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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93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6-17 18:03

[기고]양산박의 송강처럼 황폐한 대지에 물을 주는 톈산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투루판 근처는 한 낮의 기온이 섭씨 50도에 이르는 지역이다.(사진=강명구)

투루판으로 들어서는 길은 뽕나무 가로수가 한동안 이어졌다.

붉게 익어 떨어진 오디가 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뽕나무 사이사이에 접시꽃이 사막의 먼지를 가득 뒤집어쓰고 피어나고 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길가에는 지난 밤 더위를 피해 문밖의 침상에서 자는 사람들이 보인다.

먼지를 피우며 마당을 쓰는 서역 여인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먼지를 뒤집어쓴 접시꽃처럼 시골티를 뒤집어 썼어도 그대로 아름답게 보인다.

뽕나무 가로수가 끝나자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포도밭의 장관은 나그네에게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투루판이라는 지명은 위구르어로 ‘파인 곳’이라는 의미이다. 해수면보다 낮은 이곳은 톈산 산맥의 자락들이 에워싼 분지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50도에 이를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엄청난 추위가 몰아닥치는 도시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며 중국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와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톈산이 가져다준 커다란 축복이기도 하다.
 
투루판으로 들어서는 길에 사막의 먼지를 뒤집어 쓴 뽕나무 사이로 접시꽃이 피었다.(사진=강명구)

톈산은 거대한 산 도적이다. 이곳은 내륙 깊숙한 곳이라 구름을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 구름이 산을 넘을라 치면 구름이 가지고 있는 습기를 탈탈 털어 눈(雪)으로 빼앗아 머리에 이고 있다가 날이 더워지면 주위에 황량한 땅으로 흘려보내주어 온갖 생명이 자라게 만든다.

톈산은 양산박의 송강과 오용, 이규, 노지심 등 108인의 의적과 비슷한 셈이다. 중국인들은 아마 수호지보다 톈산을 현실적으로 더 좋아할 것 같다.

하늘의 것을 도적질해서 황폐한 대지에 나누어주는 의적이니 말이다.

포도는 이곳은 강렬한 태양과 바다의 물 주름을 모래에 그려내는 거친 바람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발을 담그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맑고 깨끗한 눈 녹은 물을 마시면서 최고의 맛을 생산한다.

최고의 뜨거움과 차가움, 거친 듯 부드러움을 담아서 익은 포도 알이 이곳의 토굴에서 오랜 시간 숙성되었다.

언제나 냉랭하던 연인과 함께 마시면 그 연인의 가슴을 뜨겁게 데워줄 마성의 포도주로 탄생하는 것이다.
 
투루판 근처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포도밭의 장관은 나그네에게 초현실적으로 보인다.(사진=강명구)

현장법사가 천축국으로 가서 불경을 공부하러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당나라 조정은 백성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있었다.

장안을 출발한 현장은 감숙성 무위현에 도착했다. 변방을 지키던 관원들은 그를 붙잡아 장안으로 보내려 했으나 그는 옥문관 부근의 과주로 도망쳤다.

그는 결국 물 한 방울 없는 거친 사막을 지나 고창(투루판)에 도착했다. 그에게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도 지켜야 할 더 큰 가치가 있었다.

629년 불심이 깊었던 고창 왕국의 국문태라는 왕은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하미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사람을 보태 정중히 모셔왔다.

고창 왕은 현장을 극진히 모셨고, 자신을 도와 정사를 맡아 달라고 청하였으나 현장은 거절하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인도로 갔다.

그러나 그가 돌아왔을 때는 고창왕국은 당나라에 의해 멸망해 없어졌다.

고창 왕은 현장의 식사대접 등 시중을 직접 들기도 하며, 현장이 설법을 나갈 때는 자신을 발판으로 밟고 올라가도록 하는 등 최고로 극진한 대접을 했다.

하지만 인도로 가기로 결심한 현장은 나흘간의 단식으로 겨우 고창국을 벗어날 수 있었다.

떠나는 현장을 위해 네 명의 소년을 출가시켜 시중을 들게 했고 20년간의 여비에 해당하는 황금 100냥, 말 30마리, 하인 25명을 달려 보내며 직접 친서를 써 현장이 지나는 나라에서 돕도록 배려를 했다.
 
화염산은 붉은 사암으로 돼있어 햇빛을 받아 반사하면 불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사진=강명구)

투루판을 지나서 하미로 향하는 길목에 화염산이 있다. 구리의 머리, 쇠의 몸뚱이라도 녹여버린다는 이 화염산을 현장법사 일행이 넘어갔다.

이곳 화염산은 서유기에 나오는 우마왕이 살던 곳이기도 하다. 위구르인은 이 화염산을 '붉은 산'이라고 부른다.

산이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햇빛을 받아 반사하면 마치 불타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한다.

화염산의 불을 끄는 일은 파초선을 갖고 있는 우마왕의 부인 철선공주를 이긴 손오공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불 꺼진 그 화염산을 지난 곳에 베제크리크 천불동(千佛洞)이 마음 아프게 훼손된 채 자리하고 있다.

투루판에서도 가장 덥다는 곳이 바로 이곳 화염산이다. 무더운 여름 이곳 화염산은 섭씨 55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해서 달리면서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스팔트의 아지랑이 속에 이 산은 바로 불꽃의 모습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투루판 근처 사막에는 유전이 있어 곳곳에 유정이 설치돼 있다.(사진=강명구)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 현장법사가 이곳 화염산의 열기에 놀란 모습을 서유기에서는 우마왕을 등장시킨다.

손오공과 철선공주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세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 손오공 만화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지금 그 서유기의 무대가 되는 이 화염산을 지나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한낮 최고 더위만은 피해보려고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달리지만 이런 더위 속에서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가슴이 터지기 전에 먼저 손이 붓기 시작한다. 오늘은 42km를 다 못 채우고 39km에서 마감했다.

나는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나는 재주도 없고 여의봉도 없으니 이 화염산의 철선 공주에게 지고 마는 듯하다.

어쨌거나 화염산은 기필코 지나서 마쳤으니 무승부로 쳐줬으면 좋겠다. 
 
6.15 남북정상회담 18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의 평화마라톤 부스 모습.(사진=평마사)

현장법사는 중국을 떠날 때는 보안법 위반이었지만 645년 2월 우여곡절 끝에 그가 경전 520묶음을 20필의 말에 나눠 싣고 17년 만에 장안으로 돌아올 때 그는 중국의 영웅이 되었다.

처음 현장법사의 구법여행을 막았던 당태종도 "목숨을 바쳐 법을 구하고 중생을 이롭게 했으니 경하 드린다."며 치하를 했고 황실과 수많은 백성들은 그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했다. 

내가 처음 유라시아 평화 마라톤에 나설 때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이 진짜 유라시아 대륙을 완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북한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왠지 이유를 모를 자신감이 내게 있다고.

이미 근대사 박물관에 들어가 있어야 어울릴 ‘국가보안법’을 내 손으로 유물을 만들고 싶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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