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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97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7-06 08:58

[기고]나이 60세는 꿈이 현실이 되는 달 7월과 같다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내 노력에 상관없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것도 알았으니 집착도 없어진다.(사진=장용)

이제는 아무 것도 탓하지 않게 되었다. 바람이 불어야 꽃이 피고,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려야 과실이 익는다는 것도 알았다.

60이 넘으니 비로소 결단력이 생기고, 조급증이 사라지고 조금씩 나아가도 끝없는 세상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7월이 되어야 비로소 여름이 온 걸 알리니 60이 넘으니 비로소 삶의 뜨거움이 느껴진다.

사막의 길은 한고비 넘으면 또 한고비, 내 지난 인생여정 또한 그러했던 것 같다.

오아시스 마을과 오아시스 마을을 징검다리 삼아 달려가는 길. 사실 유라시아를 달린다는 것은 개인의 도전정신이나 체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처음 내가 길을 나설 때 내 손에는 네덜란드행 편도 비행기표와 3달 정도 아껴서 쓸 경비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준비가 안됐다며 더 준비해서 떠나라고 했지만 나는 우리국민들을 뒷심으로 믿고 길을 떠났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나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어서 여기까지 왔다.
 
신장 하미에서 간쑤성 과저우로 가는 길 중간에 국도가 끊기고 고속도로로 연결된다.(사진=장용)

하미(哈密)에서 과저우(瓜州)로 가는 길은 거의 400km에 달하는 길이다. 중간에 국도가 끊기고 고속도로로 연결된다.

며칠 전 이곳 하미에 들어왔을 때 중국 공안이 호텔로 찾아와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1000위안의 벌금과 즉각 구속한다는 경고를 남기고 갔다.

신장 위구르 지역 공안들에게 나는 이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웬만한 공안은 내 신분증만 보면 알아본다. 이곳은 우회도로도 없었다.

약 130여km를 점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점프를 하는 것은 내 정서에 맞지 않았다. 나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면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않고 그 길을 따라 사막으로 가면 될 것이다.

이 7월의 무더위를 뚫고 차량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백팩에 물병과 비상식량을 짊어지고 가면서 제대로 사막을 느끼는 길을 택했다.

다행히 운전기사도 힘들지만 나의 뜻에 따르기로 해주어서 고맙다. 우리는 중간 중간 휴게실에서 만나서 물과 간식을 공급받기로 하였다.
 
끝없이 펼쳐진 푸석푸석한 사막을 달리니 몸은 고되지만 내 가슴엔 파도가 일렁인다.(사진=장용)

7월의 바다 같이 끝없이 펼쳐진 푸석푸석한 사막을 달리니 몸은 고되지만 내 가슴엔 파도가 일렁인다.

청춘의 어느 날 끝없이 홀로 걷던 모래사장이 생각난다.

이곳에 갈매기는 없지만 이름 모를 새들이 가끔 짹짹거리고, 게는 없지만 도마뱀이 게처럼 모래 위를 쏜살같이 달려간다. 가끔씩 길 잃은 산양들의 주검의 퀘퀘한 냄새가 난다.

그때 나는 지금 이 황량한 사막을 지날 때보다 더 불안하고 조급했었다. 돌이켜보니 그때 나는 이루지 못할 헛된 꿈들로 가득 찼었고 지금 나는 경건함으로 충만하다.

복숭아, 자두 포도는 7월의 햇살로 속을 채워가고, 큰 바람에 꺾인 나무는 7월에 다시 새순이 돋아난다.

하지가 지나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지만 대지의 뜨거움은 지금이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

헛된 꿈, 60이 지나고 모질고 거칠었던 욕망의 화염불이 식어가니 오히려 마음의 열정은 지금이 최고이다.

7월은 꿈이 현실이 되는 달이다. 우리는 이 계절에 거친 삶의 터전에서 당당한 승리를 준비한다.

눈부신 봄날만 봄날이 아니다. 7월에 오히려 봄날보다 따스한 날이 더 많다. 그러니 나이 60대는 7월이다.
 
신장위구르 자치주를 지나 간쑤성 과저우로 가는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필자.(사진=장용)

작년 9월 환갑 생일이 지나고 나는 대장정의 첫 발을 디뎠다.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시작한 때도 그의 나이 60이었다.

케네디 슬레이터라는 패션모델은 나이 60에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던 링컨센터 근처에서 요지마모토 정장과 샤넬 백을 매치한 차림으로 친구를 기다리다 취재진의 사진에 찍히면서 거리캐스팅이 된다.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열광했다.

자칫 60대는 사막 앞에선 길 잃은 자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 앞에 닥친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사회도 가족도 친구도 내 맘 같지 않다. 7월의 날씨만큼 변화무쌍하게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 몸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조금씩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지금껏 사회의 눈치를 보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도 좋은 것이다.
 
60세에 사막 위에서 바람 맞으며 헤쳐 나가는 지금의 내가 푸르름의 절정이라고 본다.(사진=장용)

돌이켜보니 천천히 산보하듯 주위의 풍경을 세심히 구경하며 왔어도 좋은 길을 특급열차를 타고 도착한 느낌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하나도 즐기질 못했다. 이제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급히 서둘러 달려온 길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살다보니 내 노력에 상관없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것도 알았으니 크게 집착하는 것도 없어진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꾸준히 실수를 하고 여전히 세상을 정확히 보는 일이 어렵다. 아직도 필요할 때 지혜로운 발언이 입에서 맴돈다.

7월엔 아직 소나기도 몰아치고 태풍도 지나가니 아직도 조심해야하는 나이가 60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60대의 나이는 여전히 정보의 바다에 낚싯대를 담그고 정보의 고기를 낚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인생은 의외로 길고 사랑 역시 그러하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사막지대를 지나 간쑤성에 들어서 달리는 모습.(사진=장용)

나는 지금도 첫사랑을 꿈꾼다. 첫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작년에 첫눈이 왔는데 올해 다시 첫눈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그걸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첫눈내리는 날의 낭만을 즐긴다.

첫눈 내리는 날 덕수궁 돌담길을 따뜻한 손 마주잡고 걸으며 아무 의미 없는 말들을 나누며 즐거워하듯이 60 이후에 찾아온 첫사랑은 그저 마음 따뜻한 길동무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막을 달릴 때처럼 사람들을 경건하게 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알몸으로 녹아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고 싶다. 청춘은 푸르름의 절정이 아니었다.

60세에 사막 위에서 바람 맞으며 헤쳐 나가는 지금의 내가 푸르름의 절정이다.

모래보다는 평화의 홀씨가 되어 바람에 날리는 것이 더 좋겠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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