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 일러스트장기화되는 고물가 속에서 경기 지역화폐가 서민 가계의 필수적인 지출 절감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나, 폭발하는 수요를 재정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책적 과부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매월 초 충전이 시작되자마자 수만 명의 접속 대기열이 생기며 불과 몇 분 만에 예산이 바닥나는 일명 ‘지역화폐 오픈런’이 일상화된 가운데, 각 지자체가 내놓은 대응책을 둘러싸고 도민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수원과 용인, 화성 등 경기 지역 주요 지자체들은 수혜 인원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개인별 월 충전 한도를 일제히 끌어내리는 고육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올해 ‘희망화성지역화폐’에 57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화성시의 경우, 전체 가입자 82만 명 대비 매월 인센티브를 받는 인원이 약 4만 8천 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시는 오는 8월부터 충전 한도를 기존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반토막 내는 개편을 단행한다. 인센티브 비율 10%는 유지하되 한도를 낮춤으로써, 월 수혜 대상을 기존의 두 배 수준인 9만 5천 명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수원시 역시 수원페이 전체 가입자 92만 명 중 매월 혜택을 받는 도민이 단 7%인 6만 6천 명에 그치는 등 극심한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
시는 연간 약 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소수가 혜택을 독점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월 최대 인센티브를 5만 원에서 3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최근 긴급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도를 낮출 경우 수혜자가 약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용인시도 오는 8월부터 월 충전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축소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월 최대 인센티브는 3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수혜 인원은 3만 7천 명에서 6만 7천 명으로 8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과천시와 안양시의 경우 이미 지난 7월부터 충전 한도를 기존 3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선제적으로 낮춰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는 매달 1일 충전 개시 직후 발생하는 서버 마비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 개편에 일제히 나섰다.
수원시는 오는 8월부터 충전 개시 시각인 오전 9시 이전 사전 접속을 제한한다. 용인시와 화성시 역시 인센티브 혜택이 시작되는 시각(용인 오후 1시, 화성 오후 3시) 이전에는 충전 화면에 미리 들어가 대기할 수 없도록 접속 제어 조치를 도입한다. 충전 시각 전 사전 접속을 막아 한꺼번에 트래픽이 몰리는 병목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한도 축소와 접속 제한 조치는 예산의 조기 소진을 완화하고 소수 사용자의 독점을 막아 더 많은 도민에게 혜택을 나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비자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지출 절감 체감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학원비나 식비 등 고정 지출이 큰 가구 입장에서는 인센티브 비율이 유지되더라도 절대적인 절약 액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혜택의 파이를 키우는 대신 '얇고 넓게 쪼개는' 정책 전환이 과연 고물가 극복에 실질적 도움을 주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앱 접속 시간을 조정하거나 대기 방식을 일부 변경한 지자체들의 미봉책을 두고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의 절대적인 규모가 한정된 상태에서 단순히 접속 문을 여는 시각만 바꾼다고 한들, 치열한 선착순 경쟁이라는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출발선에 서는 시간만 늦췄을 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피로감이나 불편 해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선착순 충전’ 구조가 디지털 취약계층의 복지 소외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서버 접속 대기 인원이 수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앱 사용이 익숙지 않거나 속도가 더딘 고령층은 인센티브 수혜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예산으로 지급되는 지역 복지 혜택이 오직 '손가락 순발력'이나 정보 기기 접근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젊은 층 위주의 예산 소진으로 인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이 복지 혜택에서 밀려나는 ‘역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단순한 구매 한도 감축을 넘어 충전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전용 발행 물량을 별도로 할당하거나 연령대별 예산 분배 배정제를 도입하고, 나아가 사전 예약 및 추첨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물가 속 서민 삶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지역화폐 제도가 본래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재정 확장 노력과 더불어 모바일 약자를 아우르는 정교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아시아뉴스통신=양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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