 수십조 원을 버는 대기업 직원들의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 100%로 대주는 구조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7년도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 국민 혈세 2,000억원으로 삼성, SK하이닉스 주거 지원 타당한가
산업부는 신규사업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통합재정지원」에 내년 2027년 지원 예산으로 1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6조 원을 국비 100%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출연하는 사업의 첫해 분이다.
산업부는 1.5조 원의 산출근거 중 하나로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 200,000백만원(근로자 주거·정주여건 등)”으로 적시했다. 사업의 수혜자는 “반도체기업·입주기관”으로 규정돼 있고, 향후 추진계획에는 2027년에 “기업투자와 직접 연계되는 핵심 기반시설 및 정주여건을 우선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투자계획에 따르면 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 2기, SK하이닉스 2기 등 메모리 팹 4기가 들어선다. ‘기업투자와 직접 연계되는 정주여건’이란 결국 이들 대기업의 투자와 인력을 위한 주거·정주 지원을 뜻한다.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 47조 2,063억 원, 삼성전자 43조 5,300억 원(잠정)으로 합계 90조 원을 넘는다.
주목할 점은 반도체특별회계 사업설명자료 전체에서 ‘근로자 주거’를 용도로 적은 사업은 서남권 통합재정지원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같은 특별회계의 용인·평택 등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사업은 전력·도로·용수 등 산단 기반시설만 대상으로 할 뿐 주거는 포함하지 않는다.
■ ‘주거·정주여건 등’ 한 줄에 열린 지원 방식… 한도도 자격도 없다
정부가 출연한 예산은 통합특별시의 반도체지원계정으로 들어간 뒤 통합특별시가 수립하는 연도별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용도가 정해진다. 그런데 예산서에는 단지 ‘근로자 주거·정주여건 등’이라는 간략한 문구만 적혀 있을 뿐, 특정 지원 방식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입주 대기업의 기숙사나 사택 건립비를 직접 보조해 주는 것은 물론, 통합특별시가 예산으로 기숙사와 임대주택을 직접 건립한 뒤 대기업 근로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방식까지 모두 가능해진다. 나아가 근로자 개인의 임차료와 전세보증금, 주택자금 대출 이자를 지원하거나 통근버스 운행 및 생활 SOC 조성 등 각종 정주 인프라를 대납해 주는 형태의 지원까지 전방위로 열려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존 주거지원 제도는 모두 1인당 지원 한도, 소득·자산·무주택 요건, 기업 자부담 비율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예산에는 지원 한도, 대상 자격, 기업 분담, 지원 방식(건립·임대료 보조·융자) 어느 것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다. 또한 통합특별시가 사업시행계획으로 용도를 정하는 구조여서, 국회는 2,000억 원이 실제로 누구의 주거에 쓰이는지 예산 심사 단계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 기존 산업부 산단 주거지원과 정반대… 세 가지 ‘특혜 구조’
산업부가 그동안 전국 산업단지의 근로·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해 온 사업들과 비교하면, 이번 호남 반도체 지원 예산의 특혜 구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① 재원 구조: ‘회수형 마중물’ vs ‘돌려받지 않는 국비 100%’
산업부의 대표적인 산단 주거지원 수단인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는 정부 출자금을 마중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해 임대형 기숙사, 주거·편의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 15년간 74개 사업에 정부 자금 1조 4,350억 원을 넣어 민간 투자 9조 9,031억 원을 끌어냈다. 정부 자금은 총사업비의 약 13% 수준이며, 그마저 지분투자·대출 방식으로 투자기간(원칙 15년) 내 회수하는 돈이다. 청년문화센터 등 산단 환경개선사업도 지자체가 사업비를 분담한다. 예를 들어 당진시 근로자 복합문화센터는 총사업비 172억 원 가운데 국비가 80억 원이다. 반면 서남권 사업은 지방비·기업 분담 없이 국비 100%를 돌려받지 않는 ‘출연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② 지원 대상: ‘중소기업·청년·무주택 근로자’ vs ‘초고수익 대기업 입주기관’
환경개선펀드의 임대형 기숙사는 청년 근로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직장 근처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자체의 기숙사 임차비 지원은 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월 30만 원 한도로, 기업이 임차료 일부(20~50%)를 부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도 공공주택특별법상 무주택·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입주할 수 있다. 반면 서남권 예산은 지원 대상을 '반도체 기업과 입주 기관'으로 광범위하게 열어두어, 영업이익이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기업 직원들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설계되었다.
③ 예산 규모: 전국 산단 4년 치보다 많은 한 클러스터 1년 치
산업부는 지난해 전국 노후산단 66곳을 선정해 청년문화센터·노후공장 리모델링 등 환경개선에 4년간 국비 1,87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전국 산단 환경개선펀드 규모는 약 1,000억 원이다. 그런데 서남권 한 곳의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에는 1년 만에 2,000억 원이 편성됐다. 환경개선펀드가 2023년까지 13년간 공급한 주거시설이 10곳, 2,256세대에 그친다는 점과 비교하면 규모의 차이가 더욱 분명하다.
■ “활용 예시일 뿐”… 산출근거도 없이 2,000억 원
산출근거도 부실하다. 예산서의 분야별 세부 산출내역 칸은 제목과 금액만 적힌 채 비어 있고, 그 아래에는 “상기 사업은 현재까지의 수요조사 및 기업수요 파악 결과 등을 참고한 활용 예시로, 개별사업의 지원 여부 및 규모를 확정한 것이 아님”이라는 주석이 붙어 있다. 지원 대상 인원이나 세대수, 단가 산정 기준 없이 2,000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절차도 끝나지 않았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출연 근거가 될 통합특별법 개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의결에 그쳤고, 재정투자평가위원회의 면제 확정과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아직 거치지 않았다. 출연의 법적 근거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역시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다.
■ 최수진 의원 “대기업 직원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최수진 의원은 “산업단지 근로자의 주거 여건 개선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과 청년 근로자를 중심으로 민간투자와 지방비 매칭을 전제로 지원해 왔다”며 “정부가 이 원칙을 뒤집고, 지난해 9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대기업의 직원 주거비까지 국민 세금 100%로 대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은 명백한 특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대상도, 한도도, 기업 분담도 정하지 않은 채 ‘활용 예시’라는 이름으로 2,000억 원을 먼저 달라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깜깜이 편성”이라며 “예산심사 과정에서 대기업 근로자 주거지원 배제, 지원 기준과 기업 분담 원칙 마련, 사업시행계획의 국회 사전 제출을 요구하고, 근거 없는 금액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