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6일 금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07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8-06 09:36

[기고]황허(黃河), 불그스름한 황금빛 강물..평화의 물결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중국 간쑤성(甘肅省) 우웨이서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중웨이로 달리는 필자.(사진=장용)

"황하가 하늘로부터 떨어져 동해로 가나니, 만 리 강물은 가슴 한복판으로 쏟아져 들어온다(黃河落盡走東海, 萬里寫入襟懷間)"는 이백(李白)의 '증배십사(贈裴十四)'를 읊조린다.

이백이 이 시를 황허의 어디쯤에서 보고 지었는지 모르지만 오늘 내가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사파토우의 절벽 위에서 바라본 모습과 비슷한 곳에서 바라보고 이 시상이 떠올랐을지 싶다.

지금 내게도 이 시상이 머리에 떨어졌는데 한 발 늦었다. 한 발이 아니라 늦어도 너무 늦었다.

누렇다기보다 오히려 불그스름한 황금빛의 강물은 아직 상류라 거대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14억 중국인을 낳아서 키우고 먹여 살리는 웅혼한 기상이 피부로 스며든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강의 모습에서 승천하려는 한 마리의 웅혼한 황룡이 보인다. 이 강이 중국의 역사를 일구어 왔고 문명을 잉태하였고 예술혼을 키워왔던 강이다.

삶이든 역사든 결국 흘러간다. 붉은 토사를 품에 안은 고달픈 황허는 수없이 꺾어지고 부서지고 휘돌지만 점점 더 넓어져서 바다로 흘러간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사파토우 절벽 위에서 바라본 황하(黃河)의 모습.(사진=장용)

이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오르기 전에 길거리에 수박을 파는 행상이 보인다.

어제 사파토우란 황허 강변의 민박마을에서 숙박을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을 볶음밥을 싸달라고 했다.

바쁘다고 저녁 9시까지 해준다더니 안 해주어서 우리가 5시 40분쯤에는 나가야하니 아침 일찍 해달라고 했는데 아침에도 안 해놓았다.

결국 아침은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출발하였는데 중간에 식당이 없어서 굶을 처지였다. 다행히 우유와 빵 소시지가 있어서 점심도 그걸로 때웠다.

수박을 잘라서 파는 것이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잘라서는 안판다고 한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혼자서 큰 수박 한 통을 잘라서 다 먹을 수는 없어서 발길을 돌리려는데 내 행색을 보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더니 작은 수박 한통을 먹으라고 건네준다.

수박으로 목의 갈증과 인정의 갈증을 해결한 덕분에 36도의 날씨에 언덕을 거뜬히 올라선다.

한국은 요즘 39도 40도를 오간다니 36도의 온도는 피서 온 것쯤으로 여겨진다.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사파토우 언덕을 오르기 전에 수박 파는 행상과 함께.(사진=장용)

중국은 지정학적 이유로 늘 우리의 역사와 함께 때로 피터지게 싸우며 때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존해 왔다.

그래서 비슷한 것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친숙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한편 밉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국경에 들어서부터 두 달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호기심의 문은 닫히질 않는다. 다 알 것 같으면서도 낯선 나라가 중국이다.

황허가 펼쳐져 나간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중국의 모습을 보일 테니 이제 제대로 중국을 탐험할 것이다.

더 알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사람들은 멍하니 아무 표정 없이 쳐다보기만 한다.

속마음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달려서 스쳐지나가는 내게는 그들이 참 무뚝뚝하고 정이 없어 보인다.

16개국을 지나오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서 짧은 시간이지만 정을 나누어 왔지만 여기서는 기회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 아쉽고 답답하다.

내가 중국어라도 더 배워왔으면 나을 것을 그러질 못했다.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사파토우 언덕을 오르기 전 길에서 만난 어린이들과.(사진=강명구)

황허의 길이는 5464km에 이르며 서로는 칭하이 성에서 발원하여 쓰촨, 간쑤, 닝샤자치구 등을 돌아 내몽고, 산시, 샨시, 허난, 산동을 거치는 그야말로 대장정을 마치고 황해로 흘러든다.

그 황허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물에 진흙의 함유량이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강이 흘러드는 바다의 이름을 강에서 이름을 따 황해가 되었을까.

황허는 흘러내리는 토사에 의해서 화베이평야의 대부분을 형성한 만큼, ‘물 1말에 진흙 6되’라고 할 정도이다.

황허는 중국인들에게 삶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난폭한 폭군이 되기도 한다.

비옥한 곡창지대인 화베이 평원을 제공하지만 물에 황토가 유입돼 퇴적물이 쌓여 강바닥이 평지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을 형성하여 홍수의 피해가 크고 유로가 자주 변경된다.

평균 27년에 한 번씩 물길이 바뀐다고 한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경사도가 심해 배가 다니기에 부적합하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 사파토우 절벽 위에서 바라본 황하(黃河)의 모습.(사진=장용)

우임금이 중국 역사상 최초의 왕권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황허의 치수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흙이 수천만 년에 걸쳐 퇴적되었기에 토양이 부드럽고 영양분이 많아 힘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어서 풍성한 수확을 얻었다.

중국인들은 범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재난과 싸우며 자자손손 이어온 것이다.

나는 이태백의 시에 한 구절 더 보탠다. 황하가 하늘로부터 떨어져 동해로 가나니, 만 리 강물은 가슴 한복판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그 강물은 내 가슴에서 황금빛 평화의 물결로 일렁인다.

어려움과 7월의 무더위를 뚫고 이제 간쑤 성을 지나 닝샤후이족자치구로 들어왔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문명을 낳고 역사와 문화를 꽃피운 중국의 어머니 강 황허와 격한 만남을 가졌다.

이제부터 '모친하(母親河)'가 중국인들에게 선물한 풍요로움을 만나볼 수 있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