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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철학자’ 김현태 신부, 옛 본당 만수1동성당 찾아 신자들과 뜻깊은 주일미사

[인천=아시아뉴스통신] 조기종기자 송고시간 2026-08-25 09:09

철학자·사제·스승으로 걸어온 삶 되새겨
'양지와 음지의 선율'에 담긴 잔잔한 감동 신자들과 함께 느껴
김현태 루카 신부(왼쪽)가 지난 23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만수1동성당 정윤섭 요셉 주임신부(오른쪽)의 초청으로 본당을 방문해 정 신부와 함께 주일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조기종 기자 

[아시아뉴스통신=조기종 기자]

“백발의 멋진 철학자”로 알려진 천주교 인천교구 김현태 루카 신부가 자신이 주임신부로 사목했던 인천 남동구 만수1동성당을 다시 찾아 신자들과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김현태 신부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만수1동성당 정윤섭 요셉 주임신부의 초청으로 본당을 방문해 정 신부와 함께 주일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옛 본당의 제대에 선 김 신부와 그를 반갑게 맞이한 신자들은 미사를 통해 신앙 안에서 이어져 온 특별한 인연을 되새겼다.

이날 미사는 단순한 옛 주임신부의 본당 방문을 넘어, 평생 철학과 신앙을 탐구하며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살아온 한 원로 사제의 삶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김현태 루카 신부(왼쪽)가 지난 23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만수1동성당 정윤섭 요셉 주임신부(오른쪽)의 초청으로 본당을 방문해 정 신부와 함께 주일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조기종 기자 

김현태 신부는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학문적 연구에도 쉼이 없었다. 꾸준한 논문 발표와 함께 수십 권의 철학서와 번역서를 집필하며 한국 가톨릭 철학과 신학 발전에 귀중한 학문적 자산을 남겼다.

특히 김 신부는 사제품을 받은 이듬해 로마로 유학을 떠나 안토니아눔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평생 철학과 사상 연구, 사제 양성과 본당 사목에 헌신해 왔다. 깊이 있는 학문과 엄격한 자기 절제, 흔들림 없는 신앙으로 후배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서 ‘백발의 멋진 철학자’로 불려왔다.

그의 진면목은 학문적 업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엄격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후배 사제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스승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전호준 스테파노 신부(부평3동)는 최근 김현태 신부의 시집 '양지와 음지의 선율' 출판기념회에서 “제가 정말 사랑하는 주임 신부님이 한 분 계십니다”라는 말로 김 신부를 향한 오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과거 청수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하며 김현태 신부를 주임신부로 모셨던 전 신부는 당시를 회상하며 “신부님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듯 행복하게 사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엄격한 원칙과 뜨거운 신앙심을 지닌 사제였지만, 후배 사제가 자신의 소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따뜻한 영적 스승이었다는 것이다.

김 신부의 철저한 신앙과 절제된 삶의 뿌리에는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깊은 신앙의 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전 신부는 김 신부의 아버지를 두고 “성인과도 같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일본에 거주하던 시절에도 성당에 가는 일 외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방문을 열어보면 언제나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을 정도로 신앙생활에 충실했으며 자녀들에게도 엄격하게 신앙을 가르쳤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가정의 신앙적 토양 속에서 성장한 김현태 신부는 학문과 사목, 일상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평생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삶으로 실천해 왔다.

만수1동성당 곳곳에 남은 김현태 신부의 사목 흔적

이번 방문이 더욱 각별했던 것은 만수1동성당 곳곳에 김 신부가 주임신부로 재임하던 시절의 사목적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만수1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성당 외벽과 내부 공간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화들을 조성하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화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느님의 영광과 성경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신자들이 기도와 묵상에 더욱 깊이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 그 성당을 찾은 김 신부가 후임 주임신부와 함께 제대에 올라 미사를 봉헌한 모습은 한 본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역사가 하나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은퇴 이후에도 김 신부의 학문과 사목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철학 강의를 이어가는 한편 함께 생활하는 사제들과 성경·신학 강좌 등을 진행하며 교우들의 신앙과 지적 성장을 돕고 있다.

철학자의 지성 너머 ‘한 아들의 그리움’…'양지와 음지의 선율'

평생 철학서와 번역서 등 학문적 저술에 천착해 온 김현태 신부가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시집 '양지와 음지의 선율'은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의 깊은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호준 신부는 김 신부에게 시집을 선물 받은 뒤 공원에서 한 시간가량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평생 수많은 신자들에게 ‘영적 아버지’로 살아온 원로 사제가 시 속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자 한 아버지의 아들로 돌아가 “아빠의 품이 그립다”, “아빠에게 위로받고 싶다”고 고백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인간 김현태의 순수한 내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 고백은 오히려 한평생 사제로 살아온 그의 삶을 더욱 깊게 비춘다. 누군가에게는 엄격한 스승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철학자였으며, 수많은 신자들에게는 영적인 아버지였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 품에서 위로받고 싶어 하는 한 아들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학문의 정점에서 철학을 탐구해 온 학자,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한 사제, 후배 사제들을 품어준 스승,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의 영적 아버지였던 김현태 루카 신부.

이번 만수1동성당 방문은 그가 지나온 사목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사제와 신자 공동체의 깊은 인연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양지와 음지의 선율'을 통해 드러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한 아들’의 모습은 철학자와 사제라는 이름 뒤에 자리한 한 인간의 가장 진솔한 영혼을 보여준다.

그렇게 '양지와 음지의 선율'은 한 철학자의 지성과 한 사제의 신앙, 그리고 한 인간의 그리움과 사랑이 어우러진 삶의 고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옛 본당의 제대에 다시 선 백발의 노사제는 말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신앙은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한 사람이 남긴 사랑과 가르침은 또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ckc14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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