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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43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2-15 08:58

오묘하고 자극적인 냄새로 사람을 유혹하는 '커피'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터키 흑해 연안에 있는 Kozlu에서 Tukali로 가는 길 항구에 있는 유원지 모습.(사진=강명구)

이 찻집은 여느 터키의 찻집과 분위기나 여러 모에서 달라도 한참 다르다. 보통 찻집은 마을 한가운데 있어 많은 아저씨들이 모여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찻집은 여자들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고 당연히 아저씨들이 찻잔을 나른다. 이곳의 찻집은 단순히 차를 마시고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을 만나서 친목을 다지는 곳이다.

찻집 앞을 지나려면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와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 동방의 끝자락에서 온 나그네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터키에서 차를 건네는 것은 손님을 대접하는 의미이다.
 
사실 터키인들이 홍차를 좋아하게 된 것은 터키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의 영향도 있다. 그는 터키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위인이다.

아타튀르크가 홍차를 자주 마시고, 또 사람들에게 홍차를 자주 권한 것이 유래가 되어서 터키 전체에 차를 좋아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홍차는 주로 흑해 일대에서 생산되는 홍차 잎을 이용해서 만든다. 터키사람들은 차이라고 부르는 차에 보통 각설탕을 1개에서 2개를 타서 마신다.
 
터키의 Filyos에서 Derec으로 가는 길에 개에게 물렸을때 도와준 터키 여인.(사진=강명구)

이 찻집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시골 길가에 있다. 40쯤 된 예쁘게 생긴 아주머니가 주인이다.

한적할 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집도, 언덕 위에 있어서 아래로 조망이 좋은 집도 아니다. 이런 곳에 무슨 손님이 있을까 싶은 찻집이다.

아주머니는 선정적인 젊은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 TV 채널에 맞추어 놓고 가끔씩 따라 부르기도 한다. 테이블엔 읽다 덮어둔 톨스토이의 소설책이 놓여있다.
 
얼굴도 예쁘지만 성격도 좋아서 통하지 않는 말을 나그네와 계속해서 손짓발짓 사용하며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주민등록증 같은 증을 보여주기도 하였지만 못 알아보니 엽총 총알을 보여주는 것이 사냥 라이센스인 모양이다.

커피와 토스트를 시켰는데 기름막이 뜨는 신선한 우유를 데워서 내다주기도 하고 포도 잎에 말은 밥을 주기도 한다.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하려다가 우린 뭔지 모르지만 수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제 개한테 물린 바로 그 앞에 있는 찻집이다. 
 
터키 Derecikoren에서 Bartin으로 가는 길에 소들이 한가롭게 지나가고 있다.(사진=강명구)

개한테 물리고 병원 갔다 오느라고 마치지 못한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제 멈춘 그 장소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왔다.

비교적 짧은 거리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커피향보다도 그녀의 넉넉하고 한적한 미소에 없는 여유도 만들어 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시간은 흘러 자리에서 일어나지지 않는 무거운 엉덩이를 단호한 마음으로 일어나 작별을 하면서 포옹 한번 해주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커피 향처럼 은은한 포옹을 해주었다.

흑해가 더 이상 검게 보이지 않고 따뜻하고 푸르게 보이는 것은 여행 중에 간혹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나타나는 기쁨 때문이리라.
 
사실 이 찻집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커피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서였다. 내가 가는 이 비단길은 커피의 길이기도 했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인 커피는 15세기 중엽 오스만 제국에 전래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목동이 자신의 염소가 커피의 열매를 따먹고 잠도 안자고 밤새 뛰어 노는 걸 보고 신기해서  그 열매를 따먹었더니 각성효과가 있는 걸 알았다.

이디오피아인들은 처음에는 커피의 열매를 먹었다. 그러다 12세기 예멘에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씨앗으로도 충분히 맛과 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터키 흑해 연안 Bartin으로 가는 길에 만난 군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강명구)

커피는 본래 포도주나 술을 의미하는 ‘카와’라는 아랍어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그것은 술처럼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묘한 것이었다.

