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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44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2-19 08:49

들개와 함께 춤을!..무술년 황금개띠 해에는 평화가..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터키 Kozlu에서 Filyos로 가는 길에 개에게 물린 이후로 나는 쇠파이프를 들고 뛴다.(사진=강명구)

개에게 물린 이후 떠돌이 개들과 나 사이의 평화는 완전히 깨졌다.

세르비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가리아를 지나서 터키까지 무수히 만났던 떠돌이 개들과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무 탈 없이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나의 동반자가 되어 한참을 쫒아온 개도 있었고 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들이밀고 스킨십을 하던 개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내가 무기를 드는 순간 다 적이 되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쇠파이프 하나를 구해서 들고 뛰었다.

어떤 개도 내 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몽둥이를 휘둘렀다. 몇몇 나약한 개들에게는 효과적이었으나 몽둥이를 휘두르자 개들은 더 사나워졌다.

백주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개들과 내가 활극을 벌이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게 되었다. 한 놈이 사납게 짖으며 달려들면 어느새 동네 개들이 다 몰려들었다.

나는 길 위에서 춤을 추듯 몽둥이를 휘둘렀고 개들은 또 스텝을 밟듯 내 주위를 맴돌며 으르렁 거렸다. 나는 골치 아픈 들개와의 딜레마에 빠졌다.

흥분한 개들은 지난번처럼 살짝 상처만 남기지 않고 살점을 뚝 베어 물 것이다. 내가 무기를 든 순간 난 더 큰 위협에 봉착했다.

그러나 한번 든 무기를 여간해서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이 떠돌이 개들과 평화협정을 맺어 이 여정을 잘 마칠까?
 
터키의 Filyos에서 Derec으로 가는 길에 나에게 달려들어 넙적다리 뒤를 문 떠돌이 개.(사진=강명구)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늑대와 함께 장난을 치고 있던 캐빈 코스트너를 멀리서 바라본 인디언 부족장이 그에게 붙여준 이름이 ‘늑대와 함께 춤을’이다.

아마 그 부족장의 요즘의 나를 보면 ‘들개와 함께 춤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케빈 코스트너는 하얀 발의 늑대와 친구가 되는데 나는 떠돌이 개들과 전쟁을 벌이면서 그렇게 불린다면 왠지 창피하기도 하겠고 평화마라톤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겠다. 

그 영화의 압권은 그가 배신자로 낙인찍혀 체포되어 수송되어 가는 언덕 위에 그 흰 발 늑대가 따라올 때 병사들이 슬픈 눈동자를 하고 따라오는 늑대를 총으로 쏘아 쓰러트리는 장면이다.

늑대가 쓰러질 때 관객들은 모두 안타까워한다.
 
터키의 Filyos에서 Derec으로 가는 길에 늑대 같은 떠돌이 개에게 물려 찢어진 타이즈.(사진=강명구)

사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지속적으로 잘 지켜진 평화협정은 개들과 맺은 평화협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 현생인류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주하며 이미 이곳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네안데르탈인과 경쟁했다.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마주친 강력한 경쟁 상대는 네안데르탈인이었다.

둘은 두뇌 용량이 비슷했으며 다 불을 쓸 줄 알았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다. 신체적 조건은 네안데르탈인이 오히려 우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인류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늑대와의 평화협정을 맺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앞서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끊임없이 달리는 장거리 달리기 능력이라고 했다. 순간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여럿이 협력하여 먹이를 끝없이 추적한다.

이때 개는 인간이 가지지 못한 예민한 후각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동업자로서 제격이다. 거기다 순종적이기까지 하다.
 
세르비아 노비사드에서 베체이로 가는 길에서 부터 부쩍 많이 보이는 떠돌이 개들.(사진=강명구)

인간은 개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 개가 사냥감을 찾아내고 그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공격하는 동안 인간은 조금 거리를 유지하며 창과 활로 공격을 한다.

이런 방법으로 포획량이 5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사냥이 끝나면 개는 인간이 던져주는 뼈다귀에 만족했다.

덕분에 인간은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고 개는 덕분에 인간의 집에 살면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정적인 삶과 안정적인 먹이를 먹으면서 지금 지구상에서 아마 인간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은 생물이 되었다.

반면 인간과 평화협정을 맺지 않고 야생에 남아있던 늑대들은 이제 거의 멸종위기에 쳐했다.
 
간혹 사람 중에는 사냥이 끝나면 개를 잡아먹는 사람도 있었고, 인간을 가장 많이 물은 동물도 개이겠지만 이 인간과 개 사이에 맺어진 평화협정만큼 오랫동안 잘 지켜진 조약도 없을 것 같다.

개는 인류를 만류의 영장으로 만들어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인간들과 감정적인 교류까지 하며 친구가 되어주었고, 적으로부터 위협을 알려주기도 하고, 썰매도 끌고 인명구조도 하였으니 오늘날 개들이 상전대접을 받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팔자 좋은 개들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도 다니며 좋은 먹이를 먹으며 호텔에서 귀빈대접을 받기도 한다. 
 
터키 흑해 연안 Cide에서 Caayyaka로 가는 길에 당나귀들이 길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사진=강명구)

한낮의 밝음이 미명을 남기고 막 어두워지지 시작하는 저녁 시간, 바로 산에서 내려온 늑대가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적인지 친구인지 구분이 안가는 시간을 늑대와 개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완연해지면 차라리 늑대인지 개인지 그 습성 또한 완연해진다.

사드가 평화를 지켜주는 무기인지 평화를 파괴하는 무기인지, 시민을 위한 지도자인지 시민의 이름을 팔아 제 배 불리는 파렴치한인지, 우리의 평화를 지켜주는 동맹인지 불안을 조성하여 제 나라 이익을 챙기는 제국주의인지 늑대와 개의 시간에는 불안하기만 하다.
 
무기로는 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더 큰 위협을 불러온다는 경험을 했다.

안전한 여정을 위해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들개와 함께 춤을’ 추는 대신 개들이 좋아하는 먹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평화협정을 맺어야겠다.

그 옛날 인간과 늑대가 평화협정을 맺었듯이. 내년 무술년 황금개띠 해에 평화협정이 맺어져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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