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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81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5-01 09:00

[기고]남북정상회담의 평양냉면으로 읽는 평화이야기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찬으로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날 평화의집 저녁만찬은 평양냉면이었다.

남쪽에서 열리는 분단 역사 최초 정상회담에 남한식 음식을 준비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상대방 배려다.

덕분에 평양냉면은 뜨고 말았다. 

그날 남쪽 평양냉면집은 모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소식이 큰 뉴스가 되었다.

평양 소리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들도 평양냉면은 즐겨 먹으니 평양냉면은 음식통일을 이룬지 오래되었다.

아마 분단의 아픔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카자흐스탄 타라즈서 악출락으로 가는 길 언덕 돌무덤 위에서 먼 산을 보고 있는 산양.(사진=김현숙)

이번 유라시아횡단 평화순례마라톤은 나의 개인사에서 시작되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살아생전 북의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뭐 하나 정붙이는 것이 없었다. 늘 먼 산을 쳐다보고 늘 땅을 내려다보았다.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없으니 그의 영혼은 늘 다른 곳에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늘 결핍되어 있었다.

아버지에게 불만은 커졌고 집안 분위기는 언제나 냉랭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운명처럼 같이 살았지만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마지막 몇 년 그렇게 고통을 호소할 때도 나는 냉정했고, 어쩔 수 없이 핏줄을 타고나 글을 쓴다는 나는 시인인 아버지 시 한편 읽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그토록 닫혀있었다.
 
카자흐스탄 타라즈서 악출락으로 가는 길 한 광장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날고 있다.(사진=김현숙)

돌아가시고 한참 후에야 우연히 아버지 시집을 들춰보았다. 그때야 알았다.

아버지 육신은 평생을 나와 어머니와 함께했지만 영혼은 대동강가 어느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육신을 가지고는 도저히 못가는 그곳을 육신의 짐을 훨훨 벗어버리고는 단숨에 가셨으리라는 것도... 

그때 나는 결심했다. 아버지를 만나러 무작정 떠나야겠다고...

임진강을 통해서는 도저히 못 갈 길을 시상처럼 떠오른 유라시아횡단 평화마라톤으로 가야겠다고...

이렇게라도 하면 하늘도 감복하고 땅도 감복해서 그 굳게 닫힌 빗장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카자흐스탄 타라즈서 악출락으로 가는 길 한 경비행장에 쌍엽기 두 대가 대기하고 있다.(사진=김현숙)

그때부터 아마 내 마음은 대동강변 어느 버드나무 아래로 떠나서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다.

영혼이 떠나버린 나는 하루도 더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 준비도 안 된 내가 편도 비행기 표를 사서 떠난 이유이다.

유모차를 밀며 16000km를 달려서 단둥을 지나 평양 거쳐 판문점으로 넘어 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미친 마라토너라고 했다.

나는 그때 미쳤을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 험한 길을 떠날 엄두를 냈을까?

무작정 떠나서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달리고 달리면서 떨어지는 나의 땀방울이 보석처럼 빛나고 영롱하다는 것을 사람들 격려로 알게 되었다.

사람들도 저마다 분단의 비극을 갖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개인의 비극이 아닐지라도 집단의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던 그 손으로 내게 박수를 쳐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앞에서 열린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출정식 모습.(사진=조직위)

내 마음이 얼마나 닫혔나 하면 사소한 일도 시시콜콜 잘 기억하는 내가 불과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닫혔나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꼬박꼬박 잘 챙기시더니 아버지 제사상은 안 차리신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거나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유라시아횡단 평화순례마라톤은 사실 세계평화도 민족도 아닌 내 마음의 평화마라톤이다.

내 마음에 있는 암 종양보다도 더 큰 마음의 종양을 떼어버리고 싶었다.

대동강변 어느 버드나무 아래로 가서 내 눈물로 그 종양 다 녹여버리고 그것을 대동강에 쏟아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 할 마음의 병이 있었다.

북한에 머무를 아버지에게 그동안 차려드리지 못한 제사상을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드리고 싶다.

아마 아버지는 자신이 받는 첫 제사상이 분단의 종말을 알리는 제사상으로 받으시면 날 용서할 것 같다.
 
카자흐스탄 악출락서 Maldybay로 가는 길에 보이는 자바글리 설산이 한 폭의 그림 같다.(사진=김현숙)

그러고 보니 아버지 좋아하시던 평양냉면 마음 놓고 잡수시게 사드린 기억도 없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나는 평양냉면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맛에도 시절, 운이라는 것이 있다.

한때 프랑스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태리 음식이 또 세계인의 입맛을 평정했었다.

그리고 일본 음식이 그러했고 중국음식은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으로 대표되는 햄버거가 또 그랬다.

이제 유라시아를 넘어 세계를 제패할 맛의 칭기즈 칸은 한국음식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식품을 찾는 요즘 한국음식은 그 지울 수 없는 매운맛과 때론 담백한 맛의 마법으로 세계인들을 평화롭고 즐겁게 평정시키고 있다.
 
지난 27일 LA의 한 교회에 마련된 쉼터에 모여 식사하며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있는 동포들.(사진=AOK)

여러분들은 아실라나 모르겠다. 이렇게 유라시아 대륙을 8개월 정도 달리면 ‘半도사’가 다 된다는 것을.

내가 예언컨대 평양냉면과 비빔밥은 정크푸드인 맥도날드·버거킹제국을 무너트리고 즐겁고 평화롭게 천하를 통일하는 미래의 맛이 될 것이다.

지금껏 아이들 비만 주범인 콜라는 수정과와 식혜에 자리를 내줄 것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남녀 사랑도 밥 한 끼 같이 먹으면서 시작되고 큰 상담도 밥 한 끼 먹으면서 시작된다.

결코 밥맛없는 사람하고 마주앉아서 밥 한 끼를 같이 먹지 않는다.

그 역사적인 밥상 한가운데 평양냉면이 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로 나온 옥류관 평양냉면.(사진=합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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