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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122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10-10 09:34

[기고]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400여일만에 10여개국 1만 4000여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해 압록강변에 도착한 필자.(사진=평마사)

펭귄은 휴식을 취할 때 바다 밖으로 나온다. 얼음 위에서 한참 휴식을 취하고 놀다가 보면 다시 배가 고파진다.

펭귄의 무리들은 뒤뚱뒤뚱 줄을 서서 바다로 걸어간다. 바다가 바로 코앞에 펼쳐지는 순간 펭귄들은 멈칫한다.

바다 속에는 물고기가 많아 금방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자신들을 노리는 범고래, 상어, 바다표범, 물개 등 천적들도 많기 때문이다.

바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한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포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한 마리 펭귄이 먼저 바다에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두려움을 이기고 잇따라 뛰어든다. 처음으로 물속으로 뛰어든 펭귄은 누구보다도 배가 고팠다.

누구보다도 간절해서 용기를 갖고 먼저 물속으로 뛰어든 펭귄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들도록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400여일만에 20여개국 1만 4000여km를 달려 압록강변에 도착한 강명구씨와 후원자들.(사진=평마사)

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 바닷속과 같은 불확실성을 우유성(偶有性)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감한 퍼스트 펭귄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일에 처음으로 뛰어드는 일은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항상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재빨리 2등으로 출발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침내 1등까지 앞지른 2등 전략이 언제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였다.

언제나 눈치 보기와 비굴한 처신을 하며 오로지 시험을 잘 보는 머리 좋은 영악한 인간이 두각을 나타냈다.

과감하게 시도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하면 생존율이 3-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탈락하여 낙오자가 되면 취업을 하거나 경력을 쌓는데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다시 역전의 기회를 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본주의 무한 경쟁체재에서 젊어서 실패하는 것은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낙오자를 만들어버렸다.
 
중국 단동 압록강에 철교와 단교, 강건너 북한이 짓고 있는 호텔이 보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DB

기러기 떼 지어 날고 서풍은 계절을 재촉하는 듯하지만, 백두산 호랑이 한 번 울어대면 곧 동녘 하늘이 밝아올 것이다.

지금 달리는 여기가 바로 영웅들이 수없이 싸웠던 전쟁터 만주 벌판이다. 천하가 편안한지 위태로운 지는 언제나 만주 벌판에 달려 있었다.

만주 벌판이 편안하면 나라 안이 잠잠하다. 만주의 서북방향 따싱안링(大興安嶺) 산맥과 남동방향에 백두산이 있는 장백산맥에 둘리어져 있는 곳이 '東北평야'로 발해가 있던 지역이다.

압록강을 건너 광활한 만주 벌판을 처음 대면하고 감격한 연암 박지원이 이곳이야말로 "통곡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외쳤다.

저 만주 벌판과 같이 한없이 드넓은 세계로 나선 해방의 기쁨은 통곡으로 밖에는 표현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조선의 선비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좁은 국토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이를 숙명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니 휴전선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온 우리들이 얼마나 답답증에 걸려 병이 됐을까?

누구보다도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먼저 바다 속 같이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유라시아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푸순(撫順)에 있는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강명구 마라톤 환영단.(사진=평마사)

만주벌판을 달리면서 지나온 생을 반추해보니 특별히 앞으로 나서서 한 일도 없었으면서 늘 경쟁에서 지는 못난이였었다.

그 못난이가 뒤뚱뒤뚱 퍼스트 펭귄이 되어 유라시아대륙을 다 달려서 이제 며칠이면 단둥에 도착한다.

압록강은 내게 빙하의 끝자락 같은 곳이다. 이제 평화와 통일의 물고기가 가득한 압록강 너머로 뛰어올라야 한다.

내가 퍼스트 펭귄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강 압록강과 임진강을 건너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단둥까지 무사히 도착할지 의문이었지만 압록강을 건너는 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을 때가 있다. 단동까지만 무사히 오면 압록강을 건너 뒤뚱뒤뚱 한반도를 남북으로 달리는 평화의 퍼스트 펭귄이 될 거라 확신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과 시련 속에서 달려 무수한 고난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난 훗날 젊은이들과 맥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두려워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노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일을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강명구 마라토너와 평마사 대표단이 신한민속촌에서 환영행사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평마사)

이제 단둥 도착 며칠을 앞두고 서울에서 응원단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평화통일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여서 ‘평마사’라 한다.

평마사 사무총장으로 수고하는 김창준과 나와 같은 마라톤클럽의 백형식 형과 전주에서 김안수 씨와 경기도에서 김종익 씨가 와서 동강까지 함께 달렸다.

이제부터는 조중 국경지역이라 중국공안이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달리지도 말고 구호도 외치지 말며 더욱이 현수막은 들지 마라는 엄중한 경고가 떨어진 상태에서 눈치껏 조심하며 달렸다.

동강까지 달리고 마지막 단둥 철교까지 한 구간을 남겨놓고 심양, 푸순 환영문화에 참가하려 심양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송인엽, 박민서, 연상흠씨 등을 만나서 다음날 일찍 푸순의 교포가 운영하는 신한 민속촌으로 이동하였다.

벌써 교포들로 구성된 풍물패와 교포들로 꽉 차 있었고 입구에는 ‘환영 강명구 마라토너의 유라시아 평화의 길’이라는 현수막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이곳에서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이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였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푸순(撫順)에 있는 신한민속촌에서 열린 강명구 마라톤 환영행사.(사진=평마사)

250여 명이 함께 김봉준 화백의 평화의 띠그림을 이어 들고 풍물패의 길맞이 행사가 이어지고 이장희 상임대표의 경과보고와 김성곤 전 의원의 축사 조선족 대표의 환영사를 해주었다.

황량한 벌판에서 뜨거운 생명력과 근면함으로 일어선 이곳의 동포들의 통일 열기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조국의 화해와 통일을 목말라 했던 동포들, 지금 조국은 둘로 갈라졌지만 이들 기억 속에서 조국은 언제나 하나였다. 조중 접경지역이라서 더 뜨겁고 간절할 지도 모른다.

조국의 통일은 정상들끼리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마주잡는다고 오지 않는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부등켜 안아야 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간절히 북녘 땅 대동강변 버드나무 아래서 세계적인 평화의 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지기를 제안한다. 
 
400여 일만에 10여 개국 1만 4000여 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해 압록강을 바라보는 필자.(사진=평마사)

“남한, 북한 시민 5만 씩 재외동포와 세계시민 포함하는 약 15만이 대동강맥주와 남한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 손을 마주잡고 축제를 벌이자. 이념을 뛰어넘는 어울림 속에 마음의 분단선을 지워버리자”

누구보다도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먼저 바다 속 같이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유라시아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내 발걸음에 수많은 남북한 시민들, 해외동포들 세계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얹어졌다.

나는 기꺼이 퍼스트 펭귄이 되어 압록강을 뛰어 넘어 이 슬픈 강을 기쁨의 강으로 영원토록 흐르게 하고 싶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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