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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73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4-06 08:30

[기고]아이들과 함께 유라시아 실크로드의 미래를 향해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우즈베케스탄 부하라로 가는 길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하굣길에 우르르 몰려 들었다.(사진=강명구)

나의 발걸음은 매일 42km씩 평양과 서울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럴수록 한반도의 봄소식도 가까이 들린다. 벚꽃이 활짝 만개했다고 하고, 평화의 봄소식도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아마도 유라시아를 달리면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평화의 마음’을 엮어내는 일이 하늘에 상달된 모양이다. 그러나 봄에는 심술궂은 바람을 견디어 내야한다.

워싱턴에도 벚꽃소식이 들려오지만 난데없이 겨울코트를 입고 등장한 매파 3인방의 움직임이 꽃샘추위처럼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2500년 고도 부하라로 가는 길에도 이름 모를 이국의 정취가 흠뻑 담긴 꽃은 피었고 그 향기 나그네의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제멋대로 지저기는 새소리도 천상의 화음을 이룬다. 그 길을 달리는 나에게 동반자가 생겼다.

저 뒤에서 당나귀를 모는 마부가 당나귀 궁둥이를 열심히 채찍질을 가해 달리는 내 앞을 쏜살같이 지나간다.

한참 아무 생각 없이 내 속도를 유지하고 달리다보니 아까 내 앞을 지나간 당나귀가 바로 앞에 보인다.

열심히 쫓아가서 다가가니 또 마부가 당나귀 엉덩짝을 연신 두들긴다. 당나귀 엉덩이에 화재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우즈베키스탄 고도 부하라로 가는 길에 한 마부와 당나귀가 여정의 동반자가 돼줬다.(사진=강명구)

그러나 당나귀는 힘이 떨어졌는지 맞으면서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 이제 마부도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멋쩍어 한다.

이래서 나와 당나귀의 동행은 한동안 이어졌다. 무표정한 마부와 쫑긋한 당나귀 귀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달리는 길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카라쿰 사막을 지날 때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 듯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 듯 언제나 똑같은 사막이어서 힘들고 지루해서 반야심경을 독경하기도 하고 영주(靈呪)를 암송하기도 하고 숫자를 하나, 둘, 셋.... 백까지 세기도 했다.
 
당나귀와 헤어지고 나니 하굣길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우르르 몰려와서 함께 달려준다.

아이들은 초원의 염소새끼처럼 힘이 넘쳐나 내 주위를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면서 달린다.

봄의 생명력과 아이들의 활기가 서로 증폭작용을 하면서 그 싱그러운 기운이 그대로 내게 전달되어 온다.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부하라로 가는 길은 아이들과 함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나는 과거에 찬란했던 도시를 달리면서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유라시아 실크로드가 광역생활권이 되는 미래로 달려간다.
 
타키라고 불리는 시장에는 낙타가 드나들 수 있게 문이 사람 키 두 배가 넘게 돼있다.(사진=강명구)

도시에 들어섰을 때 천년이 넘는 성곽 옆에서는 철없는 아이들이 공을 차며 뛰노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아이들 옆으로 나그네의 혼을 사로잡을 문양과 색상의 도자기나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부하라에는 몇 박 며칠 밤새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 수많은 전설과 노래들이 있었다.

일찍이 매슈 아널드는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여름이면 태양이 파미르 고원의 눈을 녹여 홍수가 지는 그곳’이라고 노래했다.

마르코 폴로는 그의 동방견문록에서 부하라를 위품 있고 거대하며 페르시아 전역에서 가장 빼어난 도시라고 묘사하였다.

여기서 그의 아버지 니콜로와 그의 삼촌 마태오는 3년간 머무르다가 쿠빌라이 칸의 사신을 만나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부하라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서방과 동방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오아시스로 역할을 했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러시아의 진귀한 물건들이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또 이곳에서 나갔다.

중국은 비단과 공단, 사향 등을 가져왔고 인도인들은 생면을 가져와서 비단을 가져가고 페르시아인들은 이곳에 카펫, 모직물, 유리 그릇, 투르크메니스탄 말을 가지고 왔다.