초창기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가 신의 은총으로 신에게 다가가게 하는 매개체라고 했고 반대론자들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쾌락을 즐기는 사탄의 음료라고 논쟁했다.

그러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도 어느 날 몸이 아파 누워있을 때 가브리엘 천사의 계시로 커피 열매를 먹고 회복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부터 커피는 예멘을 거쳐 메카로 전파된 커피는 예배를 드릴 떼 졸음을 쫒기 위해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슬람권에 급속히 확산되었다.

졸지 않고 밤새 기도하게 만드는 커피의 효능은 신심이 깊은 무슬림들로서는 그야말로'신의 축복'이었다.

더구나 술이 금지된 이슬람 세계에서 훌륭한 대체 음료로 사랑을 받았다. 무슬림에게 커피가 알려지면서 커피는 급속하게 무슬림세계로 전파되어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씨앗만으로도 충분한 향과 맛 그리고 효과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터키 Karaman서 Bartin으로 가는 길목에 해안가 절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사진=강명구)

오늘날 커피는 술과 함께 세계인들에게 제일 사랑 받는 음료로 자리매김 되었다.

술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숨겨진 욕망과 감성을 드러내게 하는 감성의 음료라면 커피는 머리를 각성상태로 만들어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이성의 음료이다.

복잡하게 얽힌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술과 커피는 필수 음료처럼 되어있다. 둘 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카웨(kahve)에 모여서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카페는 카훼에서 유래한 말이다.

유명한 비엔나 커피는 오스만 제국의 군인들이 빈에서 급하게 철수하면서 버리고 간 자루에 담긴 커피가 서구인들에게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가 오스만과의 전쟁을 통해 커피를 받아들인 후 커피는 유럽에서도 급속도로 퍼져나가자 일부 가톨릭 지도자들이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교황청에 진정을 냈다.

거친 서명운동에 골치가 아파진 교황 클레멘토 8세는 마지못해 판정을 내리기 위해 커피를 마셔보니 머리가 맑아졌다.

그는 커피의 맛에 흠뻑 빠져들어 “이 사탄의 음료는 이교도들만 마시기엔 너무 맛있다.”라고 하며 커피에게 세례를 주었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커피에 칸타타를 작곡하여 헌액하였다.
 
터키 Karaman서 Bartin으로 가는 길에 포크레인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들과 함께.(사진=강명구)

커피는 그 오묘하고 자극적인 냄새로 먼저 사람을 유혹하여 입술을 적시게 하여 치명적인 씁쓰레한 악마의 맛으로 정신이 바싹 들게 한다.

앵두나 체리처럼 생긴 빨간 열매 속의 씨앗만 골라내 물로 씻거나 햇볕에 잘 말린 뒤 볶아서 우려먹거나 달여 먹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로 그들은 기원전부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처음 이들은 커피를 음료가 아닌 식품으로 대했다.

지금도 에티오피아의 갈라족은 커피를 음식으로 대한다고 한다. 커피가 유럽에서 선풍을 일으키자 아랍인들은 커피의 독점을 위해 커피원두를 볶아서 팔았다.

처음 유럽에 들어갔을 때 커피 값은 금값과 맞먹는 가격이었다고 한다.  

1616년 네덜란드인들은 커피 묘목을 몰래 빼돌리는데 성공하여 식민지인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심었다.
 
터키 흑해 연안에 있는 Eregli에서 Kozlu로 가는 길목에 있는 조그만 도시의 모습.(사진=강명구)

네덜란드는 커피 무역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커피 주요 산지가 되었다. 모카커피는 아라비아 반도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수출되던 커피를 말한다.
 
커피의 매력은 순식간에 유럽을 휩쓸었다. 프랑스혁명도 커피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카페가 유럽을 휩쓸자 지식인들과 대학교수들, 서민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평등과 자유를 논했고 자연스레 정치에 대한 토론과 비판이 이루어지면서 혁명의 싹이 커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촛불혁명도 카페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한다. 커피를 마시며 지난 정부의 적폐를 들추어내던 시민들이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개에게 물린 자리, 그 앞집 찻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평등과 자유, 평화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서 출발하는 한적한 아침이다.

평화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을 만날까?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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