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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16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9-12 09:03

[기고]만리장성보다 민심이 중요했듯 사드보다 민간교류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평화마라톤 1년을 맞아 중국 북경에서 KBS 기자와 달리면서 인터뷰하는 강명구 마라토너.(사진=장용)

베이징 입경을 앞두고 원불교에서 대규모 응원단이 찾아왔다.

1년여 홀로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길에는 갖은 역경이 다 찾아오지만 가장 힘들 것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지는 마음의 건조함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던 고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끌어내주는 기쁨을 맛보았다.

고독이란 언제나 자신의 몫이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가져다주는 든든함과 따뜻함으로 새로운 힘을 얻는다.

끝없는 사막을 한여름의 이글거리는 땡볕 아래 지나고 나서 찾아온 응원단은 단순한 기쁨이나 위안을 뛰어 넘는 가뭄의 빗줄기 같은 것이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그들이 찾아와서 힘이 다 소진되어가는 내게 힘을 불어넣고 갔다.

대구 경북교구장 김도심 교무님, 왜관 교당 박형선 교무님을 비롯해서 8명이나 와서 힘을 실어주었다.

대부분 사드를 성주에서 빼내기 위하여 지난 2년여 생고생을 하신 분들이다. 어머니와 아내도 찾아와서 힘을 실어주었다.

후원회의 송인엽 대표님과 오경환 공동대표님까지 와서 힘을 보탰다. 그 힘으로 팔달령을 그 옛날 만주군보다도 가볍게 넘는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원불교에서 고마운 응원단이 찾아와 필자를 응원했다.(사진=장용)

북방의 침입자들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넘었을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넘는다. 평화의 이름으로 오랜 제국의 심장에 뛰어드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북방민족이 베이징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통로가 팔달령을 통과하는 루트였다.

만리장성은 지금 내가 달려서 넘는 산등성이를 타고 끝없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 장성은 명나라 때 개축한 것인데 명 왕조는 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온 국력을 소모했다. 기록상으로는 당시 장성 방어선을 지키는 상주병력만 70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만주족이었으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로 꼽히며 가장 긴 61년간 재위한 강희제,

청나라가 팔당령의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을 정복한 지 50년 가까이 흐르고 정권이 안정되어가는 1691년 지금의 건설부 격인 공부(工部)의 장관이 황제에게 보고를 올렸다.

만리장성 성벽이 많이 무너졌으니 대대적인 보수를 할 수 있도록 허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때 강희제는 단호하게 '노(NO)'라고 대답하였다.
 
만리장성을 넘기전 어머니와 아내, 나를 후원회하는 송인엽 오경환 공동대표가 찾아 왔다.(사진=장용)

"다시 수리할 필요는 없다. 진나라 이후 역대 왕조가 장성을 구축했지만 전쟁은 끝이 없었고 나라를 지키지도 못했다. 나라를 지키는 도리는 덕을 쌓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데 있을 뿐이다. 쓸데없는 공사로 공연히 사단을 일으킬 필요 없다."

역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다운 결연하고 자신감 있는 대답이었다. 그의 말처럼 만리장성은 중화제국을 지키지도 못했고 중국 백성들을 평안하게 보호하지도 못했다.

남쪽과 동.서쪽 국경선을 빼고 북방에서만 이런 병력이 동원됐다면 그 예산과 국력의 낭비는 엄청났을 것이다.

강희제의 혜안은 대단했다. 만리장성은 몽골족의 침입도 만주족의 침입도 막지 못했다.

그런 장성을 보수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엄청난 국력을 낭비하느니 그 예산과 열정으로 국민들의 복지와 교육에 투자하여 민심을 얻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의 기초를 다지는데 전념했다.

이제 만리장성은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고 외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 자리에 존재하는 듯하다.

이 팔달령 고갯길에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넘어오고 있다. 그 위에 평화의 발걸음을 싣는다.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개축한 것으로 명은 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온 국력을 소모했다.(사진=장용)

마찬가지로 사드로는 북의 미사일도 전쟁도 막을 수가 없다. 쓸데없는 사드 도입으로 사단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사드배치를 결정할 당시 안보를 위하여 배치한다고 강변했지만 사드 때문에 한반도를 최대의 안보위협에 빠트리고 말았고 우리의 국익을 여지없이 요격하고 말았다.

사드는 방어적 무기이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아무리 항변해봐야 소용이 없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도 그렇다. 쿠바가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배치하려한 것이 아니었다.

쿠바의 입장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최소한의 안보적 담보가 필요했다. 미국의 대응은 단호했지만 쿠바가 그냥 물러난 것도 아니었다.

쿠바는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공약을 얻어냈고 소련은 터키배치 미사일 철수를 얻어냈다.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개축한 것으로 명은 이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온 국력을 소모했다.(사진=장용)

우리가 할 일은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맺고 민간교류의 물고를 트는 일이다.

진정한 평화를 얻으려면 우리가 꿈꾸는 것, 우리가 바라는 것만 주장하면 안 된다.

북쪽의 풍부한 자원과 그곳을 경유해서 들어올 값싼 석유와 가스, 값싼 노동력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 입에서 자만심에 가득한 오만함이 느껴진다. 남북을 함께 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를 가두었던 상상력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야 한다. 우리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상상했던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겠다.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북한의 첨단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이 무기를 만들던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능 등 기술은 세계에서도 우뚝 솟는 업적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것들과 남의 자본과 상용화 기술, 마켓팅 능력이 합쳐지면 그 힘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세상 이상의 세상이 곧 펼쳐질 것이다.
 
중국 발전상을 가늠할 수 있는 건축물로 마치 돌을 세워 놓은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사진=장용)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켰습니다. 많은 금기들이 우리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어쩌면 가장 쉬운 금기 중의 하나인 압록강을 넘는 일, 그 가장 쉬운 금기 하나를 깨기 위하여 이렇게 어렵고 먼 길을 돌아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제 정세 탓만 하고 앉아있기만 할 때가 아니었다. 지정학적 역학관계만 고려할 때도 아니다.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정부를 믿고 팔짱만 끼고 기다릴 사항도 아니었다.

우리가 나서자! 무엇이든 아이디어를 짜내고 무엇이든 행동하자! 우리에겐 위대한 미래가 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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