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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벨 나더레'-타인 배려하고 존중하는 이란 문화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2-26 08:59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64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Nowshahr에서 royan으로 가는 길에 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김태형)

멋지지 않아, 친구야! 파도소리 웅성거리는 카스피 해 연안을 따라 야자수 나무, 오렌지 나무 가로수 거리를 달리며 낯선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에 도취해보는 것이!

낯설고, 신비하고, 이상하며 친근감과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나라, 그곳의 사람들과 손짓 발짓 의성어까지 써가며 소통하려는 나의 모습이! 나는 이제 웬만한 코미디언보다도 성대모사를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내 조국 한국에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세계를 달리는 나를 잘난 체하면서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그 가슴에 봄을 찾은 한 마리 제비처럼 평화의 작은 씨앗 하나 물어다 놓는 것이!

이란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보여주는 관심은 과히 열광적이었다.

어제도 찰루스 부근의 중학교를 지나는데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볼을 차던 한 학생이 나를 보고 먼저 손을 흔들며 달려오더니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소리 지르며 내게로 달려와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악수를 하며 순식간에 학교 전체에 소동이 일어났다.

그들은 내가 평화마라토너인지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시작해서 10개국을 지나 이란에 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기네스 기록에 남을 도전을 하는지 더더욱 모르지만 그들은 내게 열광을 했고 그 소동은 잠시 후에 나타난 선생님에 의해 진정되고 말았다.
 
이란의 바볼에서 테헤란으로 가는 길에 눈 덮인 설산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사진=김태형)

태초에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나서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끝없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인류는 이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아시아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란은 인류 이동 및 동서 문명의 교차로로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다. 또한 이슬람에서도 다수파인 수니파의 협공 속에 외로이 시아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이란은 많은 이야기가 깃든 나라이다. 나는 이란을 달리면서 마치 동화 속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이곳엔 정말 이상한 일들과 우리와 유사한 문화가 많다.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의 유사성이 이들을 대장금이나 주몽 같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게 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국 사극에서 보이는 여인들의 쓰개치마나 장옷이 히잡이나 차도르를 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이란 여성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아직도 서구 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란인들에게 문화와 역사를 통한 상호 이해는 앞으로 한국과 이란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혀 나갈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공동의 발전을 위해서 상호 협력할 공간이 있다.
 
이란의 바볼에서 테헤란으로 넘어가는 협곡 사이로 난 길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다.(사진=김태형)

이란은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 이래 제 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처럼 외세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은 나라이다.

그러면서도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일체감을 가진 나라이다.

이란은 중동의 여느 아랍국가와는 문화적 배경이나 인종적, 언어적으로 다르고 자존심을 버리고는 하루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란의 체면치레는 어쩌면 한국인들을 뛰어넘는다. ‘터어로프’는 이란에서 서로의 체면을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를 말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언어 속에도 나타난다. ‘거벨 나더레’가 바로 그 말이다.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이 말을 한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서 손에다 글을 쓰는 시늉을 하면서 ‘계산 빨리 해달란 말이야.’하며 자꾸 재촉을 하는 무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양반 체면을 지키려고 허세를 부리기는 하지만 물건 값을 안 받겠다고 허세를 부리지는 안는다.

인류 최초의 제국주의 국가 페르시아는 그만큼 업보도 크다.

651년 사산제국이 망하고 1501년 사파비 왕국이 등장하기까지 850년간 페르시아는 아랍과 몽골, 튀르크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유라시아 국가가 제국을 꿈꾸는 순간 페르시아는 반드시 거쳐가는 길목이었고 중심지였다.

이 땅의 주인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한 왕조의 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과 새로운 종교의 탄생을 뜻하며 그 문명과 종교는 페르시아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영역을 확충해나갔다. 
 
이란 테헤란 한 식당에서 연주자들이 바이올린 등과 이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사진=김태형)

페르시아의 자존심은 그들의 문학에서 꽃을 피운다. 식민 치하의 불과 한두 세기 동안 페르시아의 시인들은 걸작을 쏟아놓는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소중한 언어로 자기들의 역사와 삶과 사랑을 카펫처럼 포근하게 일상에 깔아놓는다.

이란인들의 집에는 최소한 두 권의 책이 있는데 하나는 ‘쿠란’이고 하나는 ‘허페즈 시선집’이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쿠란을 암송하고 시를 암송하여 보통의 시민들은 시 몇 수는 줄줄 암송한다고 한다. 

여기 이란인이 4대 시성으로 여기는 루미의 시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라는 시 한 편 있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시면 이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슬람에서는 음악과 미술이 종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이슬람 혁명 이후 학교 교과과정에 음악과 미술은 빠졌다.

예술의 그 많은 빈 공간을 시가 차지해버렸다. 이란 사람들에게 시는 자존심이고 겉치레이고 멋이고 낭만이다.

페르시아의 시는 카펫과 함께 실크로드를 타고 유라시아에 퍼져나갔다.

특히 이란의 시선 허페즈의 시들이 괴테, 니체, 바이런, 앙드레 지드 같은 서양의 문호들의 영혼에 전기적 충격을 가한다.

중국의 시선 이태백도 페르시아의 언어를 쓰던 색목인이고 페르시아 시에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란 테헤란의 한 식당에서 김진표씨의 이란 친구인 푸야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사진=김태형)

한국 여권의 힘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매너 좋고 또 돈도 잘 쓰는 모양이다.

그런데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에서도 손꼽히게 비자 얻기가 까다로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벌써 언제부터 비자 신청을 했는데 아직도 열흘이나 더 걸린단다.

여기서 국경까지 6일이면 달려가는데 국경 근처에서 멍하기 기다릴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내일 태영이 혼자 버스로 테헤란으로 보내느니 같이 가서 테헤란 구경도 시켜주고 자동차 문도 고쳐야겠다. 조수석 문이 안 잠겨 그동안 밖에 차를 세워두면 불안에 떨어야했다.

테헤란은 지상 최고의 교통 혼잡지역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는데 점심식사를 하고 나니 교통정체가 심해 다른데 구경하는 것은 포기하고 한인회장님 댁으로 바로 갔다.

다음날 차를 고치는 동안 나는 낮잠을 한잠 자고 저녁 때 김진표씨 이란 거래처의 친구가 나를 만나보고 싶어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여 식당으로 가는데 약 10 km 움직이는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

푸야씨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인데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며 민주주의의 확장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 

의기가 투합한 우리는 이란의 전통음악이 흐르는 식당에서 저녁을 하며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시간은 어지 그리 빨리 가는지!

식사가 끝나자 내가 식사비를 보태려하니 여지없이 ‘거벨 나더레’라는 말이 나온다.

“푸야씨 저녁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형이는 공항으로 가고 나는 한인회장님 댁에서 하루 더 자고 내일 다시 뛰던 자리로 돌아간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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