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통신

뉴스홈 전체기사 정치 산업ㆍ경제 사회 국제
스포츠 전국 연예·문화 종교 인터뷰 TV

[기획] 충청민심, 한전 송전선로 입지선정에 반발

  •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박희석 기자
  • 송고시간 2026-09-08 20:26
  • 뉴스홈 > 사회/사건/사고
도민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전 노선 강행은 예산 이중 낭비” 주장
호남 반도체 6GW 확정에 ‘호남 잉여전력→수도권 송전’ 전제 사라져
충청도민들이 송전선로 입지선정의 재검토를 주장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충청남도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아시아뉴스통신=박희석 기자

[아시아뉴스통신=박희석 기자] 충청민심이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설치 강행에 들끓고 있다. 생활 주거지 위로 고압선이 지나가게 되는 상황에서 한전이 납득할 만한 절차와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호남에 896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을 짓는 계획을 공식화함으로써 호남에도 전기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호남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겠다는 당초의 송전선로 계획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에 아시아뉴스통신은 한전의 송전선로 입지선정 관련 전반에 대해 시리즈 3회에 걸쳐 들여다 봤다. 


대전 5개 자치구 전부와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태안을 뺀 14곳이 345㎸ 송전선로 경과대역에 들어간 가운데,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은 8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노선을 확정하는 것은 예산의 이중 낭비”라며 입지선정 절차의 중단과 수요 재산정 결과 공개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가 공식화되고 8월 전력공급 협약이 체결되면서, “호남에서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낸다”는 이 선로들의 설계 전제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삼성·SK 등이 호남(서남권)에 약 896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공식화했고, 지난달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삼성전자·SK하이닉스·전남광주시는 2029년 3GW를 시작으로 6GW 이상을 공급하는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6GW가 연중 가동될 경우, 연간 소비량은 약 52.6TWh(6GW×8760시간의 단순 산술)로 계산된다. 2024년 전남·광주가 생산하고 남긴 전력은 29.7TWh(발전 72.6TWh−소비 42.9TWh)이고, 전북의 전력자립도는 71.7%(2023년)로 이미 자급이 되지 않는다. 호남의 잉여전력은 호남 반도체가 흡수하게 되는데, 신정읍~신계룡,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를 정할 때 전제로 삼았던 ‘남는 전기’는 더 이상 남을 수 없는 전기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5일 ‘전력망 건설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에서 장거리 송전 체계에서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명시하고, 계획된 송전선로 2169㎞·철탑 4723기를 최대 1200㎞·2509기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탑 기준 약 40% 감축이다. 입지선정위원회 관련 고시는 9월까지 전면 개정하고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11개 지역, 남부 최대 18원/㎾h 인하)을 공개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은 9~10월 초안, 연내 확정이 예고돼 있고, 이를 근거로 수립되는 제12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남 반도체 6GW라는 새 수요가 계통 계획에 처음 반영되는 것이 바로 그 계획이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달 21일 신정읍~신계룡 3구간 제11차 입지선정위원회를 소집했고, 위원회 운영 기한은 오는 10일경 만료된다. 기한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위원회는 해산되고 한전이 자체적으로 노선을 확정하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대책에서 “이미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은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선이 먼저 확정되면 그 선로는 새 원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기추진 사업’이 된다. 

주민들은 이 과정에서 ‘이중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를 보면, 첫째, 필요성이 재산정되지 않은 선로에 지금 입지선정·측량·보상 비용이 투입된다. 둘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필요성이 달라지면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은 회수되지 않는다. 셋째, 생산된 곳에서 전기를 사용토록 한다는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호남 현지에는 이미 별도의 계통 투자가 진행 중이다. 

한전은 약 43㎞의 345㎸ 송전선로와 변전소 2곳을 신설해 1단계로 신장성~신광주 선로를 통해 4GW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수요를 두고 호남 현지 계통과 호남~충청~수도권 장거리 선로에 동시에 투자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사업비를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한다는 견해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국가기간전력망 99개 가운데 시공·인허가 단계에 들어간 것은 9개뿐이고, 90개는 입지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그 이전 단계다. 지금 멈추면 매몰비용은 최소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선별 총사업비, 6GW 수요를 반영한 필요성 재산정 결과, ‘최대 40% 감축’ 검토 대상 노선 목록은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국책사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세 가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먼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확정되고 입지선정 고시가 개정될 때까지, 옛 계획·옛 내규에 따른 노선 확정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호남 반도체 6GW 수요를 반영한 수요·공급 재산정 결과와 노선별 총사업비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밝힌 ‘철탑 최대 40% 감축’ 검토 대상 노선 목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충청도민은 “정부가 8월 5일 신설 철탑 최소화와 투명한 입지선정을 원칙으로 천명했다면, 그 원칙은 앞으로 시작할 사업이 아니라 지금 확정되고 있는 사업에 먼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news26@hanmail.net