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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31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1-05 12:17

제1차 세계대전과 최근의 한반도 상황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 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세르비아 추꼬바츠에서 4대가 함께 사는 농가에 초대돼 대접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강명구)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안개가 꿈처럼 아련하게 갈렸다.

추꼬바츠라는 강변의 작은 마을은 안개에 덮여서 잠이 들어있는 이른 아침 나는 오늘 평소보다 긴 거리를 달려야하므로 일찍 일어났다.

어제 호텔 주인이 아침 일찍 떠난다는 나를 위해 미리 만들어놓은 특별 영양식 샌드위치를 먹고 힘차게 출발했다.

어렵사리 호텔을 찾아 입구에 들어서니 호텔주인이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달려오듯이 다가와서는 반가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한다.
 
방금전 운전을 하고 오다가 길 위를 달리는 나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료수를 마음대로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라고 권한다. 호텔비는 15 유로만 내라고 하면서 방도 예약된 방보다 더 좋은 방을 주었다.

샤워를 하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니 주인의 아버지가 15 유로도 도로 내어주며 저녁도 비프스테이크와 맥주를 무료로 준다고 한다.

순간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어 나는 지난번 베체이 TV에 나온 비디오를 보여주었더니 너도나도 같이 사진 촬영을 하자고 한다.
 
푸짐한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챙겨준 세르비아 추꼬바츠 선상호텔 주인과 함께.(사진=강명구)

안개 낀 이른 새벽 거리는 한산했다.

집집마다 양유를 짜서 집 앞에 내놓은 양유수거차가 지나가고 시간이 한참지난 후에야 뒤에서 할아버지가 모는 경운기 하나가 지나가더니 나를 불러서 다가갔더니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 여정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다. 헤어져서 다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저 앞에 아까 그 경운기가 서있다.

나를 부르더니 집에 들어가서 커피한잔 하고 가라고 아예 내 손을 잡아 끈다. 이제 그 말은 내가 알아들었다.

오늘 갈 길이 평소보다 멀어 마음이 아무리 바쁘기로서니 평화마라톤 소통의 마라톤이 이런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다.
 
집에 들어서니 식구들이 모두 있다. 젖먹이 증손자까지 나오니 4대가 함께 사는 집이다.

며느리한테 커피를 끊이라고 하더니 라키야를 들고 와서는 한잔 따르더니 한잔 쭉 마시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귀한 손님을 오면 이렇게 한잔 나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해장술까지 하게 됐다.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한결 가벼워진 마음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세르비아 추꼬바츠에서 새벽 안개가 깔려 있는 가운데 양유수거차가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강명구)

그날도 도나우 강에는 새신부의 웨딩드레스처럼 하얀 안개가 끼었지만 안개 낀 것이 베오그라드에는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십대의 프란치프와 두 친구는 베오그라드의 부두에서 증기선에 올라탔다. 뱃고동 소리와 물새 소리도 별다를 게 없었다.

세 사람의 표정만 상기되었을 뿐, 모두 헐렁한 코트를 입었고 코트 안으로 두 개씩의 폭탄을 지녔고 허리춤에 권총을 넣었고 주머니에는 실탄을 그리고 다른 주머니에는 청산가리를 휴대하였다. 증기선은 물살을 가르며 사라예보로 향했다.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남동쪽에 가시 같이 박혀서 오스트리아가 선점하고 있는 권력을 위협했다.

1년 전 발칸전쟁으로 불바다가 되었던 곳이 세르비아로 인해 다시 불안해 졌다.

전쟁에서 투르크를 이긴 세르비아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던 알바니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것이 오스트리아에 위협을 주는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새신부의 웨딩드레스처럼 하얀 안개가 자욱히 깔린 세르비아 추꼬바츠 도나우 강변.(사진=강명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국경 가까운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기로 했다.

지금의 한미 군사훈련을 연상시키는 그런 군사훈련이었다.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 제국에게 아마 미국에게 북한만큼 골칫덩이였던 모양이다.

1914년 6월 28일 오전 9시 45분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는 무개차를 타고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이때 7명의 암살자도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19살의 세르비아의 청년 프린치프는 7발의 총알을 쏘았고, 그중 두 발이 페르디난트 황태자의 목과 부인 조피의 복부에 명중하였다. 
 
6월 28일은 1389년 세르비아의 영웅이 정복자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드를 죽인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 ‘성바이터스의 날’이기도 했다.

그런 날 합스부르크의 황태자가 남슬라브의 땅을 밟는다는 것은 세르비아로서는 기분 나쁜 일이었다.

바로 코앞인 사라예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펼치는 것도 못마땅한데 거기에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참관하는 것도 불쾌한 일이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14년 전 황태자 페르디난트와 조피 호텍 백작부인이 결혼기념일이다. 황태자비의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황족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렸었다.
 
세르비아 추꼬바츠에서 크루셰바츠로 가는 시골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사진=강명구)

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지금의 한반도 상황하고 비슷하다. 처음에는 으름장만 놓고 세르비아의 콧대를 꺾어주면 그만이라고 판단했다.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세계대전으로 번져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영국의 처칠 해군장관은 부인에게 “평화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옳지 않은 공격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남긴다.

편지에는 “전쟁은 추악한 매력이 있는 것 같소. 나는 그런 무서운 경박함을 용서해 달라고 신께 기도한다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오스트리아는 1914년 7월 28일 오후 1시에 전보로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전보는 춤의 리듬처럼, 행진곡의 리듬처럼 빠르게 이어졌다.

빌헬름 2세는 비엔나에 베오그라드를 잠시만 상징적으로 점령하여 본때를 보여주고는 곧 철수하라고 전보를 쳤다.

비엔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오스트리아의 군 동원은 오직 세르비아로 향한 것이라고 전보를 쳤다.

샹트페테르부르크는 비엔나에 러시아의 군 동원은 부분적이고 순수하게 방어목적이라고 전보를 쳤다.
 
세르비아 추꼬바츠에서 크루셰바츠로 가는 길에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듯한 기념탑.(사진=강명구)

전보의 음은 평화로웠지만 그 전보의 파괴력은 처절했다. 독일은 프랑스로 프랑스의 군 동원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렸다.

프랑스는 단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군 동원이라고 했다. 영국은 독일에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중재를 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전보가 오고가는 동안에 유럽의 젊은이들은 군에 소집되었고 손에는 총이 지급되었다.
 
세계 제1차 대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세르비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등의 나라들이 있는 발칸반도는 투르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주변의 많은 나라들이 발칸반도를 차지하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세력다툼이 심했다.

오스트리아는 망명생활을 하는 반(反)차르 혁명세력을 지원한지 오래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정보부는 레닌을 활동을 적극 도왔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발칸반도 중앙 세르비아의 평화로운 시골마을 전경.(사진=강명구)

먼저 나선 나라도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같은 슬라브계민족이라는 공통점을 내세워 세르비아, 불가리아 등과 함께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러시아가 재정이 파탄이 나면서 군주제가 무너지고 그 결과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었다. 새로 정권을 잡은 레닌은 정전을 호소한다.

만약 전쟁이 계속되면 러시아 국민이 또 다른 정권을 선택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독일도 빌헬름 2세가 퇴위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우리가 빼빼로데이로 부르는 11월 11일은 900만 명이 넘는 군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1차 세계대전이 종전(1918년)된 종전기념일이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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