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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 - 현동학(영어통역 안내사)] 폭설유감, 여전히 삼다의 섬 제주도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1-26 09:35


 지난 23일의 날씨.(사진출처=기상청 홈페이지)


 폭설이 시작되던 23일은 마침 토요일이었다. 그날도 영어 통역 안내사인 나는 손님들의 귀가를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폭설은 오후 4시경 절정을 이뤘고, 이미 버스 정류장에는 수백 명이 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폭설 때문에 버스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승객들에게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집에 돌아가는 것은 언감생심, 버스에 탑승하는 일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귀가시간이 2~3시간은 걸릴 듯 해 보이고 불안감이 엄습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버스 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눈길을 택시 승차장으로 돌렸지만 그곳도 이미 전쟁터를 방불하게 했다. 눈에 띄는 택시는 겨우 한 두 대. 하지만 사람들의 행렬은 이미 백여 미터를 넘어섰다.


 공항으로 진입하는 해태동산 입구 내리막길은 이미 빙판으로 점령되었고 모든 차들은 체인을 달고 공항을 오가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통제 불능이었다. 역주행을 시도하는 차들도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판단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눈보라를 헤쳐 버스터미널까지 걷기를 시도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태풍에 가까운 눈보라는 사람들을 괴롭혔고 2~30분 만에 도전은 끝나버렸다는 소문이다. 불안감이 사람들을 되돌아오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고립무원.


 먼저 떠난 일행들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돌아오는 대답 또한 우울했다. 일행들은 한명도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는 소식들이었고 나는 다시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제주공항의 참변은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그곳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다행히 버스기사님은 차를 다시 배차 시켜주었고 운 좋게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공항에서 노숙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힘들게 모든 손님들이 버스에 탑승했고 출발한 버스가 천천히 3층 고가도로를 내려서는데 1층 도로에서는 재난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차들이 엉켜있었다. 그곳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려대고 정차한 차 밖으로 나와 고래고래 고성이 오가는 차창 밖 풍경은 낮 설기만 하다. 한편에서는 눈길에 빠진 고급 승용차의 바퀴가 헛도는 모습이 보였고 모피를 입은 사모님은 직접 차를 밀고 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3층에서 공항출구까지는 약 300여 미터. 하지만 그곳을 지나는 소요 시간은 이미 50분이 넘었다. 그리고 용담에 있는 호텔까지 가는데 30분이 더 소요됐다. 아마 호텔이 신제주나 구제주 방향이었다면 1시간은 더 걸렸을지 모른다.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이 7,000여 명이라는 뉴스를 나중에 듣게되었다. 폭설로 제주에 발이 묶여 제주를 떠나지 못한 사람이 7만 여 명이 넘는다는 소식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이틀 여 간의 노숙자 생활도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공항 내에서 는 종이 박스 1장에 만원에 팔리고, 노형까지 가는 택시비가 10만원 이었다는 뉴스도 그때쯤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곤 분통을 터뜨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간의 욕망이 분출한 오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상을 살펴보면 박스 1장에 만원이라는 가격은 원래 공항에서 판매하는 수화물 대형 박스 가격이었고 택시비 10만원은 그 당시 공항에서 불과 5km 남짓한 노형동까지의 거리에 2시간 넘게 걸렸던 상황을 감안한 이야기였다는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택시로 두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돈을 주고도 움직이는 차량이 없을 정도라는 말이었다.


 와중에 제주도민들은 발이 묶인 관광객들을 위해 무료로 숙식을 제공 하겠다는 소식들을 쏟아냈고 관광버스들도 특별수송을 하기 위해 눈보라를 무릎 쓰고 자발적으로 투입 되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지역 마임이스트 이경식씨는 러피, 조성진씨 등과 함께 낙심한 노숙객(?)들을 위해 폭설을 뚫고 공항 내 공연에 나섰다는 몸짓도 뉴스가 되었다. 공항공사 관계자들의 반대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자연 재해를 사람들이 쉽게 이길 수 있겠냐마는 이렇게 서로 합심해 극복하는 모습은 좋은 귀감이 되었다.


 제주도 사람들이 재난을 이용해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이득을 취했다"는 기사는 오보에 불과하다. 심지어 도지사가 2박3일 동안 무엇을 했냐는 지역 기사도 언급되고 있다.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결코 제주도 사람들은 자연재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결코 아님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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