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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32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1-10 08:48

통일흥부가족과 통일호박씨 입에 문 제비의 아름다운 동행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 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불가리아에서 응원하러 온 통일흥부가족 가진이와 어진이가 마라톤에 동행하고 있다.(사진=김나라)

'마라톤이 아름다운 것은 중간 중간에 급수대가 있기 때문이야! 인생이 아름다운 것도 그와 같지! 살다가 지치고 목마를 때 급수대가 여기저기 있어!

황량한 사막보다 오아시스가 많다는 이야기지! 우리의 이웃이, 가족이, 친구가 그리고 간혹 기대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 인생의 급수대가 되어주기도 하지!'

그 때 마시는 물은 어떤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보다도 더 가슴을 적시고 첫 모금의 물이 입술을 적셨을 때는 첫 키스의 날카로움보다도 더 깊게 혀를 감전시킨다.

마치 그 물을 마시기 위해 그 먼 길을 온 힘을 다해 뛰어온 사람들 같기도 하다.
 
세르비아 크루세바츠로 가는 길에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 안쪽 근육에 통증이 왔다.(사진=김나라)

날씨는 점점 쌀쌀해져오는데 다리를 다친 제비는 강남에 날아갈 수가 없다. 이 때 흥부가족이 제비를 정성껏 치료를 해 결국 제비는 강남에 날아갔다.

나도 이 여정 중에 다리에 부상이 왔다. 보통 제비의 이동 거리는 5000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1만6000km를 달려갈 사람이다.

미사일도 비행거리가 5000km가 넘으면 보통 미사일이 아니라 대륙간탄도 미사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1만6000km를 넘은 대륙간탄도 미사일은 보통 대륙간 탄도미사일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다.
 
사람들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내심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제 불가리아 국경으로 가는 산악지역을 건강한 다리로도 60kg나 되는 손수레를 밀며 가는 것도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가는 중간에는 잠잘 곳도 없고, 식당도 없다.

그것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내가 여기서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분명 나는 몰려오는 두려움을 떨쳐버리질 못했다.

나는 매일 아침 두려움에 떨면서도 예기치 않게 마주칠 기쁨에 기대를 한다. 다른 모든 것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내 몸은 대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르비아 중부지방에서 불가리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성 조르주 크루셰바츠 성당.(사진=강명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한계 너머의 세계를 여행하여야할 때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게 된다. 나도 두 손을 모았다.

내가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은 크루세바츠로 가는 길이었다. 길은 자동차 통행이 많고 갓길이 없어 심리적인 부담을 안고 달려야했다.

그 날 오른쪽 허벅지 안쪽 근육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고 일어났다.

아침에 출발은 어린아이처럼 기분 좋게 했다. 며칠 전 다녀간 김수임, 김나라씨 가족이 오늘 일요예배 마치고 다시 우족탕을 끊여서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분 좋은 출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몇 발자국 달리는데 근육통증이 온다. 그래도 갈 길이 멀어 마음이 급해 마음을 다져먹고 달려보지만 통증은 견딜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스쳐가면서 나는 바로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걷기로 결정을 했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의 다리가 받는 충격의 차이는 크다.

보통 뛸 때 다리가 받는 충격은 자기 몸무게의 3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루 종일 견디는 일을 두 달 넘게 해왔으니 탈이 날 때도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독일 청년 둘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 사진을 같이 찍었다.(사진=강명구)

아픈 다리로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어갔고 산 중에서 토끼를 두 마리 잡은 사냥꾼도 만나고 물고기를 잡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가는 낚시꾼도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유럽 전체를 여행하던 독일 청년 둘이 나를 지나쳐가더니 다시 돌아와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보더니 나의 여행에 대해서 흥미를 표현하며 대단하다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느지막이 알렉시나치에 도착하여 샤워를 마치니 통일흥부가족이 도착했다. 불과 며칠만의 만남이지만 너무 반가웠다.

금방 준비한 밥상에서 우족탕 한 숟가락이 입안에 들어가면서 그리운 맛의 향연이 벌어지더니 한 냄비를 거뜬히 비울 때까지 멈출 줄 모른다.

식사가 끝난 후 오랜만에 만난 한 가족처럼 정담을 나누었다. 우리는 아마도 마음으로 이미 한 가족으로 서로를 받아들인 것 같다.
 
세르비아 전국방송 네트워크를 가진 보스포로스 TV가 강명구씨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나라)

이들은 원래 내일 하루 같이 동행하기로 하고 여기 왔는데, 내 다리도 시원치 않고, 내일하고 모레 나의 일정을 듣더니 나를 놓고 그냥 떠나기 마음이 아프다며 하루 더 같이 가면서 내일 끝나는 부분에 숙소가 없으므로 거기서 숙소까지 태워다주고 다음날 아침 그 자리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내 방으로 돌아와 얼음찜질을 하고 있는데 양준호씨가 와서 마사지를 정성껏 해준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 일찍 보스포로스 TV방송국에서 인터뷰하러 나왔다. 지난번 베체이 TV는 지방방송이었는데 이번에는 전국네트워크를 가진 방송국이다.

이렇게 세계 언론이 나의 평화마라톤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는 것은 좋은 신호이다. 우리의 통일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를 가던 내가 남한사람인지 북한사함인지 묻고는 김정은 이야기를 한다. 유명하기로 따지면 어느 한류스타보다도 더 유명하다.

그럴 정도로 한반도의 문제는 이미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페리슈서 피로트로 가는 길에 여자 목동이 모는 양떼를 만나 같이 뛰고 있다.(사진=김나라)

내일 도착하는 피로트까지 약 94km이다. 중간에 큰 마을이 없어서 호텔이나 식당이 없는 아주 깊은 산악지역이다.

내가 다리가 아픈 상태라 뛰지 못하고 산에 메아리가 울리도록 한사람이 “평화”하면 다른 사람들이 “통일”을 외치며 함께 평화행진을 하였다.

그 소리에 양치기 목동이나 나무를 베던 벌목꾼들이 깜짝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면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한국의 통일을 이야기하면 이 사람들은 유고연방의 향수를 표현한다.

어진이 가진이 가족은 특별한 통일 가족이다. 8명의 응원단을 이끄는 치어리더는 역시 수임씨, 나라씨 어머니이다. 조상들이 다 독립군이었다는 이 가족의 통일 교육은 철두철미하다.

어진이 가진이는 학교교육을 받는 대신 통일교육을 받으며 자유롭게 놀며 자기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데 얼마나 똑똑하고 발랄한지 모르겠다.

‘통일선창’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한다. 학교공부도 모자라 피아노 학원 태권도학원 등 시들어가는 아이들에 비해 열려있는 공부로 교육된 이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표정이 너무 좋다.

어진이는 제비가 왜 유럽에서 안 보이는 지 스스로 연구를 하며, 가진이는 길거리 캐스팅이 될 정도로 연예인 기질도 다분하고 작곡도 한다고 한다.
 
통일흥부가족 김수임씨 가족과 하룻밤을 머문 세르비아 피로트에 있는 산장호텔 전경.(사진=김나라)

그날은 47km 마친 지점에서 차를 타고 18km를 이동해 운치 있는 산장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출발하였다.

다리는 통일흥부가족의 극진한 간호로 훨씬 차도를 보여 종아 졌고 호젓한 산길은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아 공기가 보약처럼 좋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아름다운 동행자와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는 것처럼 상쾌했다.
 
나는 달리는 내내 이 가족에게 물어다 줄 호박씨는 통일의 호박씨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1만6000km를 달려서 물어올 호박씨가 가은이네 가족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대박이 되었으면!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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