이 말은 한혈마라고도 불리고 천리마라고도 부르는 중국이 탐내는 품종의 말이다.

러시아 인들은 이곳에 야생동물의 가죽이나 말굴레, 안장 등을 가져오고 생면과 비단들을 싣고 가면 아주 기분 좋은 거래가 된다.

라비하우스는 대형 우물을 낀 채 대상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여주었다.

타키라고 불리는 시장에는 낙타가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사람의 키 두 배가 넘게 만들었다.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성곽에 있는 전설의 상징 칼란 미나레트 옆 칼란 모스크 모습.(사진=강명구)

칼란 미나레트와 칼란 모스크는 성곽 옆에 자리 잡은 부하라의 전설의 상징이다. 칼란 미나레트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다.

46m에 이르는 탑은 종교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맨 위에 불을 붙이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같은 대상들에게 사막의 등대 같은 역할을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지쳐가던 카라반들은 끝없는 사막에서 불빛만보고도 부하라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칭기즈 칸이 부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때도 이 탑만을 건드리지 않았다.

몽골인들이 정복한 수천 개의 도시 가운데 칭기즈 칸이 친히 입성한 도시는 부하라 하나뿐이라고 한다.

보통 승리가 확실시되면 그는 잔혹한 파괴를 명령하고 야영지로 되돌아가고 그의 전사들이 마무리를 했다.
 
칭기즈 칸이 부하라로 입성하여 온 도시를 모조리 파괴하라고 명하고 이곳을 지날 때 역사에 남을 한줄기 바람이 불었다.

칭기즈 칸은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주으려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부하들은 칭기즈 칸이 칼란 미네라트에 경의를 표하는 줄 알고 그것만은 건들 질 않았다.
 
당시 동방의 떠오르는 태양 몽골군은 '카라키타이'를 손에 넣어 동아시아를 거의 석권한 후 '3명의 외교사절과 450명의 대상'을 호라즘으로 보내 통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호라즘의 총독은 그들을 몰살하고 상품을 몰수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쳐 온 낙타몰이꾼이 칭기즈칸에게 사건의 전말을 고했다.

칭기즈칸은 사건전모를 밝히기 위해 3명의 사신을 다시 보낸다. 그러나 또 다시 1명은 죽이고, 2명은 수염을 깎아 추방했다. 
 
우즈베키스탄 고도 부하라로 가는길에 한없이 순진한 아이들과 함께 포즈를 잡았다.(사진=강명구)

1260년 페르시아의 연대기 기록에는 “몽골 왕궁에서는 분노의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인내와 자비의 눈에 흙이 들어갔고 진노의 불이 사납게 타오르면서 그 눈에서 물이 말랐으니 그 불을 끌 수 있는 것은 피 밖에 없었다.

총독의 폭력은 카라반을 쓸어버렸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초토화시켰다.” 라고 기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칭기즈 칸은 내친김에 중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유럽을 피로 물들게 하였다.

칭기즈칸의 군대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부터 카프카스 산맥까지, 인더스 강에서 볼가 강까지 만나는 곳마다 모든 영토를 짓밟았다.
 
칭키즈 칸의 후손 가운데 아미르 알림 칸이 왕의 지위를 누리던 마지막 인물이었다. 

1920년 소비에트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퇴위할 때까지 그는 권좌에 있었다.

칭기즈 칸이 부하라에 입성했던 1220년부터 1920년 러시아에 의해서 강제 퇴위될 때까지 700년 동안 칭기스 칸의 후손들이 우즈베키스탄을 통치했는데 이 왕조가 역사상 가장 긴 가족왕조로 꼽힌다. 
 
나는 이이들과 달리면서 두 번이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갔다. 아이들 앞에서 모자를 주으려 두 번이나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이 순진무구하고 깨끗한 아이들은 건들지 마라! 이 아이들이 무덤까지 이르도록 평화로운 세상을 보장하라! 아이들은 생명이고 희망이고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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