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6일 수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91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6-09 09:55

[기고]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중국 호르고스 근처 마을을 지나다 만난 주민들이 길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사진=강명구)

얼마 전 호르고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장기를 두었다. 장기 알이 우리 웬만한 밥사발만 하다.

유라시아 실크로드는 장기의 길이기도 했다. 체스와 장기는 둘 다 인도기원설이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 둘 뿌리는 같다고 봐야한다. 체스 기원은 약 4000년 전 고대 인도사원에서 시작됐다.

6세기경 페르시아를 거쳐 7세기 페르시아를 정복한 아라비아로 들어갔다. 다시 15세기경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 19세기에 현대 체스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동쪽으로는 미얀마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고, 또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갔다.

장기의 역사는 전쟁을 좋아하는 인간본능을 잠재우고 대리만족을 주는 게임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핵단추를 누르겠다고 서로 으르렁대던 두 정상이 마주앉아 평화를 논하겠다고 하니 마주앉은 테이블에 장기판이라도 올려놓고픈 마음 간절하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양지바른 산마루에 방목하는 양떼가 우리에 갖혀 모여 있다.(사진=강명구)

장기 두다가 출출해지면 먹으라고 햄버거도 하나씩 나누어주고.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 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의 한반도다. 다음 판은 싱가포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청(靑)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紅)을 잡은 형국이다.

청(靑)은 원앙마포진의 포진을 선택했고, 홍(紅)은 면상포진법을 선택했다.

세기의 장기판답게 훈수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훈수꾼들은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훈수를 둘 기세인데 제일 꼴불견 훈수꾼은 아베와 존 볼튼 그리고 펜스다.

판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들 고춧가루 훈수로 트럼프의 행마 구상이 꼬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뭣도 모르면서 훈수를 두는 꼴이 맞아도 한참 맞아야할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은 판 자체를 뒤엎고 싶은 가보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샤완현 근처에 도착해 전통 건축물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사진=강명구)

청(靑)이 먼저 행마를 했다. 모든 훈수꾼들이 세계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신예 기사의 행마에 숨소리도 죽이고 바라보는 가운데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첫 수를 던졌다.

첫 수는 신예답지 않은 통렬한 한 수였다. 훈수꾼들의 놀란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한 수는 앞으로 그의 행마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수였다.

그 수는 앞으로 유라시아에서 펼쳐질 크고 작은 세계적 장기판에 모두 당당히 출전하여 실력을 과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름 아니었다.

홍(紅)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포(包)와 차(車)가 상대보다 몇 십 배 많은 절대적 우위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전술에 능통하던 그였다.

똑같은 조건에서 하는 게임이 그에겐 오히려 포(包)와 차(車) 다 떼고 두는 불평등 게임 같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이닝 근처 식당에서 먹게된 우리나라 자장면 같은 음식 모습.(사진=강명구)

그는 첫 수도 두기 전에 안한다고 일어섰다가 훈수꾼들 야유를 받고서야 마지못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애초 한판에 승부를 가리겠다는 그의 호언장담은 간데없이 은근히 사라지고 이길 때까지 장기를 두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포(包)와 차(車) 다 떼면 돈은 주겠다고 뒷거래를 하는가본데 상대방도 품위유지비가 필요한 궁색한 신예인지라 그 조건에 동의는 한 것 같다.

문제는 먼저 다 떼면 나중에 보상하겠다는 얄팍한 꼼수에 있다.

그런 꼼수는 국제무대에서 수도 없이 사용하여 이제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 리비아와 이라크와의 대결에서 그런 꼼수로 승리를 하여 이제 더 이상 그런 수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샤완현 근처를 지나가다 보게된 길가에 걸어 놓고 파는 양고기.(사진=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톤은 수많은 난관을 뛰어넘는 장애물 마라톤이다.

현장법사가 제자들과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다녀오는 과정에서 만난 81개의 난관은 이미 다 넘은 줄 알았다.

중국에 들어와서는 마을마다 들어오고 나갈 때 공안 검문검색은 나의 마라톤을 허들경기로 변색시키고 말았다.

지난번에 텐산의 정상을 못 넘고 700km를 우회했는데 이번에는 규이튼 들어가기 전에 19km를 못 통과하고 100km를 우회했다.

샤완 현에서 숙소를 잡으려고 호텔에 들어갔는데 직원은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사장이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공안에 전화를 했다.

아마 공안에 꽌시(인맥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무장경찰 4명이 출동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무전을 치고 다시 무장경찰 3명이 출동했다. 결국은 이웃마을인 쓰허즈까지 가라고 한다.

쓰허즈에서 처음 들어간 호텔은 5성급으로 잠만 자는 우리들에게 낭비인 것 같았다. 다시 피곤한 몸이지만 좀 쌈직한 호텔을 찾았다.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샤완현 근처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학생들과 함께.(사진=강명구)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하려는데 다시 노크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무장경찰 2명이 찾아와 여권을 보자고 한다.

검문소에서 만난 무장경찰을 빼고도 오늘 나 때문에 출동한 무장경찰이 22명이나 되더라!

그들이 정중하게 경례를 붙이고 나가고서야 나는 비로소 하루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이제는 검문소를 볼 때마다 신경쇠약이 걸릴 정도이다. 검문소에 한번 들어가면 소중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만다.

내일을 위해 휴식하고 회복할 시간을 경찰서 철장 너머에서 다 허비하는 것이다.

내가 장기판의 포(包)라면 검문소를 훌쩍 넘어버릴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차(車)라서 졸이 막고 있으니 못 넘어간다. 손오공이라면 구름을 타고 넘을 텐데.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샤완현 스허쯔를 출발하기전 택시에서 핸드폰을 검색하는 필자.(사진=정진영)

1949년 인민해방군의 점령으로 중국령이 된 이래 신장은 끝없는 분리·독립 요구로 늘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지역이 되었다.

이 지역 중국 통치와 우리 분단 역사와 비슷한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아마도 우리 평화통일 염원보다도 이 사람들의 독립 염원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통일 의지를 꺾지 못하듯이 이들의 독립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예상컨대 한반도에서 세기의 장기대결이 끝나면 아마도 이곳에서 또 다시 장기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 것 같다.

이 지역의 평화를 건 세기의 대결, 그때의 대국자는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곧 평화로운 세계로 가기위한 세계적인 장기판이 유라시아 곳곳에서 벌어질 것 같다.

일단 시작은 동쪽 끝의 한반도에서 판이 벌어지더니 싱가포르로 무대는 옮겨졌다. 과연 트럼프의 첫 수는 무엇일까?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