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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본인) |
[아시아뉴스통신=홍성의 기자] 『설계변경은 왜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가』 — 34년 플랜트 현장이 발견한 프로젝트 병목의 본질
"자료는 넘쳐났지만, 그 자료를 곧바로 판단으로 이어주는 구조는 비어 있었다"
삼성엔지니어링 공사본부장 출신 이현오 저자가 34년간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설계변경은 왜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가』가 출간되었다. 프로젝트는 늘 바쁘게 움직이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그 차이의 원인을 묻는다.
끝에서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작은 앞에 있다
설계변경은 내려왔는데 현장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자료는 많은데 테스트 패키지 하나가 바로 묶이지 않는다. Punch는 처리하는데 시운전은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프로젝트마다 사람도 다르고 조직도 다르지만, 멈추는 장면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저자는 이 반복의 원인을 사람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실행 구조에서 찾는다. "현장에 데이터가 없었던 적은 없다. 자료는 넘쳐났지만, 그 자료를 곧바로 판단으로 이어주는 구조는 비어 있었다."
구조의 공백은 조용히 묻히지 않는다
이 책은 현장의 병목을 세 구간으로 해부한다. 설치 중 검증이 뒤로 밀리는 Phase A, 사람이 밤새 데이터를 다시 맞춰야 하는 Phase B, 우선순위 없이 Punch가 쏟아지는 Phase C. "구조의 공백은 조용히 묻히지 않는다. 끝으로 갈수록 더 고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문제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현장의 암묵지를 시스템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다섯 가지 요소(Event, Entity, Relation, Rule, Workflow)를 제안하고, 작게 시작해 숫자로 증명하는 파일럿 실행 방법론까지 다룬다.
현상을 고치면 또 돌아온다, 구조를 봐야 답이 바뀐다
대부분의 조직은 반복되는 병목을 현상으로만 본다. "담당자가 꼼꼼하지 못했다", "시스템을 더 도입해야 한다"는 진단은 표면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지만, 왜 프로젝트가 달라져도 같은 지점에서 멈추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현상만 반복해서 고치면 같은 문제가 다음에도 돌아온다. 본질은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플랜트 전문서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조, 물류, 서비스 어디에서든 데이터는 쌓이는데 판단은 사람에게 돌아가고, 시스템은 있는데 마지막에 누군가가 빈칸을 메우는 장면은 반복된다. 산업의 이름만 다를 뿐, 데이터와 판단 사이의 연결이 끊겨 있는 구조는 동일하다.
34년이 남긴 한 가지 질문
저자 이현오는 1987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해외 플랜트 현장을 거쳐 2021년 퇴임했으며, 현재 SnUP Co., Ltd. 대표이사로 스마트 건설 AX·DX를 추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닫는다.
"설계변경이 늦게 도착했던 이유는 정보가 늦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으로 연결된 세계를, 구조로 옮기는 방법을 아직 충분히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현장에는 늘 경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감각과 판단 덕분에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굴러갔다. 문제는 그 경험이 그 사람과 함께 떠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끝까지 붙들고 있는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경험을 구조로 남길 수 있는가. 한 사람의 감각 안에만 머물러 있던 판단이, 다음 사람도 꺼내 쓸 수 있는 기준으로 남는 순간 — 그때 비로소 조직은 같은 자리를 다시 통과하지 않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