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이 하 수상하다, 괜히 빨간색이 싫어진다는 마음이 필자의 사진에 담겼다. (사진제공=박영환) |
어버이날 아침, 평소 처럼 바쁜 출근 길이지만 용돈 몇푼 넣어 드린 생색도 낼 겸, 부산 사시는 장모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인사 말미에 내일 있을 대통령 선거 얘기를 살짝 꺼냈다.
"엄니(어머니), 내일 투표잖아요"
"여는(여기는) 싹다(모두) 홍준표다.
문재이(문재인) 찍으믄(찍으면) 다 빨개이다카데.
니는 누구 찍노?"
"엄니 여어는 점다(모두) 아입니다(아닙니다)
주운표 찍으믄 클랍니다(큰일납니다).
주운표가 빨알가니 빨개이갓잔아요.
거만 말구 찍고 싶은 사람 찍이시소(찍으세요)."
"그라믄 유승미이가!
유승미이 찍으까?"
"그라든지요.
근데 우리 가족은 다 문재이닙더.
저는 애들 때매 문재이 찍습니더."
이 정도로는 안되겠다 싶어 본능적으로 결정적 한 마디를 보탰다.
"그러찬아도(그렇지 않아도) 요새(요즈음) 회사 나가도
일도 업는데 암튼 주운표 찍으믄
저어 회사서 곧 짤립니더.
마아 클랍니더이(큰일납니다). 단디 하이소."
"오오야 알았다이. 어여 출근해라."
그러고 보니, 어제 우리집 마당에 세워 둔 빨간 파라솔이 바람에 못 이겨 벌렁덩 자빠졌는데 그 색깔이 참 묘했다.
괜히 죄 없는 빨간색이 싫어지는 계절이다.
* 박영환 - 사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